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수렴 후 용어 바로잡는 입법 필요
서울시 경우 노인→어르신 공식 명칭 변경
팩트경제에 시민들 4000여 아이디어 제안
'지우개증' '동심증' 등 의견 다양··13일까지

법률로 '치매'가 못박힌 것이 잘못된 용어를 바로잡는 정명(正名)에 큰 장애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팩트경제신문>이 치매병명 개정 캠페인을 진행중인 가운데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치매라는 용어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주도로 법률로 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입법 취지는 치매의 고통이 사회적 부담이 되는 것을 감안해 개별 법령을 제정해 특별히 관리하려는 것이었다. 또 개별 질환에 대해 별도의 법으로 관리하는 사례를 많지 않은 때로 입법 목적은 예방에 방점이 맞춰졌다.
지난 2008년 보건복지부는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체감도 높은 정책 마련에 나섰고 2011년 진수희 전 복지부 장관과 당시 여당 의원들이 치매예방관리법의 제정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가 7년 전인 2004년 이미 치매라는 용어를 "불쾌감과 경멸감을 주는 말"로 규정하면서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꾸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입법 과정에서 해외사례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일본에서 '인지증'이 공식 용어로 정립되는 과정을 보면, 의회가 아닌 후생노동성 차원에서 이뤄졌다. 당시 온라인 여론 수렴 결과 '인지장애'가 1위였지만 치매와 관련 없는 실어증의 개념도 포함하고 있어 2위인 인지증으로 결정됐다.

잘못된 용어에 대한 정명(正名)은 이처럼 정부나 대통령 또는 지방자치 단체장이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국내 사례도 없지 않다. '노인(老人)'이라는 용어를 순 우리말인 '어르신'으로 변경해 행정부서 명칭으로 사용 중인 서울시청이 대표적이다.
노인이라는 말이 차별을 일으킨다는 지적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본에서 들어온 '실버'를 '어르신'으로 바꿔 '어르신행복타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어 2011년 재보궐 선거로 취임한 박원순 전 시장이 여론 수렴을 통해 '복지기획관' 산하 '노인복지과'를 '어르신복지과'로 개명하면서 서울시의 공식 용어로 정했다.
반면 치매의 경우 병명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고 용어가 잘못됐다는 문제 인식도 크지만 정부가 법률에 발목이 잡혀 '국가치매책임제' '중앙치매센터' 등의 용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병명 개정을 위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현재 21대까지 법안이 다수 발의 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지장애증' 용어로 개정하고자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장애'라는 단어가 포함돼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팩트경제신문이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해 진행하는 치매병명개정 공모전엔 8일 기준 약 4000개의 대체 병명이 제안됐다. '뇌퇴화증', '인지증', '인지장애증' 등 병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도 많았지만, 의외로 '지우개증' '동심증', '귀아병' 등 은유적인 표현들도 많이 응모됐다.
한편 이번 치매병명개정 캠페인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각계 전문 기관과 전문가가 함께한다. 공모전은 오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심사를 통해 현금 200만원과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상품도 주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