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의 식탁이 달라지고 있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왜 먹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식사는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지구 환경과 사회적 책임이 반영된 하나의 행동이 되었다.미식의 중심지였던 유럽과 미국의 레스토랑들은 이제 ‘맛’보다 ‘가치’를 내세우며 채식 위주의 메뉴, 지역 순환형 식재료,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철학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영국 런던의 레스토랑 ‘Silo’는 세계 최초의 음식물쓰레기 제로 레스토랑을 선언했다. 모든 재료는 지역 농가로부터 공수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화된다.뉴욕의 ‘B
올 테면 와 봐라! 하는 듯 양팔을 벌리고 선 웅장하고 단단한 돌산협곡은 사막의 관문. 들판→협곡→사막 순으로 나타난다. 청춘의 나라 나미비아2017년 6월 27일 / Fish River Canyon / 웅장한 기슭이 다 드러나는 쾌청한 날씨나미비아는 나미브사막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아프리카 대륙 왼쪽 대서양 연안을 따라 1600km에 걸쳐 뻗은 붉은 사막 나미브. 왼손 손바닥을 뒤집은 모양의 기다란 나미비아에서 도로는 아주 단순하다. 국토 중앙에 있는 수도 빈트후크를 중심으로 몇 개 안 되는 국도가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이 도
1970년대 당시 심리학계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와 같았다. 행동주의, 인지주의, 정신분석 등 수많은 학파가 팽팽하게 맞서며 저마다의 심리 치료법이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도대체 사람이 변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치료법은 효과가 있고 어떤 것은 효과가 없는지, 그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마음의 스위치’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았던 것이다.심리학계의 이단아와 뱀 실험이때 스탠퍼드 대학의 젊은 거장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대
난주(蘭州)에서 돈황(敦煌)까지는 난신철로(蘭新鐵路, 난주~오로목제 烏魯木齊)의 일부분이며, 돈황선(敦煌線)의 일부로 거리는 약 1200km다.서안에서 출발하는 난신철로는 지반이 고르지 않고 무른 지형적인 이유로 과거에는 보통열차(열차 번호 K·T, 시속 120km 정도)만 운행하다 최근에는 D열차(동차 動車, 시속 250km 이내. 연재글 4번, 열차 종류 참조)가 추가되어 두 종류가 여객 기차로 운행된다.돈황까지 가는 길엔 북쪽으로는 동서로 1000km 너비 200~300km, 해발 4000m 이상의 기련산(祁連山)이 펼쳐져 있
주말이나 휴일이면 아내와 동네 뒷산을 오릅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뒷산으로 취급받지만 승학산이라고 하면 부산에서는 봄 철쭉, 가을 억새로 유명세를 가진 산이랍니다. 가벼운 복장으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등산화를 신고 올라야 하는 코스도 있답니다. 임도를 따라 걸으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아이들도 산책하듯 오를 수 있고, 경사진 길을 선택하면 등산하는 마음가짐으로 산을 타야 합니다.‘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 스님의 법구를 생각해 봅니다. 산은 산이지 물이 아니지 않은가? 물도 마찬가지인데 당연한 말인데 성철 스
부부 중 한 명이 댄스를 배운다고 하면 찬성할 배우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말해 봤자 안 통할 것이므로 그냥 얘기 안 하고 배운다. 공연히 얘기를 꺼냈다가 배우자가 반대했는데도 댄스를 배우러 나간다면 부부 싸움으로 번질 것이다.몰래 배우다가 들켰을 경우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열심히 댄스하는 사람들은 댄스가 남들 생각처럼 나쁘지 않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하다 보니 댄스가 건전할 뿐 아니라, 여러모로 재미있고 운동도 되니 계속하게 된 이유도 있다. 기량도 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다 보니 댄스에 대한 열
나는 이제껏 우리나라 메밀의 주 생산지가 강원도인 줄 알았다.아마도 이효석의 의 영향일 거다.한랭 작물인 메밀이 온난 지역인 제주에서 70% 이상 생산된다.그런 줄도 모르고 메밀을 말할 때 자연스레 강원도를 얘기해 왔다니···. 잘못된 정보의 입력은 그릇된 지혜를 만들고그릇된 지혜는 온갖 해악을 잉태한다.우리네 정치인, 정치사가 그를 증명한다.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법으로 흥한 자 법으로 망하고,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는 진리는잘못 입력된 지식과 그릇된 지혜의 결과일 것이다.여성경제신문 한익종 발룬티코노
