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저하증과 팽팽한 경쟁…'저하'보다 '흐림' 선호
인지저하증·잊음증·해미증·실지증·동심증 우수상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새 병명개정안 발의 예고
치매어르신찾기 캠페인 이어 12월 디멘시아포럼

'인지흐림증'
<팩트경제신문>이 지난달 6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진행한 '치매병명개정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새 병명 제안이다. '치매(癡呆)'는 한자어로 '어리석을 치(癡)'에 '미련할 매(呆)'를 써서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인 데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을 겪는 환자에게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는 반 인권적 용어다. 이를 알기 쉬우면서도 중립적 의미를 담은 새 병명으로 바꾸자는 취지로 <팩트경제신문>이 공모전을 시작했다.
인지흐림증은 '명확하던 인지능력이 점점 흐려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치매학회장이자 고려대 의대 노인건강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건우 교수는 인지흐림증에 대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직관적이면서도 기존에 발의된 병명 개정안에서 제시했던 '인지장애증'이나 '인지저하증'에 비해 부정적 느낌도 완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3명이 동일한 이름을 제안했으며 이 가운데 대상 상금 200만원은 가장 먼저 등록한 응모자에게 주어진다. 나머지 두 명의 응모자에겐 스타벅스 상품권을 제공한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치매 병명 개정 캠페인] 공모전 시상식 /팩트경제신문
이어 우수상 5개 제안으로는 '인지저하증', '잊음증', '해미증', '실지증', '동심증'이 차지했다. 우수상 수상자 5명에겐 시가 50만원 상당의 SK매직 공기청정기가 부상으로 수여된다.
인지저하증은 기존 병명 개정안에서 제안된 대체 병명으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진행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치매 대체 용어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 공모에서도 48명이 동일한 병명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수상자는 가장 먼저 등록한 응모자이며 선착순 기준 12명에게 스타벅스 상품권이 제공된다.
'잊음증'은 병을 직접적으로 설명한 순우리말이다. 병명을 제안한 응모자는 "치매란 일상을 잊어가는 병이라서 해당 명칭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해미증'은 순우리말이면서 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치매 대체어다. '해미'란 바다 위에 낀 안개라는 뜻이다. 뇌를 바다에 비유해 뇌 속에 안개가 낀 듯 흐려진 증세를 표현했다. '실지증'은 대만에서 현재 치매 대체 병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동심증은 '아이와 같은 상태로 인지능력이 되돌아가, 어떤 근심 걱정도 없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역시 같은 이름을 제안한 사람이 복수일 때는 먼저 등록한 응모자가 수상자로 선정됐고 나머지 응모자에겐 스타벅스 상품권이 우송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난 2017년, 권미혁 전 의원이 실제 병명 개정 법안을 발의했을 때 제안한 '인지장애증', 순우리말과 한자를 함께 사용한 '인지그늘증', 물안개라는 뜻을 가진 '수연증', 뇌의 기억이 하얗게 변한다는 뜻에서 '뇌백화증', 기억에 문제가 생겼단 것을 '구름이 끼었다'고 표현한 지운증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이번 공모전에는 한 달여 기간 동안에만 총 3371건의 제안이 접수돼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제안엔 다양한 사연도 담겼다.

공모에 참여한 신연경씨는 인지장애증이라는 치매 대체 병명을 제안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신씨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어르신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써, 이 분들에게 치매환자라고 부르는 것은 반 인권적"이라면서 "치매환자를 지켜본 결과, 치매라는 부정적 인식에 사로잡혀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병이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보자 김병찬 씨는 "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신다"면서 "치매 병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분별한 일본의 잔재를 받아들이자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뜻도 어리석다는 의미인데, 하루 빨리 우리만의 언어로, 순화된 의미가 담긴 병명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팩트경제신문>과 각 기관·학계 단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응모된 대체 병명을 총 5개 카테고리로 나눠 정리했다. 5개 카테고리는 △한자어이면서 병을 설명하는 용어 △한자어이면서 은유적 표현을 담은 용어 △순우리말이면서 병을 설명하는 용어 △순우리말이면서 은유적 표현을 담은 용어 △한자와 순우리말을 섞어 쓴 용어 등이다.
먼저 치매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5개 카테고리에서 30개 제안을 추렸다. 이어 2단계로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에게 각각 보내 각자 10개의 병명을 뽑아 순위를 매기도록 했다. 이렇게 모인 9명의 심사 리스트를 점수로 환산해 최종 대상을 선정했다. 9명의 심사위원단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권미혁 전 의원 △박건우 치매학회장 겸 고려대 의대 교수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이윤우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변호사 △박수진 시인 △손해보험협회 △정경민 팩트경제신문 대표 등이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종성 의원은 "짧은 기간에 3000건이 넘는 제안이 들어온 건 물론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아 놀랐다"며 "치매라는 병명을 이번엔 꼭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느껴졌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에 대상을 차지한 인지흐림증으로 치매병명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팩트경제신문>은 이번 공모전에 응모한 제안을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다. 이후 국회와 함께 지난 10여년 동안 개정되지 않았던 치매 병명 개정 법안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팩트경제신문>은 또 16일부터 중앙치매센터 및 경찰청과 손잡고 '실종어르신찾기' 캠페인도 시작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어르신 실종 신고는 지난해 1만2272건이 접수됐다. 하루에 34명 꼴이다. 지난 2015년 9046건에서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팩트경제신문>은 오는 12월 10~12일 에코마이스와 공동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국내 최대이자 유일의 치매 전문 포럼인 'K-디멘시아 포럼' 행사도 연다. 이번 포럼엔 각종 시니어 의료산업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도 함께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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