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인지 저하 지연 실패
J&J·UCB 타우 표적 치료제 잇단 무산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의 임상시험에 실패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24일(현지시간)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evoke 및 evoke+ 임상 3상 1차 분석 탑라인 결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 ‘세마글루타이드’가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두 임상은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총 3808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준 치료에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추가했을 때 위약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알츠하이머 관련 생체지표 일부를 개선하는 효과는 나타났지만 환자의 인지 저하 속도를 최소 20% 늦추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 또는 경도 치매가 있는 55~85세 환자를 대상으로 한 evoke 임상에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은 기존 적응증 임상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 노디스크의 최고과학책임자(CSO) 겸 연구개발 부사장인 마틴 홀스트 랑게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미충족 수요와 여러 지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세마글루타이드의 잠재력을 탐구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능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2형 당뇨병, 비만 및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evoke 및 evoke+ 임상시험의 1년 연장 기간은 전체 연구 대상 집단에서 관찰된 효능 결과에 따라 중단될 계획이다. 두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는 내달 3일 미국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컨퍼런스(CTAD)에서, 전체 결과는 내년 3월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컨퍼런스(AD/PD)에서 발표된다.
같은 날 존슨앤드존슨(J&J)도 자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포스디네맙’이 임상에서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J&J에 따르면 임상 2상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학적 요소인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포스디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임상적 악화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J&J가 임상 실패 발표와 함께 관련 연구 중단을 선언하며 타우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가 난치성 신경퇴행성 질환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설도 치명타를 입었다. 지난해 벨기에 제약사 UCB가 로슈·제넨텍과 공동 개발하던 타우 항체 ‘베프라네맙’ 역시 임상 2상에서 실패했다.
잇따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 실패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덴마크 증시에서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장중 11%까지 급락했고 5.79% 하락한 287.0 덴마크크로네에 거래를 마쳤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