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대한 탐심, 혹은 욕심은 법정 스님도 어찌할 수 없다고 했다. 법정 스님의 그런 말씀은 단순히 더 좋은 차에 대한 탐심은 아닐 것이다. 매일 너덧 차례 차를 우려 마시는 내 처지에서 보면 차 한 잔의 의미가 어떠한지 수긍이 간다. 차를 마시며 달다고 하지만 설탕 같은 단맛은 아니고 쓰고 떫은맛이 기본인지라 감탄할 만한 향미를 가진 차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 매일 3리터 이상 스무 해가량 차를 마셨으나 제대로 향미를 받아들인 지는 서너 해 정도 되었을까 싶다. 타고난 미각이 둔감해서 차 맛을 음미하며 마셨다고 할 수 없고 물
그동안 보이차 생활 입문에 관한 내용으로 서른한 편을 연재했다. 보이차를 마시면 왜 일상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는지, 보이차는 어떤 차인지, 보이차 구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이차를 맛있게 우리는 법 등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보이차는 모으는 재미가 마시는 즐거움보다 더할 수 있는데 보관을 잘못해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번 글은 에필로그를 앞둔 마지막 글로 보이차를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지 알아보기로 한다. 보이차는 후발효라는 특성을 가진 차라서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다. 오래될수록 차향이 더 깊어진다는 월진월향(越盡越香)이라는
보이차에 입문하는 다우들에게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생차는 저렴한 차 한 통 값으로 두 편을 사라고 한다. 한 통은 주저하지 않고 구입하지만, 두 편을 그 가격에 산다고 하면 한참 고민하게 된다. 한 통과 두 편은 네 배나 비싼 값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통으로 구입하면 덤으로 한 편이 따라올 수도 있으니 고민하지 않고 구입한다면 거짓말이라 하겠다. 보이차 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일 차 마시기에 흥미를 붙이게 되면 먼저 차 구입에 관심을 두게 된다. 녹차는 세작이라 해도 80g에 5만원은 주어야 하는데 보이차는 357g 한 편에 그
보이차를 마셔보면 사실 뚜렷하게 다가오는 맛이나 향이 별로 없다. 맛으로는 녹차나 홍차, 향으로는 청차를 따를 수 없다고 말하는데 반박할 사람이 있을까? 녹차나 홍차는 중국의 넓은 땅에 차 산지 곳곳에서 내로라하는 향미를 내세우면서 명차(名茶)의 반열에 들어야 한다고 자부심을 내세운다. 그렇게 향이나 맛에서 청차나 홍차, 녹차에 밀리는 게 분명한데 희한하게도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다른 차류에는 별 관심이 없다.그래서 그럴지 모르지만 보이차에 관해 쓴 글을 읽노라면 무협지 분위기로 다가온다. 특히 용어에서 어떤 향미를 지칭하는 것
보이차는 어떻게 우려서 마셔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된다고 하겠다. 무책임한 대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 특히 숙차는 건차의 양이 많아도 좋고 좀 적어도 상관이 없어서 편하게 우려 마시고 싶다면 커피메이커에 넣고 하루 종일 내려 마셔도 좋다. 좀 진하다 싶으면 물을 섞으면 되고 연하면 차를 더 넣어 우리면 그만이다. 차를 마시는 건 다도(茶道)인데 그렇게 함부로 우려도 되느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다른 차류와 달리 보이차를 마시는 건 도(道)가 아니라 일상생활, 즉 차 생활이기 때문이다. 밥
차를 음료수로만 대하면 그저 뜨거운 물을 부어내려서 마시면 그만이다. 이렇게 차를 편하게 우려 마시는 걸로 시작해서 습관으로 가져가는 게 일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은 찻그릇을 써서 차를 우려도 번거로운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 단계로 진입한 걸로 봐도 좋겠다. 이 단계에 들어가면 선택의 갈림길이 펼쳐지게 된다. 차를 차로 대해서 마시게 되면 어떤 차? 다기는? 찻물도 차 맛에 영향을 많이 준다던데? 등등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해지게 된다. 그래서 차를 우리는 데 필요한 요소를 선택하는 기준을 스스로 가지게 되었다면 삼 단계에 이
지인이 중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사 왔다는 보이차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선물로 받은 보이차를 한번 마셔보고 싶지만 덩어리로 된 차가 생소하기만 하다. 보이차는 선물로 가성비가 높아 보여서 그런지 차를 마시지 않는 데도 한두 편은 가지고 있는 집이 많다. 보이차는 유통 기한이 없는 차이니 혹시 집에 있으면 오래되었다고 버리지 말고 우려서 마셔보자. 보이차를 선물로 받았으면 아마도 생차보다 숙차일 확률이 높다. 포장지를 벗겨 보아서 검은색에 가까우면 숙차, 녹색을 띠고 있으면 생차라고 보면 되겠다. 보이차는 생차나 숙차를 가릴 필요
