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테면 와 봐라! 하는 듯 양팔을 벌리고 선 웅장하고 단단한 돌산협곡은 사막의 관문. 들판→협곡→사막 순으로 나타난다. 청춘의 나라 나미비아2017년 6월 27일 / Fish River Canyon / 웅장한 기슭이 다 드러나는 쾌청한 날씨나미비아는 나미브사막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아프리카 대륙 왼쪽 대서양 연안을 따라 1600km에 걸쳐 뻗은 붉은 사막 나미브. 왼손 손바닥을 뒤집은 모양의 기다란 나미비아에서 도로는 아주 단순하다. 국토 중앙에 있는 수도 빈트후크를 중심으로 몇 개 안 되는 국도가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이 도
2017년 6월 25일 오후 4:24말이 입 밖으로 나와서 어떤 말들은 흩어지고어떤 말들은 쌓여서 탑이 되고흩어진 말들을 되짚어본다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말들(내게로 와서 흩어진 말들도)—매일매일 은하수, 흩어진 말들 2017년 6월 25일 / 나미비아 국경 / 구름 대신 별이 빼곡하게 들어찬 밤하늘 10시간을 달려 나미비아 국경에 왔다. 한국에서는 차를 타고 하루에 10시간을 내달려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가봤던 가장 먼 거리가 서울 영등포에서 거제도 몽돌해변. 그때 예닐곱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장장 10시간을 내달려서 다른
2017년 6월 24일 / 케이프타운 공항 / 석양이 내 속처럼 타들어 가는 저녁이 길을 몇 번이나 가는지 모르겠다. 처음 케이프타운 공항에 내려서 여행을 시작하고는 다신 안 올 줄 알았으나 남아공 항공에서 내 캐리어를 안 보내주는 통에 거의 매일 공항에 출석 체크를 한다. “오늘 저녁 홍콩에서 오는 비행기에 보낼게요.” 다음 날 전화하면 “어? 안 왔네?” 이 대화를 닷새째 반복했다.오늘은 나미비아 비자가 나와서 바로 떠나려다가 공항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가보기로 했다. 오늘도 수하물 창구에서 한참 하소연하다가 마지막에는
2017년 6월 23일 / 볼더스 비치 / 반짝반짝 햇빛이 눈 부신 날케이프타운에서 남쪽 반도로 쭉 내려왔다. 이쪽에서 펭귄이 사는 볼더스 비치와 희망봉 두 군데를 갈 것이다. 볼더스 비치는 아프리카에서 몇 안 되는 아프리카 펭귄 서식지이다. 펭귄은 빙하가 있는 남극 북극에만 사는 줄 알았는데 남아프리카 해안가의 10~20℃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아프리카 펭귄도 있다. 울음소리가 당나귀(jack ass)와 비슷해서 자카스 펭귄이라고도 하고, 케이프 펭귄이라고도 한다.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입구에서 표를 사면 바닷가까지 평평한 덱이 이
2017년 6월 22일 / 케이프타운 V&A 워터프론트 쇼핑몰 / 비 왔다가 해났다가 변덕바닷가에 있는 워터프론트 몰로 향했다. 6월의 케이프타운은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바닷가라 그런지 낮에도 비가 몇 번이나 몰려왔다가 그치기를 반복한다. 견고한 주택가 담장은 시내보다 더 높아졌고, 위로는 뾰족한 창살과 전기 울타리가 삼중으로 둘러쳐졌다. 담벼락에는 썬더 스트록, 담장 넘다가 감전되는 도둑 그림 스티커. 좋은 집 구경하겠다고 껑충껑충하다가는 고압 전기 맞고 피카츄 되겠지?올림픽 공원의 넓은 초록색 잔디가 잘 가꿔져 있고 알록달록한
2017년 6월 22일 / 케이프타운 시내. 렌터카 Hertz 오피스 / 쓸쓸하고 쌀쌀한 초겨울케이프타운에 도착해서 묵은 우리의 첫 숙소는 에어비앤비. 시내 근처 조용한 골목에 단독주택과 멀끔한 빌라가 줄지어 있었고, 그중 여러 집이 숙소로 나와 있었다. 평창동 같은 아주 높은 담장의 부촌은 아니지만 큰길 뒤편으로 들어가면 작은 정원과 낮은 대문이 있는 번듯한 집들이 이어진다.세컨하우스로 돌리는 집이 많은 동네인가? Steven’s house인데 상세 주소가 안 나와서 간판이 있나 싶어 골목을 몇 번 돌다가,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2017년 6월 18일 / 우리 집 / 아직 새벽공기가 쌀쌀한 6월6월 18일 늦은 밤. 내일은 새벽 6시에 나가야 하는데… 아직도 처리할 것들이 안 끝났다. 나 진짜 내일 아프리카 갈 수 있을까? 결국 19일 00시가 넘었다. 마지막까지 솎아 내는 내 큰 배낭 짐. 길에서 버리는 한이 있어도 일단은 가지고 가자! 싶은 것만 넣었더니 큰 가방 하나, 작은 가방 하나, 캐리어 하나, 새벽 3시가 되었다.엄마가 자는 거실로 나갔다. 모기장을 헤치고 엄마의 이부자리로 들어왔다. 엄마는 2시간 뒤면 출근할 테고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할 터
안녕하세요. 윤마디입니다. 새롭게 연재하는 에서는 아프리카 배낭여행에서 그려온 그림을 드로잉북 그대로 내보입니다. 그림에는 20대의 바다와 사막, 방랑과 기한, 만남과 헤어짐. — 여행에는 정반대의 색들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땅을 걸어 나가며 그날의 햇살, 그날의 땀 냄새를 담아 하얀 도화지를 색칠했습니다.저는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여행을 했습니다. 대륙의 남쪽에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해서 70일간 북동쪽으로 올라가며 이집트에 도착했고, 이후엔 이집트에서 반년간 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