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금관이 있다면, 백제에는 금동관이 있다. 청동에 금을 입혀 만든 금동관(金銅冠)은 정교한 세공 기술과 미적 감각, 그리고 백제 왕실의 품격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문소이 디자이너가 금동관을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사용하여 현대적인 주얼리로 되살렸다.‘금동관을 쓴 호랑이’ 컬렉션이 최근 런던 첼시 올드 타운 홀(Chelsea Old Town Hall)에서 열린 문소이 디자이너의 전시회(11월 5일~8일) 대표작으로 포스터를 장식했다.전시회가 열린 첼시 지역은 고급 주거지가 밀집한 곳으로 런던의 예술과 라이프 스타일의 중심지다. 1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금관 복제품이 선물로 전달됐다. 미국에서 '노 킹스' 시위가 한창인 시점에서 트럼프가 왕권을 상징하는 금관을 선물로 받자,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위에 신라 금관을 합성한 이미지와 영상들이 쏟아졌다.그 장면은 순식간에 SNS를 타고 전 세계를 뒤흔들며, 트럼프 왕관 합성 영상은 정치 풍자와 뉴스의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 해프닝 덕분에 잊혔던 우리의 문화유산을 세계가 다시 조명하고 주목하게 되었다. 신라 금관의 역설적 승리였다.트럼프에게 선물한 왕관은 천마총
다이아몬드는 영원을 약속한다. 하지만, 보안 앞엔 영원도 무력하다. 보안은 단 한 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2025년 10월 19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아폴론 갤러리에서 일어난 7분의 도난 극은 보안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도난당한 프랑스 왕실 보석은 세계 문화사와 예술사의 산물이다. 유물 한 점의 상실은 곧 ‘역사 한 장’의 소실이다. 이번 사건을 축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던 보석 도난 사건들을 짚어본다.2025년 10월 19일···루브르 아폴론 갤러리, 7분의 균열일요일 아침, 공사 인부 차림의 괴한들이 트럭 탑재 리프트와
차갑게 반짝이는 금속에 따뜻한 이야기를 새겨 넣는 아미테라 김선희 대표에게 주얼리는 인생을 담는 기억의 상자다. 그녀는 고객의 눈빛과 목소리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고 그 순간을 보석과 디자인으로 영원히 간직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차가운 금속 안에 따뜻한 스토리를 불어넣는 전도사’라고 말한다.화가의 꿈을 접고, 무모한 용기로 첫 매장을 열었던 시간은 이제 ‘특별 주문 주얼리’라는 독창적 세계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던 시계 공장에서 보석을 빼내 작은 반지를 만들던 소녀가 어느새 30년 경력의 주얼리
가을 하늘은 시와 그림이 된다. 하늘의 이미지가 곧 계절의 상징이다. 화가들에게도 이 계절의 하늘은 특별하다. 클로드 모네는 '아르장퇴유의 가을 풍경'에서 황금빛 들판 위로 펼쳐지는 가을 하늘을 그려내며 빛과 색의 교향곡을 완성했다. 높고 맑은 하늘의 청명함, 그 속에 깃든 고요함과 순수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맑게 한다. 그 청명한 푸른색을 가장 완벽히 간직한 보석이 바로 블루 사파이어다.블루 사파이어, 파랑의 결정체사파이어는 커런덤(Corundum)이라는 광물의 한 종류로, 미량의 철과 티타늄이 섞여 깊은 파란색을 낸다. 다이아몬
과학과 기술은 우리의 삶 전반을 재편해 왔다.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열었고, 전기는 인간의 하루를 확장했다. 반도체는 디지털 시대를 만들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2021년, 국내 다이아몬드 산업에도 그런 혁신이 찾아왔다. 서울시립대 송오성 교수 연구팀과 KDT 다이아몬드(대표 강승기)가 손잡고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보석용 랩 그로운(Lab-grown, 실험실에서 성장한)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해외 의존도가 100%인 국내 다이아몬드 시장에 자립의 길이 열린 순간이었다.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주체로
이정표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길 위에 선 사람은 종종 비바람과 풍경에 취해 방향을 잊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100’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이정표 앞에 멈춰 서면 발걸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100번의 시도, 그 안에는 무게와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다. 어느새 깊고 단단해져 있는 100이라는 경계선 앞에 서니 묵직한 숨을 고르게 된다.연재 100회. 늘 막연하게나마 다다르고 싶었던 도착지이긴 했다. 2022년 5월 16일