홍인이라는 오래된 차는 만들어진 지 80년 정도 되었는데 마실 수 있는 골동품이라고 한다. 357g 보이차 한 편에 2억이 넘는다고 하면 과연 차라고 마실 수 있을까? 만약에 홍인을 마신다고 하면 1g당 60만원 이상이니 5g을 우리면 300만원가량 된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이 어마어마한 금액의 홍인을 나도 마셔보았으니 어디서 누군가는 일상의 차로 마시고 있을 것이다. 이제 고인이 된 선배는 노차를 주로 마셨는데 지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포장지를 풀지 않은 홍인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그 선배도 홍인을 마셔보지 않았을 리 없지만 포장
보이차에는 항산화 성분이라고 하는 폴리페놀이 차 중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 보이차의 원료로 쓰는 윈난성 대엽종 찻잎은 쓰고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 성분이 녹차를 만드는 소엽종에 비해 두 배나 많다고 한다.그렇지만 폴리페놀 성분은 쓰고 떫은맛이라서 보이차는 만들어진 그해에는 바로 마시지 못하고 수십 년을 묵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월진월향(越盡越香),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향미가 더 좋아진다는 차가 보이차라는 뜻이다. 얼마나 묵혀야 좋은 맛이 될까? 그리고 정말 차가 만들어진 그해에는 마시는 게 아닐까? 차나무를 빼곡하게 심어서 관목
육대차류 중에서 흑차는 거의 긴압차로 유통된다. 긴압차(緊壓茶)란 찻잎을 덖고 비벼서 햇볕에 말린 쇄청모차(晒靑毛茶)를 형틀에 넣고 증기를 쐬어 눌러서 모양을 만든 차를 이른다. 보이차는 주로 원반 모양의 병차(餠茶)이고, 복전 등 흑차류는 벽돌 모양 대전차(大磚茶)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로 만드는데 다른 차류처럼 마른 잎 상태인 산차(散茶)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보이차 등 흑차류는 왜 긴압차로 유통되고 있을까? 긴압차로 만들게 된 건 차마고도와 관련이 있다.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개
보이차는 오래 두면 가치가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값싼 차를 구입해서 방 하나를 가득 채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이차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오는데 동그란 모양의 병차 무게는 357g이다. 우리나라 녹차는 80g 단위로 포장된 제품이 많은데 세작 기준으로 찻값이 5만원 정도는 되어야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보이차는 357g에 5만원이면 마실만한 차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으니 녹차에 비하면 4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시중 온라인 판매망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큰 보이차 생산회사의 대표 보이차를 2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보이차
보이차는 ‘굴러온 돌’이라 할 수 있는 숙차와 한때는 보이차의 정의에서 빠지기도 했던 ‘박힌 돌’ 생차로 나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보이차를 육대차류에서 흑차로 분류하면서 생차는 쇄청모차로 보고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는 숙차의 원재료로 보았던 것이다. 숙차가 개발되기 전에는 따로 비교되는 이름을 쓸 필요 없이 그냥 보이차 그 자체였던 게 생차이다. 사실 ‘숙차’라는 호칭도 오래된 보이차를 두고 썼었는데 1973년에 개발한 악퇴발효차에 빼앗겨 버렸다. 지금은 당당하게 보이차의 두 갈래 중 하나가 된 숙차를 ‘현대 보이차’로 인정
보이차 포장지에 적힌 글자는 한자일 수밖에 없는데 도통 알아먹을 수 없다. 가장 익숙한 글자는 보이차(普洱茶)이고, 교목차(喬木茶), 생태차(生態茶), 야생차(野生茶) 등은 차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이다. 그러면 교목차가 아니면 관목차일 테고, 생태차가 아니면 비료를 써서 차 농사를 지어서 만든다는 차일 것이다. 또 야생차는 재배차가 아닌 원시림에서 자연 그대로 자란 차나무잎으로 만든 것을 강조하고 있다.교목차가 아니고 생태차도 아닌 보이차는 어떤 차일까? 야생차는 재배차에 비해서 더 좋은 차일까? 보이차는 포장지에 적힌
후발효차로서 보이차의 끝판왕은 노차라고 한다. 후발효차의 의미를 표현하는 월진월향(越盡越香)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월이 더해지는 만큼 차향도 빼어나다는 의미이니 십 년을 넘어 백 년 된 보이차를 마신다는 데에 신비감이 더해진다. 이 모호한 신비감을 업고 상업적으로 악용된 가짜 보이차가 시장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노차는 가짜 보이차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30년 이상 되었다는 90년대 보이차는 쉽게 사고 팔리는 상황이다. 상인에게 ‘가짜 아니죠?’라고 묻는 사람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일까? 대만에서 많
