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제목 그 자체가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이자 잔혹한 변명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인간은 얼마나 쉽게 그 말을 믿고, 합리화하며 결국 행동으로 옮기는가. 영화는 한 남자의 균열을 따라가지만 그 여정에 쉽게 동화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관객은 그의 곁이 아니라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정말 어쩔 수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주인공 만수는 25년간 일한 제지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1년이 넘도록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출근길 지하철역 붐비는 플랫폼에 서서 발 디딜 틈을 찾는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 낯선 이와 어깨를 부딪히고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도로 위에서는 경적 소리가 귓가를 찌르고 옆 차선 운전자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현대인은 이렇게 감정적, 물리적으로 끊임없이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은 드물다. 업무와 관계에서 요구되는 책임, 사회적 시선과 평가, 경쟁 속에서 밀려나는 불안이 복합적으로 억제 장치가 된다. 화를 드러내는 순간 관계나 기회가 손상될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서고 결국 사람
‘슬픔의 삼각형’이 보여주는 권력은 위엄과 거리가 멀다. 과장되고 유치하며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영화는 날 것의 방식으로 그 민낯을 들춰낸다. 메스꺼움을 유발할 정도로 노골적이지만 그 노골성 덕분에 통쾌하다.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루벤 외스틀룬드(Ruben Ostlund)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는 패션모델 커플이 초호화 유람선에 초대되면서 시작된다. 부유한 손님들과 하층 노동자들로 구성된 이 공간은 상류사회에 대한 풍자를 넘어 권력이 어떻게 인간 사이에서 작동하고
요즘 많은 콘텐츠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추악하다” 또는 “착하게 살면 손해본다”는 명제가 유행처럼 소비된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지키는 사람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선은 결국 구원받고, 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오래된 진리를 정면에서 되새긴다. 선의가 악을 이기는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해숙은 천국에서의 생활 중 일련의 문제들로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형벌의 공간이 아니라 죄의 성격에 따라 분류되고 체계화된 세계다. 발설지옥, 초
한 숏영화 러닝타임 1시간 11분경, 하츠에 집 지붕과 마당 BEV. 가족 구성원이 모두 나와 하늘을 바라본다. 멀리 스미다강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아름다운 불꽃을 볼 수 없다. 폭죽 터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행복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본다.그 씬오사무는 쇼타와 유리에게 가짜 손가락 마술을 보여준다. 쇼타와 유리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즐거워한다. 할머니 하츠에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본다.이
구독 시스템은 처음부터 모든 걸 요구하지 않는다. 처음엔 편리함을 내세우고 가격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그 편리함에 익숙해진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용자가 시스템에 적응하면 어느 날 갑자기 익숙했던 기능에 제한이 생기고 불편함이 구조적으로 삽입된다. 그 불편을 없애는 방법은 언제나 같다. 업그레이드. 더 비싼 요금제.요즘 우리는 거의 모든 걸 구독한다. 음악, 영상, 뉴스, 심지어 감정 조절까지 대화형 시스템에 묻고 알고리즘에 맡기는 시대다. 그 과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편을 피하고 싶으면 더 내세요"라는 말을 받아들인다
한 숏영화 러닝타임 중반쯤, 종수 클로즈업. 종수는 남의 집 앞에서 해미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는다. 말소리는 없고 불안한 상황인 듯한 잡음만 흐르다 이내 끊긴다. 종수는 멍하니 바라본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듯 어리둥절함과 절망이 동시에 그 얼굴 위를 스친다. 그리고 슬며시, 알아차리지 못하게 화면의 초점은 종수에서 그 뒤의 배경으로 전환된다. 종수를 타이트하게 잡으면서도 초점은 말라붙은 나뭇가지와 아무렇게나 달린 나뭇잎, 낡은 양옥집에 가 있다. 피사체는 흐릿하고 배경은 또렷하다. 약
※ 이 글에는 에피소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불필요한 폭력과 잔혹함을 ‘현실적 묘사’로 포장한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추락’은 피 한 방울 없이도 현실의 불편함을 드러내고 그 자각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1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7이 공개 예정인 가운데 과거 시즌의 에피소드 또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실을 비추는 날카로운 상상력으로 회자된 ‘추락 (Nosedive)’은 시즌3의 첫 에피소드로 추천작 목록에 빠지지 않는 회차 중 하나다.주인공 레이시는 목표 평점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