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각종 디저트에서 잼, 샐러드 등에 사용
여름과 가을 사이 최애 과일로 등극(?)
왜 새삼스레 ‘무화과’ 일까
한참 지난 옛 가요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무화과가 익어가는 계절에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런 내용이다. 꽤 인기가 있던 노래였다.
당시만 해도 무화과는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받는 과일도 아니었다. 시대를 반영한다는 가요에 등장하니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우리 옆집의 무화과나무가 말썽이었다. 양쪽 집 담벼락을 차지했던 그 나무는 해마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곤 했다. 당시만 해도 '무화과'는 과일 축에 들지 못했던 게 틀림없다. 우리 가족 아무도 그걸 탐하지 않았으니까.
잘 익다 못해 철퍼덕하며 떨어지는 열매는 우리 집 담을 넘곤 했다. 어지간히 달콤했던 모양이다. 사림들은 외면하는 그걸 개미들이 달려들곤 했다. 해마다 무화과가 익는 계절이면 우리 집 마당은 으깨진 열매와 개미들로 진득거리고 어수선했다.
분명 먹는 과일이라고 알았거늘 선뜻 먹어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건 왜일까? 그랬던 무화과는 이제 감성까지 곁들인 사랑받는 과일이 되었다.
꽃이 없어 무화과(無花果)라는데
무화과(無花果)는 이름 그대로 ‘꽃이 없는 과일’을 뜻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과육 속의 붉은 씨앗 부분이 모두 꽃이라고 한다. 그 말인즉슨 '안에서 피는 꽃'이다. 볼수록 신비로운 이름을 가진 과일이다.
잘 익은 무화과를 자르면 단면 그 속의 붉은 결이 마치 꽃처럼 펼쳐지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선지 요즘 디저트에선 꽃이 만개하는 모습의 무화과가 올려진 걸 자주 볼 수 있다.
의외로 무화과의 역사는 길다.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에서는 풍요와 다산·생명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무화과는 한 그루에서 수많은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번식력과 생명의 상징이 되었나 보다.
또한 성경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과일 중 하나인 걸 보니 사랑받던 과일임이 분명하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후 무화과잎으로 몸을 가린 장면이 떠오른다. 학자들은 그래서 무화과잎이 ‘부끄러움’과 인간의 자각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어디 그뿐인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은 성경의 ‘선악과 장면’에 사과 대신 무화과를 그려 넣는 거로 유명하다. 열매의 둥근 형태와 은은하게 붉은 과육이 여성성과 풍요, 관능의 상징으로도 자주 사용되기도 했음이다.
동양에서도 그 의미는 비슷하다. 겉으로 꽃이 피지 않고 열매 안쪽에서 꽃이 피고 수정되는 독특한 구조 덕에 겉보다 속이 중요한 내면의 아름다움과 진실을 상징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후기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귀한 외래 과일로 치유와 회복을 돕는 약재로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랬던 무화과는, 요즘 감성·브런치 문화와 함께 ‘따뜻한 가을 과일’의 상징이 되어가는 중이다.
요즘 무화과의 인기는?

우선 감성적인 이미지다. 일단 색감부터 남다르다. 잘 익은 열매의 겉은 고혹적인 붉은 보라색과 연초록이 스며들어 있다. 속은 영롱한 루비 같은 붉은 과육이 자유분방하게 들어차 있다.
그래선지 예쁜 과일로 인스타나 핀터레스트 등 SNS에 자주 등장한다. 아름다운 색감이 감성적인 비주얼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제철 감성이다. 8~10월이 제철인 무화과는 짧은 순간의 달콤한 맛이라는 느낌이 있다. 계절의 감성을 담아내는 카페에서 계절 한정 메뉴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을 한정 무화과 타르트, 혹은 무화과 밀크티 같은 메뉴가 그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고급스러움이다. 예전에는 귀한 과일이었던 무화과, 이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이국적이고 앞서가는 느낌마저 드는 까닭이다. 그 옛날, 앞마당에 떨어진 무화과를 골칫거리로 취급했던 때를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다.
겉으론 평범해도 내면은 피어나는 화려함
그동안 무화과를 별생각 없이 먹었는데 이번 칼럼을 위해 정성 들여 그리다 보니 여간 이쁜 게 아니었다. 마치 씨앗은 별처럼 반짝이고 그걸 둘러싼 과육은 부드럽기에 그지없다.
안으로 꽃을 피우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도 있고 달콤한 흙 내음은 자연을 느끼게도 한다. 역시 과일이나 사람이나 내면의 풍요나 은은한 향기는 언제고 사랑받기 마련인가 보다.
아! 그리고 무화과는 장아찌나 수정과에도 어울린다고 하니 겨울이 오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볼까 한다.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