신라에 금관이 있다면, 백제에는 금동관이 있다. 청동에 금을 입혀 만든 금동관(金銅冠)은 정교한 세공 기술과 미적 감각, 그리고 백제 왕실의 품격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문소이 디자이너가 금동관을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사용하여 현대적인 주얼리로 되살렸다.‘금동관을 쓴 호랑이’ 컬렉션이 최근 런던 첼시 올드 타운 홀(Chelsea Old Town Hall)에서 열린 문소이 디자이너의 전시회(11월 5일~8일) 대표작으로 포스터를 장식했다.전시회가 열린 첼시 지역은 고급 주거지가 밀집한 곳으로 런던의 예술과 라이프 스타일의 중심지다. 1
가을을 넘어 겨울로 가는 길목에 단풍이 한창인 설악산을 품은 강원도 속초로 향했다. 이번 나들이는 단풍보다는 항구 풍경이 궁금해서 나선 길이다. 속초항 인근의 ‘오징어 난전’으로 향했다. 불친절한 몇몇 상인 때문에 오징어 난전이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래도 그곳은 바다 내음과 사람 사는 냄새가 섞여 묘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오징어를 썰고 양미리를 굽는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출렁이는 파도를 안주 삼고 있는데, 불청객이자 이 구역의 터줏대감인 갈매기 떼가 눈에 들어왔다.왠지 귀여운 듯 성깔 있어 보이는 갈매기. 나는 슬그머니
캠핑장에서 겪는 난감함은 대체로 샤워장에서 생긴다. 오늘 캠핑장의 샤워 시스템은 정말 최악이었다. 코인 50센트짜리 두 개를 넣으면 6분 샤워가 가능하다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친 상태에서 동전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그러니까 속옷도 벗고, 수건도 걸어두고, 샴푸 뚜껑도 열어둔 뒤, 일종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동전을 넣어야지 버튼을 누를 새도 없이 물이 쏟아지고 6분 카운트가 시작된다. 문제는 샤워 칸막이 밖에 동전을 넣는 기계가 있다는 것. 아니, 대체 알몸 쇼를 하라는 건가? 다들 어떻게 한다는 거
여러분은 가난한가요, 아니면 부자인가요?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부자인가, 얼마나 없어야 가난한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5층 건물에서 한 달에 몇십억원의 월세를 받고 있다는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들어오는 길에 문득 부자와 가난의 요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매달 조금씩 오르는 부모님의 요양원비, 통신비···. 들어오는 것에 비해 나가는 게 많은 내 빠듯한 살림에 비하면 무엇이 걱정일까 싶으면서도 얘기를 듣다 보니 내가 위로하고 있는 꼴이 됐다. 가졌으면 가진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런저런 걱정 속에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
6년 전. 파리의 9월 어느 날. 기온이 낮진 않았지만 바람이 제법 불던 날이었다. 걸치고 있던 외투는 날씨의 심술 앞에서 무력했다. 파리 도심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던 나는 그날의 스산한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외투를 사 입기로 결심했다.두리번거리던 중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UNIQLO(유니클로)였다. 여행의 장면들을 화보처럼 남기길 원했던 ‘감성 여행자’의 자존심은 차가운 바람 앞에 힘을 잃었다. 그 순간 만난 유니클로 빨간색 간판이 어찌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한달음에 매장으로 달려갔다. 구매 포인트는 단순했
2017년 6월 25일 오후 4:24말이 입 밖으로 나와서 어떤 말들은 흩어지고어떤 말들은 쌓여서 탑이 되고흩어진 말들을 되짚어본다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말들(내게로 와서 흩어진 말들도)—매일매일 은하수, 흩어진 말들 2017년 6월 25일 / 나미비아 국경 / 구름 대신 별이 빼곡하게 들어찬 밤하늘 10시간을 달려 나미비아 국경에 왔다. 한국에서는 차를 타고 하루에 10시간을 내달려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가봤던 가장 먼 거리가 서울 영등포에서 거제도 몽돌해변. 그때 예닐곱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장장 10시간을 내달려서 다른
‘단풍이 절정’은 이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부터 동네 뒷산, 공원과 집 앞 가로수까지 울긋불긋 고운 이불을 덮어쓴 것처럼 색 잔치다.산의 약 20%가 물들면 첫 단풍이 들었다고 말하고, 80% 정도가 물들었을 때를 절정이라 한다니 앞으로 며칠간 붉게 물든 나뭇잎들을 바짝 감상해야 한다. 올해는 늦더위로 예년보다 1주일 이상 단풍 드는 시기가 늦었다고 하니 가을과 동격인 단풍을 기다렸던 마음과 금방 사라질 거라는 아쉬움에 이 시간이 귀할 뿐이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단풍은 날씨의 변화로 식물의 녹색 잎이 붉은색이