‘커플링’은 연인이 쌍으로 맞춰 끼는 반지를 말한다. 주로 기념일, 생일, 밸런타인데이 등에 맞춘다. 그러나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용어인 커플링(Couple Ring)이 사실 ‘콩글리시’, 즉 한국식 영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꿔 말하면, 커플링은 원조가 한국이다. 순도 100% 한국의 주얼리 품목이다.해외 명품이나 브랜드의 경우, 반지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약혼반지와 결혼반지가 중심이다. 데이트하는 커플이 기념 반지를 맞추는 문화는 거의 없다. 서양에선 사랑, 헌신, 미래의 약속을 나타내는 ‘약속반지(Promis
반지는 작지만 특별한 물건이다. 둥글게 이어지는 형태는 ‘영원함’을 뜻하고, 피부에 가장 밀착되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물건이기에 ‘감정’을 품는다. 반지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약속의 증표로, 사랑의 상징으로, 혹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으로 다가온다.결혼반지는 한 사람과 인생을 함께하겠다는 맹세의 상징이고, 졸업 반지는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훈장이다. 또 누군가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스스로에게 선물하듯 반지를 끼운다. 이처럼 반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혹은 자신과의 내면적 관계를 이어주는 조용한 매개체다. 이런
1년 전인 2024년 7월 5일은 작가로서 잊지 못할 날이다. 첫 번째로 출간한 책의 첫 북토크가 있던 날이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서촌 서점에서 열렸던 북토크에는 실내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분이 참석해 주었다.그날 북토크가 시작하기도 한참 전에 가장 먼저 방문해 준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필자와 그림이라는 공통 주제로 같은 출판사에서 ‘명화를 그린 팔레트’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미술 교육자 이진희 저자. 책은 12가지 색을 통해 보는 명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뽀얀 얼굴에 맑은 인상, 그리고 팔목에 찬 동글동글한 구슬이 이
화합의 빛을 담은 ‘해율화(諧燏花)’라는 꽃이 있다. 화합할 '해', 빛날 '율', 꽃 '화'를 따서 해율화라고 이름 붙였다. 이 꽃은 향기를 품은 생화가 아니라 색채와 광채로 빛나는 주얼리 작품의 제목이다. 감각적인 색채와 화려한 빛이 돋보이는 해율화 브로치를 만든 임성옥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16년 ‘대한민국 국가 상징 디자인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무궁화ㆍ태극기ㆍ한글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칠보 등의 다양한 소재를 어우러지게 하여 주얼리로 형상화했다.또 다른 작품, ‘힐조화(詰朝花)’
보석은 단지 아름다운 돌일까? 투어멀린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다양한 색으로 산출되는 투어멀린은 ‘전기석(電氣石)’이라 불리며 이름에 걸맞게 특별한 에너지를 품은 광물이다.전기석은 열이나 압력을 받으면 양극과 음극이 생기며 미세한 전기를 발생시키는 성질이 있다. 마치 자연이 만든 배터리처럼, 고대부터 몸의 기운을 맑게 하고 에너지를 조화롭게 해주는 돌로 여겨져 왔다.‘전기’라는 에너지를 띤 이 보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파동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러한 흥미로운 보석의 특성을 바탕으로
진주는 인간이 발견한, 오래된 보석 중 하나다. 채굴하거나 깎아 만드는 다른 보석들과 달리 진주는 조개라는 생명이 길러낸 보석이다. 자연 그대로의 형태로 탄생하며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한마디로 바다라는 자연이 준 선물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진주는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면서 생명이라는 감성을 동시에 지닌 보석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그러나 우리가 진주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어쩌면 그 겉모습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작년부터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미국보석연구
한국의 ‘사군자(四君子)’가 보석으로 피어났다. 국내 대표 파인 주얼리 브랜드 골든듀가 한국 전통 미학의 상징인 사군자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헤리티지 컬렉션을 선보이며 사군자의 정수를 현대적인 주얼리로 구현해 냈다.특히 조선시대의 대표적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表庵 姜世晃)의 서화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동시에 담아낸 귀중한 시도다.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네 가지 식물을 일컫는 말로, 군자의 품격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회화 주제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군자의 도(道)를 발견하
