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팩트경제신문 15일 토론회 개최
대한치매학회·치매가족협회·변호사협회도 참여
이해 당사자 모두 모이는 최초의 공론화 장 기대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라는 치매를 병명으로 처음 제안한 일본의 정신의학자 쿠레 슈우조(呉秀三). 그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다.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라는 치매를 병명으로 처음 제안한 일본의 정신의학자 쿠레 슈우조(呉秀三). 그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다.

'치매(痴呆)'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의학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한자의 뜻을 보면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이다. 병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병으로 인해 나타난 증상을 폄하하는 용어다. 나이가 들어 인지 기능이 흐려지고 이로 인해 기억과 정체성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병인데 이를 두고 '바보스럽고 미련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셈이다.

더욱이 이 용어는 일본의 정신의학자 '쿠레 슈우조(呉秀三)'가 자국의 본래 치매 병명이었던 '치광(痴狂)'을 '치매'로 개정하면서, 일제시대에 국내로 들어온 병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자어권에서 중국·홍콩과 대만은 물론 일본조차도 이 용어가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 2004년에 일찌감치 '인지증'으로 고쳤다. 한자어권에선 한국만 고집스럽게 치매라는 병명을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제 의식에서 2011년 성윤환 전 의원이 발의한 '인지장애증'으로의 치매 병명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총 5건의 병명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매번 국회는 물론 정부의 무관심과 관성에 뒷전으로 밀려 폐기되고 말았다. '치매'라는 용어의 뜻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여론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더 이상은 반인권적 용어로 2차 피해를 입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던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한 문재인 대통령도 "치매라는 병명의 개정을 검토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팩트경제신문은 이를 위해 오는 1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치매 병명 개정 토론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는 치매 병명 개정과 관련된 기관과 이해당사자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앉는다. 토론회는 팩트경제신문이 주최·주관하고, 보건복지부(복지부)가 후원한다.

그간 치매 병명 개정에 대해선 많은 논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이해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입장을 조율하지는 못했다. 그간 인지장애증·인지저하증·실지증·인지증 등 다양한 대체 병명이 제시됐으나 학계·기관·단체의 상이한 의견에 마땅한 대체 용어에 대한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다. 

팩트경제신문이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한 달 간 진행한 '치매병명개정공모전'에 따르면, 국민 3000여명이 응모한 결과, '인지흐림증'이 대체병명 1위로 꼽힌 바 있다. 인지흐림증은 '명확하던 인지능력이 점점 흐려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존에 발의된 병명 개정안에서 제시했던 '인지장애증'이나 '인지저하증'에 비해 부정적 느낌도 완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인지흐림증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치매병명개정안으로 발의되기도 했다.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치매 대체 용어에 대한 선호도와 적절성 검토 그리고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5번째로 이루어진 개정안은 다시 국회를 떠돌 위기에 처하게 됐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팩트경제신문은 '치매 병명 개정, 무엇이 문제일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지연 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며, 대한치매학회 최호진 정책이사,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 회장,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이윤우 수석 대변인, 팩트경제신문 정경민 대표 등이 함께한다. 

또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축사를 진행하고, 숭실대학교 허준수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한다. 

이 의원은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부정적인 한자 뜻이 담긴 치매 용어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은 배가 되는 상황"이라면서 "다른 한자권 국가도 개정을 완료했는데, 국내만 피차일반 미뤄지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각 단체·기관의 입장을 한데 모아 병명 개정이 이뤄질 수 있는 큰 발판이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토론회를 주최·주관하게 된 정경민 팩트경제신문 대표는 "치매 병명 개정과 관련해 그동안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인 자리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머리를 맞대게 됐다"며 "병명 개정을 위해선 환자와 가족 등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 의료계, 학계 등의 활발한 논의가 필수적인 만큼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일반인 및 청중 참석이 어려우며, 토론회 내용은 사전 녹화 후 팩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팩튜버'에 이달 17일(금) 업로드 될 예정이다. 

치매병명개정토론회 포스터./팩트경제신문
치매병명개정토론회 포스터./팩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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