5월에 태어난 손주는 다음 해 3월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채 걷지도 못할 때였다. 적응 기간 한 달 동안 첫 주는 1시간, 둘째 주는 2시간, 이런 식으로 집 떠난 생활에 적응해 갔다.보내고 돌아와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데리러 가는 지경이었지만 들여보내고 오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비슷한 또래의 사내아이 셋이 같은 반이었다. 등원 시간이면 어린이집 정문이 ‘통곡의 문’이 된다는데, 손주는 울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적응을 잘했다.살아가는 데 신조가 많은 편인데, 무슨 일이든 ‘처음 일주일이 힘들다’는 것도 나의 신조다. 게
시니어들과 두 시간가량 서울 여러 길을 걸으면서 건축과 역사 이야기를 나눈 지 몇 년이 되었다. 그동안 다녔던 길마다 특징이 있다. 우이신설선 삼양역 인근에 문을 연 지 50년이 넘은 황해이발관에서 시작해서 화계역 인근에 있는 삼양탕까지 이어지는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다.삼양탕도 문을 연 지 50년 정도 된 목욕탕이다. 삼양동 골목에는 작은 봉제공장도 많고 실이나 단추 전문 업체도 있다. 아직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문설주에 주인장 이름을 돌에 새겨 문패를 걸어둔 집도 만날 수 있다.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한참 지난 옛 가요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무화과가 익어가는 계절에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런 내용이다. 꽤 인기가 있던 노래였다.당시만 해도 무화과는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받는 과일도 아니었다. 시대를 반영한다는 가요에 등장하니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아주 오래전 일이다. 우리 옆집의 무화과나무가 말썽이었다. 양쪽 집 담벼락을 차지했던 그 나무는 해마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곤 했다. 당시만 해도 '무화과'는 과일 축에 들지 못했던 게 틀림없다. 우리 가족 아무도 그걸 탐하지 않았으니까.잘 익다 못해 철퍼덕하며 떨어지는
2021년 국내에서 개봉한 미국의 로저 미첼 감독의 작품으로, 수잔 서랜던, 케이트 윈즐릿, 미아 바시코프스카, 샘 닐 등의 명배우들이 출연했다.가끔 화제가 되는 사전 장례식과 존엄사를 다룬 영화다. 존엄사는 법적인 문제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사전 장례식은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행사다.주인공 릴리(수잔 서랜던)는 두 딸의 엄마이자 의사 남편의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중이다. 어느 날, 자신이 치명적인 말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악화하기 전에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존엄사를 선택하
지난주에 설악산에 갔다가 너무 일러 단풍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아쉬워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전북 무주 덕유산이다. 이런, 아직도 단풍은 제대로 물들지 않았고, 덕분에 충청도 가을 여행만 실컷 했다. 오히려 더 좋았다.이 가을 공주 공산성은서울에서 덕유산까지는 세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일찍 도착해 봐야 만날 사람도, 할 일도 없다. 마침 공주를 지난다. 옆으로 빠져 커피 한잔하며 가을 냄새나 맡아봐야겠다.카페를 찾다 보니 공산성까지 왔다. 백제 도읍 웅진의 성(城)이자 금강을 끼고 있는 요새다. 산성이 올려다보이는 멋진 카페
치과에서 구강내과란?과거엔 치과라고 하면 대부분 충치 치료, 스케일링, 임플란트 혹은 사랑니 발치 등만을 떠올리셨습니다. 근래에는 조금 더 영역을 넓혀서 심미적인 치료 등도 포함해서 생각하십니다.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치과 영역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전문 과목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로 ‘구강내과’입니다.단어만 들으면 “내과? 치과인데 왜 내과가 있지?” 하고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구강내과는 이름 그대로 구강과 관련된 질환을 수술 없이, 약물 치료나 기능적 치료를 통해 관리하는 분야입니다.피부과에서도 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