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단체 '변경에는 찬성 시기는 글쎄'
"의학계·환자·가족 등 모두 공감해야"
박건우 "발의 전 사전 합의가 먼저" 비판

총 5차례나 발의된 '치매병명개정' 개정안 중 가장 최근에 나온 법안의 검토보고서가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명칭 변경 시기와 여부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아, 이번에도 상임위원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대한치매학회·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일 발의한 치매병명개정안 검토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위 등 관계 기관은 어리석다는 부정적인 뜻이 담긴 치매 병명을 인지흐림증으로 개정하는 것에 대해 "명칭 변경에는 동의하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먼저 보건복지부는 치매 관련 종사자와 가족, 의료인 간의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측은 또 "치매 대체 용어에 대한 선호도와 적절성 검토 그리고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한치매학회는 병명 개정안 발의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없이 진행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건우 대한치매학회장은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의학용어는 의료계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용어"라면서 "대통령이 언급하는 등, 병명개정이 유행에 따라서 성급하게 바꿔서 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치매병명개정 자체도 개정을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보고서·단체명·기관 등의 기존 치매라는 단어가 쓰인 모든 내용을 교체해야하기 때문에 예산 소모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병명개정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의협 측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재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치매'명칭이 '어리석다'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거나 사회적인 편견을 조장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정안에 포함된 '인지흐림증'이라는 명칭은 '흐림'의 사전적 의미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가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따라서 사회의 또 다른 편견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뜻을 내포한 '치매' 명칭에 대한 병명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시기와 필요성에 대해선 관련 단체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앞서 발의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인지저하증'으로의 치매병명개정안도 이 의원과 비슷한 매락의 검토보고서가 나오면서, 현재 계류상태에 머물러 있다.
뿐만아니라 지난 2011년부터 발의된 치매병명개정안도 모두 국회 계류 상태다.
이종성 의원은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인지흐림증은 팩트경제신문과 보건복지위원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병명개정공모 3000여건의 응모를 받아 전문가 심사를 통해 결정된 병명이지만, 더 좋은 병명이 있다면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개정안의 목적은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관계 전문가·환자·보호자 등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발의된 이종성·김두관 의원의 치매병명개정안에는 각각 '인지흐림증', '인지저하증'의 대체 용어가 포함됐다. 모두 어리석다는 부정적인 뜻과 일본의 정신의학자가 만든 용어라는 이유에서 병명 개정안이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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