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처럼 병에 대한 간접적인 접근 방식 선호도↑

어리석다는 뜻을 품은 치매, 병명이 주는 부담감과 사회적 낙인은 환자에게 생각보다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병명 개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픽사베이
어리석다는 뜻을 품은 치매, 병명이 주는 부담감과 사회적 낙인은 환자에게 생각보다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병명 개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픽사베이

'동심증', '동백증', '귀아증'.

치매의 대체 병명으로 제안된 명칭이다. 모두 '어린아이였던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응모자들은 어리석다는 뜻이 담긴 치매 대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노년기에는 다시 행복하고 근심없는 때로 돌아가는 병'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치매가족협회 광주·전남 지부 관계자는 "대체로 치매 환자들은 병 진단을 받으면 좌절하거나 삶의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보호자나 전문가들은 '행복한 질병'이라면서 환자를 달래주곤 하는데, 동심증 등 아이로 돌아간다는 뜻이 담긴 용어로 개정된다면 치매라는 병이 환자에게 주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병과 직접적이지 않은 은유적 표현이 치매의 대체 병명으로 사용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병과 직접적인 명칭보다 은유적인 명칭이 환자에게 있어 더욱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는 정신분열병에서 개정된 조현병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인데,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조율이 되지 않은 현악기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전남대 의과대학 우울증 임상 연구센터에서 분석한 '조현병-정신분열병' 병명에 따른 낙인 비교 결과, 병명이 조현병으로 개정되기 전, 환자는 이중 부담을 크게 느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 자체를 극복해야 하는 부담감과 병명 자체가 주는 사회적 편견 및 낙인까지 극복해야 했던 것이다. 

조현병으로 병명이 개정된 이후 연구진은 총 360명의 간호대학생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질병의 특성에 대한 동일한 설명을 제공하고 ‘정신분열병’과 ‘조현병’에 대한 위험성과 차별행동에 관한 설문을 시행했다. 그 결과 조현병은 정신분열병에 비해 위험성과 관계 및 권리에 대한 차별행동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일반 사람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를 접한 경험이 있는 경우, 병명이 개정된 이후에 환자와 일반인 간의 거리도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으로 소개된 환자들과 만난 경험이 있는 일반인은 사회적 거리를 줄이는데 효과가 없었고, 사고과다증(excessive thinking)이라는 병명으로 소개된 경우엔 사회적 거리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는 조현병 환자와 일반인들의 거리감이 병명이 바뀌는 것 하나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연구진은 "병명 개정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개인과 대중간의 직접적인 접촉이 증 진되면 낙인현상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병명이 환자에게 주는 낙인 극복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분열병-조현병 병명에 따른 부정적 시각 변화 그래프. 빈칸이 정신분열병, 어두운 색 조현병. / ‘조현병-정신분열병’ 병명에 따른 낙인 비교 , 전남대학교
정신분열병-조현병 병명에 따른 부정적 시각 변화 그래프. 빈칸이 정신분열병, 어두운 색 조현병. / ‘조현병-정신분열병’ 병명에 따른 낙인 비교 , 전남대학교

지난 20대 국회에서 현재 21대까지, 실제 치매 병명 개정 법안이 다수 발의 됐다. 모두 '인지장애증', '인지저하증'으로 대체 병명이 제안됐다. 모두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 한 채 계류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병 자체를 설명하는 한자용어보다 은유적인 표현으로 접근해야 환자 입장에서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팩트경제신문이 진행하는 공모전을 통해 전혀 다른 새로운 병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팩트경제신문이 진행하는 치매병명개정 공모전엔 6일 기준, 약 3000개의 대체 병명이 제안됐다. '뇌퇴화증', '인지증', '인지장애증' 등 병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도 많았지만, 의외로 '동심증', '귀아병' 등 은유적인 표현들도 많이 응모됐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은 "전적으로 고통이 가장 클 환자의 입장에선 병에 대한 직접적인 병명보다 은유적 표현으로 순화한 병명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병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무엇보다 환자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사회적 낙인 효과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팩트경제신문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각계 전문 기관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치매병명개정 공모전은 오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심사를 통해 현금 200만원과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상품도 주어진다. 

팩트경제신문에서 진행중인 치매병명개정 공모전 포스터./ 팩트경제신문
팩트경제신문에서 진행중인 치매병명개정 공모전 포스터. 위 사진을 클릭하시면 공모전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팩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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