보이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가짜 차'나 '무지하게 비싼 차'가 아닐까 싶다. 중국에는 계란이나 쌀도 가짜가 있다고 하니 보이차도 가짜의 오명을 쓰게 되나 보다. 이와 반대로 한 편에 억대가 넘는 노차인 '홍인'의 얘기를 듣고 아주 비싼 차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 인식은 사실이어서 보이차는 '가짜 차'도 있고 억대를 호가하는 '홍인' 같은 노차도 있다.이 두 가지 차를 하나로 묶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자. 보이차는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가치가 높아진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원래
보이차를 마신 지 19년이 되었다. 보이차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숙차였다. 2006년에 접했던 생차는 녹차 같은 탕색이었지만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마시기 어려웠다. 숙차는 발효 과정을 거쳐 떫은맛을 줄여 나온 차라서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생차를 마시고 있으니 보이차를 시작하고 십 년간 숙차만 마셨던 차 생활에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일까? 내가 하루 동안 마시는 차를 양으로 잡아보면 3리터 이상이다. 아침 식전에 숙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서 오전에는 녹차, 오후에는 홍차, 생차를 마신다.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가 있다. 숙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이차는 생차밖에 없었다. 숙차라는 차가 나오게 되니 기존 보이차는 할 수 없이 생차라고 이름을 가지게 된 셈이다. 사실 오래된 생차를 익은 차라고 해서 숙차라고 불렀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의 이름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생차는 노차라는 새 이름을 쓰게 되었다. 생차 입장에서는 보이차라는 이름을 나누어 써야 했고 숙차라는 이름까지 빼앗겨 버렸으니 억울한 처지가 되었다고 해도 될 형편이었다. 여기에다 2003년 3월에 윈난성 질량 기술 감독국에서 ‘윈난성 일정 구역
주변에 보이차라고 마시는 차는 아마도 대부분 숙차일 것이다. 나도 보이차에 입문하면서 거의 십 년을 숙차만 마셨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초보는 숙차가 찻값도 저렴하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니 그러는 게 당연한 일이다. 보이차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하지만 보이차 전문회사인 대익 숙차도 357g에 3만원 정도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반면에 생차는 20년 전에 비해 거의 열 배에서 빙도노채 고수차는 백배까지 올랐다. 왜 같은 보이차인데, 숙차는 값이 여전히 저렴한데 생차는 백배까지 치솟게 되었을까? 실제로
서울에서 손님이 찾아왔는데 차를 마시러 왔다고 한다. 내가 누구라고 차 한잔하러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다는 것일까? 내 글을 읽고 평소에 가진 보이차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려고 찾아오는 분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분은 그 때문에 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통성명을 하고 나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차를 같이 마시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먼저 내가 가장 즐겨 마시는 차를 마셔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멀리서 오신 분이니 아껴 마시는 차를 우려 드렸는데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이분이 나를 찾아온 목적이 혹시 차투(茶鬪), 시
별 다섯 개인가 여섯 개인가 모르겠지만 특급 호텔 셰프 출신 요리사가 자신의 레스토랑을 개업했다고 한다. 조미료, 특히 MSG는 절대 쓰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광고를 따로 할 것도 없이 그의 명성만으로도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추구하는 조리 철학을 담아 만든 음식에 한껏 기대했었는데 첫술을 뜨고 나서 수저를 놓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은 개업 날 이후에 좌석이 잘 채워지지 않게 되었다. 그가 들었던 최악의 한 마디는 이 음식을 먹으라고 내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