본지가 2021년 진행한 '치매병명공모전'
3000여개 병명 제안해, '인지흐림증' 1위
국민 제안 모든 병명, 보건복지부와 공유

여성경제신문(당시 '팩트경제신문')이 주최한 '2021 치매병명개정 공모전 시상식'. 정경민 여성경제신문 대표(왼쪽부터),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가 시상식에 참여했다. /여성경제신문
여성경제신문(당시 '팩트경제신문')이 주최한 '2021 치매병명개정 공모전 시상식'. 정경민 여성경제신문 대표(왼쪽부터),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가 시상식에 참여했다. /여성경제신문

중국과 일본, 대만·홍콩 등 한자권 국가뿐만 아니라 영어권인 미국도 바꾼 치매 병명. 한국도 최근 보건복지부가 어리석다는 한자 뜻을 지닌 치매 병명을 개정하겠다고 나서면서 병명 개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치매 대체 용어는 무엇이 적절할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진행된 1차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를 통해 진행됐다. 그렇다면 국민이 제안한 치매 병명은 무엇이 있을까.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 9월에 본지가 진행한 '치매병명개정공모전'을 통해 약 3000개의 치매 병명 대체어가 응모됐다. 당시 대한치매학회·국회보건복지위원회가 포함된 각 기관·학계 단체와 함께 여성경제신문이 뽑은 치매 병명 대체어 1위는 '인지흐림증'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인지기능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병명이다. 기존 정신분열병에서 개정을 마친 '조현병'이란 병명도 병의 증상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총 3000여 개에 달하는 치매 병명 대체어 중 '잊음증', '해미증', '실지증', '동심증', '인지흐림증' 등이 심사를 통해 최종 상위 5개 용어로 선정됐다. 잊음증은 치매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기억 장애를 직접적으로 설명한 우리말 병명이다. '일상을 잊어가는 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미증 역시 치매의 증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병명으로서 '해미'는 '바다 위에 낀 짙은 안개'라는 뜻의 우리말이다. 뇌를 바다에 비유해서 치매를 '뇌 속이 안개가 낀 듯 흐려진 증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실지증은 현재 대만에서 치매 병명 대체어로 사용 중인 용어다. 동심증은 '아이와 같은 상태로 인지 능력이 되돌아가, 어떤 근심도 걱정도 없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모전에 접수된 대체어는 대부분 은유적인 표현이나 순우리말로 치매를 표현했다. 이 외에도 국회에서 발의된 치매병명개정 법안을 보면 '인지저하증'이나 '인지장애증' 등 인지 능력이 감소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병명이 다수 있었다. 

현재 치매 병명 개정을 마친 대만은 2001년 실지증(失智症), 일본은 2004년 인지증(認知症), 홍콩과 중국은 각각 2010년과 2012년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병명을 바꿨다. 미국은 2013년 치매(dementia)에서 '주요신경인지장애'(major vascular neurocognitive disorders)로 변경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내에서도 나라마다 다르게 불리는 치매 관련 병명을 ‘인지기능저하(cognitive disorder)’로 부르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복지부 측은 오는 2월 예정된 2차 관련 회의를 통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입장을 반영해 적절한 대체 용어를 이 시일 내에 찾겠다는 계획이다.

김혜영 복지부 노인건강과 과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대체 용어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 노인정신의학회, 대한치매학회, 간호협회, 치매가족협회 등 치매 관련 다양한 단체가 모인 만큼 적절한 대체 병명을 고민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경제신문은 '치매병명개정공모전'에서 국민이 응모한 병명을 복지부와 적극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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