금은 그 자체로 고귀하고 찬란한 빛을 발하는 존재다. 황금빛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듯한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다. 고대부터 금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으며, 돈의 형태나 보석으로 사용되었고, 그 가치는 세월에 따라 오히려 더 커졌다. 이런 이유로 금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누군가 굳이 녹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세상에 남아있는 주얼리가 될 수도 있다. ‘영원하다’라는 금의 지속 가능한 속성을 사랑한다는 이가 있다. 바로 ‘오, 알리스’라는 브랜드를 전개하는 성유진 주얼리 디자이너다.성 디자이너는 “금은 금
다이아몬드는 모두 같지 않다. 겉보기엔 반짝이는 보석이지만 그 구조 안에는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결정 구조의 ‘혈통’이 존재한다. 이를 구분하는 과학적 기준이 바로 ‘다이아몬드 타입(Type) 분류’다.최근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이 다이아몬드에 관한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Type IIa(타입 투에이)’라는 명칭이다. 언뜻 들으면 전문적인 보석감정사나 지질학자들만 알 법한 이 용어가 지금은 전 세계 고급 주얼리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의 성장과 명품 브랜드들의 가치 수호
캐리, 사만다, 샬럿, 미란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네 주인공은 어느새 우리에게 뉴욕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되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된 이 미국 드라마는 도시 여성의 삶, 우정, 커리어, 자아실현 등 다양한 주제를 대담하게 다루며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네 명의 여성은 각기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이들의 주얼리 스타일 또한 캐릭터만큼이나 뚜렷하게 다르다. 각자의 주얼리함을 열어보면 개성과 태도,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오브제임을 느끼게 된다.최근
보석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다이아몬드와 루비가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유색 보석이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파라이바 투어멀린(Paraiba Tourmaline)이다.파라이바 투어멀린은 단순한 푸른빛을 넘어 마치 심해에서 길어올린 네온 불꽃처럼 빛나는 독특한 색감을 지닌 보석이다. 실내와 자연광에서도 그 푸른빛이 선명하게 살아나며 마치 바닷속에 오로라의 조각이 결정된 듯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국내 주얼리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기다. 한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완연한 이 시기. 학생들은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고 사회 초년생들은 첫 출근을 준비한다. 새출발과 함께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 특별한 아이템을 찾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선택지가 역시 주얼리다.MZ세대에게 주얼리는 이제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다. 가치관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시그니처다. MZ세대가 첫 번째 주얼리를 고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무엇일까?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주얼리 브랜드 넘버링(Numbering)의 베스트 셀러를 통해 그
최근 컴백한 지드래곤(G-DRAGON)의 뮤직비디오 속엔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템이 있다. 그의 손가락을 장식한 반지다.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다. 무려 88억원짜리로 세계적인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콥앤코(Jacob & Co.)의 작품이다. 반지의 중심에는 최근 전 세계 부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희귀 보석이 있다. 바로 파라이바 투어멀린(Paraiba Tourmaline)이다.파라이바 투어멀린, 강렬한 네온 블루의 파란색파라이바 투어멀린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렬한 네온 색상이다. 구리(Cu)와 망간(Mn)의 함량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