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근길에 뒤에 오는 자동차에 받힌 적이 있다. 차에서 내려 미안하다는 남자에게 어떡하다가 신호대기 중에 있는 차를 추돌했냐고 하니 어젯밤 잠을 설쳐 깜빡 졸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허리가 아픈데 교통사고까지 일어나 걱정이 되었다.다음날 평소 다니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교통사고 때문은 아니고 노화로 인하여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좀 더 버텨주어야 하는데” 하며 말을 흐렸다. 그리고 몇 가지 약을 처방해 주었다.집에 와서 그의 얘기가 다시 생각났다. 좀 더 버텨
그날, 나는 건축가의 독특한 감각이 돋보이는 두 개의 미술관을 찾았다. 하나는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이고 또 하나는 랑겐재단 미술관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근교 노이스 지역에 있는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미술관이다.우선 면적이 20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것도 놀랍지만 그 광대한 땅에 15개의 독립된 파빌리온을 지은 것도 색다르다. 미술관을 건립한 '칼 하인리히 뮐러'는 엄청난 노력을 들여 대지의 형태를 바꾸고 나무를 새로 심어 몇 세기 전 자연의 모습으로 미술관 주위를 새로 꾸몄다.관객들은
부자들은 자산을 축적한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여 흔히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자 중에도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분이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워런 버핏입니다. 버핏은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본받을 만한 어른입니다.세계적인 갑부임에도 불구하고 검소한 생활을 한다든가, 많은 금액을 사회에 기부한다든가 하는 건 우리나라 부자들이 좀 배워야겠습니다. 또한 자식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참고할 일이 많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뒤에는 항상 아버지가 있는 것처럼 워런 버핏도 그랬습니다.아버지 하워드 버핏은 워런이 어렸을
은퇴한 중년들이 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인생학교에선 수업이 끝난 후 대개 점심을 같이 먹거나 차를 한 잔 마신다. 이 시간에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생활 정보를 얻기도 한다.이렇게 은퇴 후에는 한 달에 몇 번씩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특히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여자들은 교제의 범위와 폭이 넓은데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은퇴를 앞두고 학교 친구 세 명에게 연락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점심을 먹은 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
새로운 사상이나 작물은 오해나 반발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커피가 그랬다. 16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에 유입되었을 때 사람들은 커피를 배척했다. 특히 당시 교황은 커피를 사탄의 음료라 규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상류층에서 커피가 소비되기 시작하였는데 여전히 여자들에겐 커피 마시는 게 금기였다. 이 같은 사실은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들으면 알 수 있다.이 곡은 커피를 좋아하는 젊은 딸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는 해로우니 마시지 말라고 수없이 당부하지만 딸은 ‘아버지, 너무
영어권의 격언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가족 간의 유대감은 다른 어떤 관계보다 끈끈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간경화로 간을 이식해야 하는 지인이 있는데 아들이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하여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아내의 친구 중에 신부전증에 걸린 아이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준 어머니도 있다. 이렇듯 가족은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 그런데 가족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홀로 자식을 키운 아주머니가 있었다. 자식들은 성장한 후 독립하여 나가 살고 아주머니 혼자 생활하다가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센터에 입원했다. 생활이 여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좀 떨어진 뒷산에 공원묘지를 조성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가까운 곳에 그런 시설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죽어서 집 가까이에 묻히면 가족이 방문하기도 쉽고 망자 또한 그러하기를 바라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다.그런데 며칠 후 우리 지역에 혐오시설의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거리에 걸렸다. 아파트 게시판에도 연판장이 올라왔다. 반대의 논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민원 때문인지 결국 공원묘지는 들어서지 못했다.오래전에도 같은 이유로 서초구
휴일 오후 같은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손자에게 연락이 왔다. 주식을 배우고 싶은데 지금 집에 가도 되냐는 물음이다. 갑자기 무슨 주식? 하다가 짐작이 갔다. 아마 내가 인생학교에서 금융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보고 싶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그럼! 하고 흔쾌히 응했다.얼마 후 도착한 아이를 반갑게 맞으며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일전에 약국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약국에 가서 비타민C 100정을 사겠다고 하니 약사가 가격이 7500원이라고 하며 약을 꺼내다가 6개들이 1박스를 사면 3
일전에 퇴직 예정 공무원을 상대로 은퇴 후에 할 일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다.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었는데 한 사람이 자기는 그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동안 쉬겠다고 한다. 나도 동감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열심히 일한 사람에겐 휴식도 필요하다. 다만 그 휴식 기간이 너무 길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너무 오래 쉬면 자칫 만사가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식도 막연히 쉬기보다는 3개월이나 6개월, 이렇게 기한을 정할 필요가 있다.강연을 마치면 대개 몇 사람이 곁에 와서 질문과 못다 한 이야기를 주고받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모임에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니까 한 친구가 ‘왜 그렇게 재수 없는 얘기를 하냐?’며 미간을 찌푸린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죽음은 두려움 때문에 입에 올리기 싫어하는 단어다.그러나 현인들은 우리가 죽음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지 실체를 알고 나면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과연 죽음 이후의 생은 어떤 모습일까? 성경에는 사람이 죽으면 몸은 자기가 생겨난 땅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느님께 돌아간다고 했다. 그가 한 행위로 심판을 받은 후 선한 사람은 천당으로 가고 악한 사
