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총 5건 '치매병명 개정안' 발의
현재 3건은 임기만료폐기, '총 2건 만 남아'
김두관·이종성, 인지저하 및 인지흐림 발의
문 대통령 "치매 병명 개정해야", 직접 언급

현재 국회에는 총 두 건의 치매병명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치매를 '인지저하증·인지흐림증'으로 바꾸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먼저 지난 6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인지저하증'은 4개월째 국회 계류 중이다. 이달 1일에는 '인지흐림증'이란 병명 개정안도 국회에 추가 발의됐다. 인지흐림증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팩트경제신문에서 국민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매 병명 개정 공모전'을 통해 뽑힌 1위 수상작을 법안으로 발의했다.
두 개정안 모두 '어리석다'는 부정적인 뜻을 가진 치매 병명을 개정하자는 취지로 발의했다. 치매는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의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신의학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쿠레 슈우조가 독일에서 만든 Dementia(디멘시아) 용어를 일본어로 번역해 사용하기 시작한 병명이라, 일제 잔재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①인지저하증
인지저하증은 지난 2017년 당시 김성원 의원이 먼저 병명 개정 법안을 낸 적이 있다. 최근 6월 김두관 의원까지 총 두 차례 개정안이 발의됐다. 앞서 나온 개정안은 현재 임기만료폐기 상태다. 김두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재 1차례 검토보고서까지만 나와있는 상황이다. 두 법안 모두 상임위 통과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발의된 김두관 의원의 '인지저하증'으로의 병명 개정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치매 명칭을 바꾸자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명칭 변경이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시키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 검토보고서를 통해 '인지저하증' 대체 병명에 대해 "치매를 인지저하증으로 변경할 경우, 치매선별검사 결과 인지기능이 다소 저하된 상태이지만, 정밀검사 결과 치매로 진단되지는 않은 인지저하 상태(치매 고위험군으로 분류)와 혼동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 외 기존 정신·신경의학 분야에서 이미 사용 중인 경도인지장애(병명코드·F06), 인지기능 및 자각에 관련된 증상(병명코드·R41) 등, 노인성 질환으로서의 치매와는 다른 ‘인지기능과 관련된 병명’들과도 혼동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어 "캠페인 등을 통해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병명 변경에 대해서는 보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사실상 병명 개정안을 거부했다.
또한 인지저하증은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대국민 치매 병명 인식 조사'에서도 '치매 대체 병명'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국민 44%가 치매 병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체 용어로 국민 31%가 인지저하증을 꼽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지저하증의 '저하'도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의견이 나왔다.
팩트경제신문이 지난 8월~9월 한 달간 실시한 치매 병명 개정 공모전에선 인지저하증 조차도 환자 입장에서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을 가진 '저하'가 부정적이다'며 저하 대신 '흐림'이란 단어를 사용해 '인지흐림증'을 대체 용어로 제안한 사례도 나왔다.
②인지흐림증
팩트경제신문이 병명 개정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치매 대체 병명 1위는 인지흐림증이다. 특히 심사에는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 박건우 치매학회장, 이윤우 변호사, 박수진 시인 등 현직 전문가가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인지흐림증을 제안한 참가자들은 대체로 '인지저하증'보다 부정적인 의미가 덜 하면서도 병에 대한 설명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며 인지흐림증을 선택한 이유를 제시했다. 실제 전문가도 "흐림이라는 표현 자체가 병 자체를 설명하기 적합하다"며 "순 우리말이기에 부정적인 느낌이 덜 하다"고 평가했다.
인지흐림증은 이달 1일, 법안 발의가 끝난 상태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치매 병명 개정을 통해 치매 환자 및 가족들이 겪고 있는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해 적극적인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고자 한다"라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 부칙에는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등에 포함된 '치매' 용어를 '인지흐림증'으로 개정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지난 10여년 간 국회를 통해 총 5건의 치매 병명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앞서 발의된 총 3건의 개정안은 모두 임기만료폐기 상태다. 현재 남은 개정안은 총 2건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치매 병명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이제 '치매'라는 용어를 새롭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17번째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역점을 둬온 '치매 국가책임제'의 성과 등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 문제"라고 규정하며 '치매 국가책임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2일 한 요양원에서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치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한 요양원 종사자는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치매'를 대신할 새 용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당시 문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치매'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함에 따라 관련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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