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가까워지니 오래전 있었던 선친과 아름다운 추억 하나 공유하렵니다. 1990년대 말 즈음, 직장 생활을 할 때 모처럼 긴 기간의 추석 연휴를 맞았었습니다. 명절에 귀향과 성묘는 자손으로서는 당연한 의무였던 시절이니 고향에는 가야겠는데 모처럼 긴 시간을 얻었으니, 아내와 해외여행을 했으면 해서 오랜 고민을 했었습니다.명절에 귀향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일 때이니 꾸중과 호령을 각오하고 부친께 내 마음을 비쳤었습니다. “모처럼 얻은 기회이니 에미와 함께 여행 다녀와라. 우리야 자주 만날 수 있고 조상님이야 혼령인데 세상
여러분의 부부 사이를 각도로 표현한다면 몇 도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면에서 너무 잘 맞으니 0도? 아니면 그저 그러니 90도 정도? 정반대이니 180도?우리 부부의 관계를 각도로 표현한다면 180도입니다. 20대 초반에 결혼해 이제 40여 년을 훌쩍 넘긴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면, 아니 지금도 우리 부부는 정반대입니다. 성격이나, 섭식이나, 취미나, 행동이나, 모든 면에서 맞는 게 거의 없으니, 각도로 치자면 180도 정반대입니다.가장 바람직한 부부 사이의 각은 얼마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바람직한 부부 사이의
“내가 다시는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 가나 봐라.”오래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어느 부인이 투덜거렸던 말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신혼여행 이후 오랜만에 부부가 필리핀의 섬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물을 좋아하는 남편과 산을 좋아하는 부인 사이에서 쌓였던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에메랄드빛 바다, 유리알같이 투명한 바닷속, 그 속을 노니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 천국 같은 그 속에서 남편은 눌러앉고 싶었을 겁니다. 여행 기간 내내 남편은 물속에 있었고, 물을 싫어하는 부인은 여행 내내 바닷가 벤치 신세만 지고 왔다는 얘기입니다.주위를 돌아보
이 이야기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보냈던 아내가 60이 된 어느 날 내게 말을 건넵니다.“여보, 나 공부해서 자격증 따려고 해요.”그 후 아내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을 획득했고 2019년 제주로 내려온 이후 이제까지 시골의 자그마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입소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그런 아내가 내게 다시 자신의 진로를 밝힙니다.“여보, 나 이제 요양보호사 그만두려고 해요.”처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어르신들을 케어한다고 나설 때나 이제 그 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나 나의 반응은 적극
제주 정착과 함께 온 코로나 팬데믹은 내 취미생활 중 하나인 해외여행을 지난 5년간 멈추게 했다. 물론 삶 자체가 여행이요, 집을 나서는 모든 행위가 여행이라고 여겼던 나에게 팬데믹이 삶을 좌우할 만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그러나 다른 나라를 찾아 그 지역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문화와 예술, 음식을 즐기고 그 추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내 바람에 비한다면 상당히 아쉬운 기간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랜 침묵을 깨고 아내와 일본 고베 여행을 다녀왔다. 3박4일 고베 여행의 하루는 일본 최고의 온천지대로 평가받는 아리마 온천
고전 소설 흥부전에 보면 놀부의 심보를 읊은 부분이 2쪽에 걸쳐 나온다.'애 밴 여자 배 걷어차기, 똥 누는 아이 주저앉히기, 잘 익은 호박에 말뚝 박기, 해 저물어 잘 곳 찾는 행객에게 집에 들게 한 후 캄캄해지면 내쫓기···.'지금이야 놀부의 이러한 악행은 범법 행위로까지 간주해 저어되지만, 현대에도 유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자기 취미생활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다. 설사 그것이 의도적이진 않더라도 그런 취미활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서는 다른 이에게 해악을 끼치게 된다.에이~ 설마 내
취미를 맛으로 따진다면 어떤 맛일까? 취미를 냄새로 따진다면 어떤 냄새일까?다양한 취미생활을 겪어(이 단어를 쓰는 건 아마도 쓰디쓴 경험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온 결과 가지는 의문이다. '싱겁기는--- 그런 생각 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야'라고 질책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취미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한 번쯤은 가져야 할 의문이다. 특히 `삶이 취미, 취미가 삶’이라는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삶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밝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취미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전제로 한다. 쓴맛을 보기 위해 취미를 갖는 사람은 없다. 그렇
“책 한권 내시죠.”나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어느 금융회사 사장이 그동안 그린 그림과 글을 보더니 대뜸 하는 말이다. 말이 씨가 된다고 결국은 책을 내게 됐다. 혹자는 내가 책을 낸다니까 글재주가 있나 보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작가가 아니다. 글 쓰기를 배운 적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책을 내느냐고? 칭기즈칸이 했다는 얘기, 소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자신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읊었다는 그 얘기를 패러디 해 보자.나는 건축의 `건’자도 모르지만 내 손으로 집도 지어봤고(놀랍게도 TV 주요 프로그램에 10회 소개) 제주
