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예측 <빅쇼트> 주인공
AI 기술주 풋옵션 매수에 고평가 논란 다시 부상
'과대계상' 주장하지만 현금흐름 당기순익 상회
허나 오픈AI 등 현금 창출 능력 아직 의심스럽다

작년 4월 칼럼에서 필자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NVDA)의 시가총액이 6조 달러를 상회할지 여부에 대하여 논의했다. 당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은 상태였다. 10월 말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는 세계 최초의 회사가 되었다. 

5조 달러라는 기념비적인 시가총액을 달성하자 언론의 집중 조명과 더불어 주가 고평가 논란이 쏟아졌다. 주가는 11월 3일 장중 211달러 고점을 터치한 뒤 14일에는 181달러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로 지수의 약 1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 주가가 흔들리자 나스닥과 S&P500 주가지수도 약세로 전환되었다. 

이러다 주가 상승추세가 종료하고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같이 주가가 된서리를 맞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최근 투자자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양자컴퓨터와 소형원전(SMR), 디지털자산재무(DAT) 전략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30%~50% 하락했다. 

AI 관련 기술주 고평가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였다. 2001년 닷컴버블 붕괴에 뒤이은 9·11 테러와 엔론 회계부정 스캔들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6.5%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1%로 내렸다.

<빅쇼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배경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실화 바탕의 영화다. /PREMIERE
<빅쇼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배경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실화 바탕의 영화다. /PREMIERE

사상 초유의 저금리에 직면한 부동산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2001년 17만 달러였던 미국 주택가격 중앙값(median)은 2007년 26만 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집값 상승으로 관련 산업도 부흥했다. 주택대출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채권인 MBS 시장이 만개했다. 이 채권에 금융공학을 적용한 각종 파생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미국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위험선호 투자자금이 미국 부동산 관련 채권과 파생상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저금리인 일본 엔화로 돈을 빌려 미국 주택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s)도 성행했다. 고수익에 들뜬 개인과 기관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미국 주택 관련 시장에는 사상 최악의 버블이 형성되었다.

은행은 소득도 직업도 자산도 묻지 않고 집만 있으면 마구잡이식으로 돈을 빌려주는 닌자(NINJA, no income, no job, and no assets) 대출을 연발했다. 그 결과 대출 변제능력이 없는데 저소득층에게 무리하게 돈을 빌려준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론이 급증했다. 심지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섞어 만든 금융상품도 절찬리에 팔렸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던 마이클 버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을 정조준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버리는 똑똑한 청년이었다. 명문 공립대학인 UCLA에서 경제학과 의학준비(pre-med) 과정을 전공하고 밴더빌트 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학위(MD)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 레지던트로 일했다.

하지만 마이클 버리의 관심은 의학보다는 주식시장에 있었다. 인터넷이 한창 꽃을 피우던 1996년 버리는 주식투자 전문사이트인 실리콘 인베스터(Silicon Investor)에 투자 관련 글을 게재했다. 가치투자에 기반한 버리의 종목 추천은 적중도가 높아 인기를 끌었다. 마침내 마이클 버리는 2000년 투자금을 마련해 헤지펀드인 사이언 캐피털(Scion Capital)을 설립했다.

주택시장에 버블이 한창 형성되던 2005년 마이클 버리는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MBS)에 기반한 신용부도 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s)를 매수했다. CDS는 일종의 부도 보험이다. 대출이나 채권이 부도가 나면 CDS 매도자에게 떠넘기고 부도로 인한 손실을 면할 수 있다. 보험 가입과 같이 매분기 일종의 보험료인 CDS 프리미엄을 매도자에게 지급한다.

마이클 버리는 교통사고가 빈발하면 차 보험료가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로 부동산 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 프리미엄이 오를 것으로 보고 CDS에 투자했다. 문제는 투자시점이 너무 빨랐다는 데 있었다. 그가 골드만삭스와 도이치은행 등으로부터 CDS를 매입한 2005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불거지기 2년 전이었다.

2년간 값비싼 보험료인 프리미엄을 꼬박꼬박 지급하면서 마이클 버리의 펀드는 부도 일보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CDS 거래 상대방을 설득해 겨우 버티는 데 성공했다. 2007년 유수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Bear Sterns)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와 관련하여 부도 위기에 처하자 CDS 가격이 폭등했다.

마이클 버리의 인내는 효과가 있었다. 영화 <빅쇼트>에 묘사되었듯이 그는 1억 달러의 이익을 남겼고 투자자에게도 7억 달러가 넘는 이익을 돌려주었다. 이 일로 그는 금융위기의 족집게 가운데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헤지펀드를 종료하였다가 5년 뒤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라는 이름으로 재개했다. 

마이클 버리 /연합뉴스
마이클 버리 /연합뉴스

이후에도 마이클 버리는 그의 트윗을 실시간 중계하는 계정이 생길 정도로 월가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통찰과 분석력을 높이 산 결과였다. 지난 3분기 미국 기관투자자의 투자 보고서인 13-F 리포트가 공개되자 마이클 버리는 언론의 전면에 재등장했다. 주도주로 시장을 이끌던 엔비디아와 팔란티어(Palantir)에 대규모 풋옵션을 매수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의 일종인 풋옵션(put option)은 해당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이다. 해당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면 풋옵션의 가치는 상승한다. 주가는 내렸지만 풋옵션 보유자는 주식을 여전히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버리의 풋옵션 보유는 그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5조 달러를 돌파하자 불안감을 느끼던 시장에 마이클 버리의 풋옵션 투자 뉴스는 울고 싶던 참에 빰을 때려준 격이 되었다. 이를 기화로 엔비디아와 기술주는 급격한 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이클 버리는 지난 분기 풋옵션 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듯했다. 당시 이들 주가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최근 헤지펀드를 청산했다.

그런데도 마이클 버리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익이 과대계상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GPU 매수와 서버 증설 등 고비용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 기업이 자산의 사용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감가상각비를 축소해 이익을 늘린 정황이 있다고 본다. 그가 예로 든 기업이 메타 플랫폼과 오라클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최근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오히려 당기순이익을 상회함을 볼 수 있다. 억지로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해 순이익을 부풀렸다면 현금흐름이 낮게 나와야 한다. 다른 주요 빅테크의 현금흐름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오히려 워런 버핏이 애착하는 대표적 가치주인 코카콜라의 경우 영업 현금흐름이 당기순이익보다 적다.

결국 현시점에서 빅테크의 재무활동을 점검한 결과 마이클 버리의 AI 주가 고평가 주장은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양호한 현금흐름이 멈추는 시점이다. 마이클 버리가 주장하는 대로 현재의 과도한 AI 인프라 투자가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이 역전되면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AI 고평가는 언제든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오픈AI 등 실제 AI를 적용하는 회사의 현금창출 능력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도로 건설 붐으로 건설회사 주가는 올랐는데 실제 도로에는 생각보다 차량 대수가 늘어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AI 고평가 논란이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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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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