친구들과 술을 한잔 나누다가 헤어졌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튿날 비보가 들렸다. 한 친구가 버스를 타고 귀가하다가 심정지로 죽었다는 것이다. 운전기사가 종점에 도착해서도 좌석에 사람이 있어서 가보았더니 이미 숨져 있었다고 한다. 어제까지 유쾌하게 얘기를 나누던 친구가 하루 사이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것이다.오래전에 세상을 뜬 친구도 있다. 직장 생활이 한창인 40대에 간암 판정을 받고 치료와 재발하기를 거듭하다가 숨졌다. 몇 번의 수술을 거쳐 5년이 지난 후 이제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기뻐했는데 몇 년 후 다시 다른
일본에서 ‘아저씨 대여 서비스’가 유행이다.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진 ‘아저씨’를 시간제로 고용해 도움을 받는 서비스다. 매체의 보도로는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요리를 잘하는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는다든가, 2시간 동안 직장 경험이 많은 아저씨를 빌려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조언을 받는 것 등이다.얼마 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에 다니는 50대 직장인이 찾아온 적이 있다. 회사에서 명예퇴직제를 도입하는데 임금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년 때까지 근무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지금 명예퇴직금을 추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요구가 맞물리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미국 퇴직자협회 한 사람이 변호사협회를 찾아가 물었다. "시간당 30달러를 지급할 테니, 퇴직 노인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줄 수 있습니까?" 변호사들은 그렇게 저렴한 돈으로는 상담에 응할 수 없다며 "노"라고 거절했다.며칠 후 그는 변호사협회를 다시 찾아가 이렇게 물었다. "도움이 필요한 퇴직 노인들에게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줄 수 있습니까?" 그러자 그들은 적극적으로 "예스'를 외쳤다. 어떻게 무료가 30달러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전자의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죽음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다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으리라. 법정 스님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나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물론 범인에게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때는 그런 관계가 짐이 되기도 한다.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는 자신의 정원에서 키우던 콩 중에서 잘 여문 소수의 콩깍지가 전체 콩 산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나아가 소득 상위 20%의 사람이 전체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 슈마허의 마지막 유작 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슈마허가 미 대륙을 횡단하며 펼친 강연을 엮은 것으로 그가 여행 도중 사망함으로써 사후에 출판되었다. 그는 책에서 양의 수를 세다가 우를 범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인생을 살며 수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건 물욕을 버리라는 것이었지만 해가 바뀌는 요즘엔 나이를 세지 말라는 얘기로도 들린다.어렸을 적엔 어서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었으면 하지만 막상 성인이 되어선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우리 사회 어른들. 그러면서도 손 아래 젊은이
요즘은 강남 아파트를 부의 상징처럼 여기지만 오래전 강남은 서울 외곽의 변두리에 불과했다. 동대문 근처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을 반포로 옮기자 그렇게 먼 곳으로 이전하면 시민들이 불편해 어떻게 이용하냐는 기사가 신문에 날 때다. 사실 강남은 그때만 해도 압구정동이나 반포지구에 일부 아파트가 들어섰고 벌판에 먼지만 풀풀 나는 개발지였다. 집값도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다.나도 강북에 살다가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주공아파트를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해 이사했다. 비록 연탄을 사용하는 방 두 개의 아파트였지만 전세를 살다가 내 집을 마련
직장에서 은퇴한 후 지난 날을 돌아보니 그동안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중 일부라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지역사회를 위하여 뭔가 할 일이 없을까 찾다가 어느 날 지역방송에서 방송 진행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방송 진행자라고? 평소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어 서류를 갖춰 지원했다.방송국 대표와 인터뷰하는 날이다. 당시 대표는 KBS에서 오랫동안 뉴스를 진행했던 앵커였다. 그가 과거에 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대학 다닐 때 학비를 버느라 음악다방에서 DJ를 한 적은
아침에 신문을 펼치면 망인의 부고 소식이 거의 매일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살아생전 몸담고 있던 분야에서 나름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한때 잘 나가던 사람도 이렇듯 언젠가 그 순간이 온다. 그러나 사람들은 남의 일로만 치부하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좀처럼 수긍하지 않는다.물론 자기도 궁극적으로 죽는다는 건 인식하고 있다. 그래도 왠지 죽음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주제다. 중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의 입장이 되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대부분 사람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막연한 공포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우
직장인들은 사회에서 맺었던 인간관계가 은퇴 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한동안은 “어떻게 지내냐?”며 “밥이나 같이 먹자”라고 동료들에게 전화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나중에는 끊어지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삶이 있는 것이다.그제야 거주하고 있는 동네로 눈을 돌리는데 막상 아는 사람이 없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까 하지만 가족은 가족들대로 바쁘다. 차라리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익히는 것은 어떨까. 관심사가 같은 동호회에 가입하여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이렇게 맺은 인간관계는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향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살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물음도 필요하다. 죽음을 성찰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죽음을 공부하기 위해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쓴 책을 찾았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죽음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쓴 이다.내친김에 국립암센터에서 실시하는 호스피스 과정에 등록했다. 이 과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형 교육이 아니라 의료인, 즉 호스피스 완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