'발룬티코노미스트'를 아십니까? 눈 뜨고 나면 생겨나는 신조어 홍수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마당에 새로운 용어 하나 더 얹어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나름의 판단으로는 향후 이 용어가 지속 발전 가능한 사회적 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신조어 하나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룬티코노미스트는 봉사와 기여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발룬티어와 경제활동, 경제활동가(광의의)를 말하는 이코노미스트를 결합한 필자가 만든 복합어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삶은, 특히 인생 후반부의 삶은 과거의 욕심과 경쟁을 내려 놓고 사는 삶, 그러나 일정의 경제적 보
“심 봤다~~” 근자에 들어 거의 연일, 가격을 메기기도 힘든 천종삼산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 와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심마니라면 평생에 걸쳐 이런 오래 묵은 산삼을 하나라도 캐는 게 천지신명께 감읍할 대단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왠지 심드렁한 남의 일에 지나지 않으니 이게 웬 조화일까? 그 이유는, 필자는 거의 매주 비치코밍을 통해 “심봤다”를 연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비치코밍은 단어 그대로 해변을 산책하면서 무엇을 줍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생경한 용어이자, 취미로서는 아직 낯선 단어인 비치코밍은 비치(B
`돈 쓰기만 하는 취미생활은 진정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이 말을 증명하는 데 15년이나 걸렸다. 만 50세에 인생 2막(필자 주: 직장생활을 인생2막이라 함)을 접고 나 좋아하는 일, 즐기는 일을 통해 이웃과 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지향해 온 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15년 동안의 취미활동과 그 이전의 취미활동을 비교해 보면 질과 양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단적인 차이는 돈만 쓰는 취미생활이냐, 돈 버는(?) 취미 활동이냐이다.돈 쓰는 취미활동이 필연적으로 과시형 행태를 일으키면서 본질적 의미의 즐기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 돈
내일이면 2022년도 우리 곁을 떠난다. 그것도 영원히.그런 생각이 드니 이 순간이 안타깝기도 하고 영원히 내 곁에 붙들어 놨으면 하는 우매한 바람까지 든다. 그러나 오랜 뒤 이 순간을 기억이나 하려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으니 이 아쉬움도 곧 잊겠지라는 생각에 안도의 숨이 쉬어지기도 한다.이별!내가 이별에 대해 생각을 고쳐 잡은 것은 선친과의 이별이었다. 내게는 봉건시대의 붕어(임금의 죽음: 필자 주)와도 같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 충격에서 벗어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떠난 여행에서였다.3일장을 치르고 얼마 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도는, 걷기에 딱 좋은 가을이 왔다. 학교 가까운 아이가 지각 잘하고, 산에 가까이 사는 사람이 1년에 한 번 산에 갈까 말까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비유가 꼭 내게 해당한다는 생각에, 미뤄 두었던 한라산 등산을 위해 여장을 준비하는데 가을 기운 만큼이나 서늘한 소식이 답지한다.산을 너무 좋아해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 아니 없는 시간도 만들어 산에 오른다는 친구가 새벽 등산길에 쓰러졌다는 소식이다. 한때 전국 유명산은 리스트 만들어 가며 도장 찍듯 돌고, 일본 100대 명산 도전하기, 해외 유명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여행 축제를 여는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빌딩 숲속을 벗어나 봐요.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와우~~이 노래의 가사처럼 사람을 달뜨게 하고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는 노래가 있을까 싶다. 푸른 언덕, 황금빛 축제, 먼동이 트는 아침···.여행은 확실히 사람을 흥분시키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시키는 행위이다. 여행하면 연상되는 낱말이 기대, 희망, 꿈, 낭만, 추억 등이니 말이다.그러나 여행을 마냥 예찬할 일만은 아니다. 어떤 이는
“나는 말이야, 경영이나 다른 건 다 자신이 있는데 자식과 골프, 그리고 와인은 영 젬병(형편없다는 말의 속된 표현)이야. 이게 뭔 조화지?”오래 전 어느 회사의 대표가 내게 넋두리 삼아 한 얘기다. 다른 건 다 자신이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는데 자식은 나이가 들더니 통 말을 안 들어 속상하고, 골프는 조금 되는가 싶으면 곧 곤두박질하고, 와인은 아무리 이름과 특징을 외우려 해도 안 되며 무엇을 골라 마셔야 할지 난감하니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그거 당연한 결과 아닌가요? 셋 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면 되는데 남
결국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또 하고 말았다. 공방에서 만들기 작업하다 말고 떠나는 아내에게 불쑥 내뱉었다.“아니, 그 재미있는 걸 하다가 말고 왜 그냥 떠나? 시작했으면 끝을 보든지."그건 내 생각이었다. 나나 좋아하는 일이지 아내가 나와 꼭 같이 즐길 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내 취미가 진정 무엇인지 몰랐으면서 아내의 취미가 뭔지 알고 강요했을까. 아차 싶었지만 늦었다.오래전 세부로 여행 다녀온 주부가 다시는 남편과 함께 해외여행은 가지 않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유인 즉슨 자신은 산을 좋아하는데 물 좋아하는 남편이 눈만 뜨면 바닷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