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당시 심리학계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와 같았다. 행동주의, 인지주의, 정신분석 등 수많은 학파가 팽팽하게 맞서며 저마다의 심리 치료법이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도대체 사람이 변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치료법은 효과가 있고 어떤 것은 효과가 없는지, 그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마음의 스위치’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았던 것이다.심리학계의 이단아와 뱀 실험이때 스탠퍼드 대학의 젊은 거장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대
체면이 깎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감정적 충격과 마비 현상이다. 마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과 굴욕감이 압도한다. 이러한 감정은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동반하여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심장이 거세게 뛰고,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되는 듯한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짧은 충격이 지나가면, 뇌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해석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인지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반문과 함께, "이것은 공정한 비판
"방 좀 치워!"아빠의 말을 듣는 순간, 방금 '아, 이제 슬슬 방을 치워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아이는 갑자기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진다. TV 채널을 돌리다 "이 프로그램은 폭력성을 포함하고 있으니 청소년의 시청을 금합니다"라는 붉은색 경고 문구를 보면, 왠지 그 프로그램이 더 궁금해진다.우리에겐 누구나 이런 청개구리 심보가 있다. 하려고 했던 일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어지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이 흥미로운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청개구리 심보의 정체, 심리적 반발 이론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반발 이론(Ps
리더의 자리는 끝없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팀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 딜레마는 더욱 깊어진다. 팀의 성과와 개인의 성장을 위해 잘못을 지적하고 방향을 바로잡아주어야 하는 것은 리더의 분명한 책무다.하지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선한 의도는 종종 ‘꼰대’라는 냉소적인 낙인으로 되돌아오기 일쑤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리더는 점점 입을 닫게 되고, 꼭 필요한 피드백마저 포기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꼰대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이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이미 유효기간이 끝난
당신이 공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라고 상상해 보자. 공장을 순찰하던 중, 머리 위에 선명한 금연(No Smoking) 팻말이 걸려있는 구역에서 직원 몇몇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회사 규정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이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들에게 다가가 "이봐요, 저기 걸려있는 팻말도 안 보입니까!"라며 소리치겠는가? 아니면 규정 위반으로 즉시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겠는가?철강왕 찰스 슈왑도 이와 똑같은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그는 화를 내거나
언제부턴가 직장에서는 리더포비아(Leader Phobia)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공감을 얻는 현상이 되었다. 리더포비아는 단순히 승진에 관심이 없는 현상을 넘어, 관리자라는 역할 자체가 주는 압박감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려는 세태를 말한다.팀의 성과에 대한 무한 책임, 상사와 팀원 사이에 끼인 신세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많은 이들이 리더의 자리를 손사래 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을 다루는 일’, 특히나 팀원에게 껄끄러운 피드백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이런 말 했다가 꼰대 소리 들으면 어떡하지?’, ‘괜히 말했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최근 몇 년 사이 조직을 소리 없이 잠식하고 있는 이 낯선 용어는 더 이상 일부 젊은 세대의 얄미운 요령이 아닌, 시대적 현상이 되었다. 조용한 퇴사란 실제로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는 행위는 아니다. 직장에 소속은 되어 있으되, 계약서에 명시된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며 마음은 이미 떠나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추가적인 헌신이나 열정을 일에 쏟지 않고,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안에서만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소극적인 저항이다.몇 년 전,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서는 “일이
당신이 한 대기업의 신임 구매 총괄 책임자로 부임했다고 상상해 보자. 새로운 부서 환경에 적응하며 전국의 수십 개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구매 현황을 차근차근 파악해 나가던 중, 당신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사무용품부터 공장의 소모품까지, 수천 가지가 넘는 물품들이 각기 다른 가격과 규격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이었다.기존 구성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문제라고조차 인식되지 않던 일이었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 이는 명백한 비효율과 낭비였다. 당신은 이 뿌리 깊은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화 에서, 기자 로이스 레인은 마침내 슈퍼맨의 정체를 추적하여 그의 고향 스몰빌까지 도달한다. 한 언론인의 집요한 추적 끝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특종이 그녀의 손에 잡히기 직전의 순간이다.슈퍼맨, 클락 켄트는 그녀를 자신의 양아버지, 조너선 켄트의 묘지 앞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들의 초인적인 힘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희생을 선택했던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담하게 들려주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아버지는 세상이 제 정체를 알게 되면··· 두려움 때문에 저를 거부할 거라고 믿으셨어요. 세상이 아직 준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분명히 없으리라. 부드러운 어조로 여러 번 말했지만 들은 척도 않고 게임만 하는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말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나, 새로운 규정을 따르지 않는 직원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관리자의 답답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이럴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위협하거나, 보상을 내걸며 상대를 회유하려 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던가? 그때뿐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돌아서면 다시 원점이고 마음에는 상처와 반감만 남는다.또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에 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라는 고유한 섬이 생겨나고, 그 섬 안에는 자신만의 경험과 가치관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작은 세계가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자주 외롭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셜 미디어로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문득문득 깊은 고립감에 휩싸인다. 나의 섬 풍경을, 내 세계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타인의 저 섬 안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단절감이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외로움은 종종 부딪힘으로 이어진다. 각자의 섬에서 자신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은 나의 뛰어난 논리와 언변으로 상대방의 무지를 일깨워준 것일까? 아니면 상대방이 편견 없는 열린 마음으로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실과 논리를 따져본 뒤 현명하게 받아들인 것일까?이처럼 설득과 논쟁의 과정을 두고 사람들은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나는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이기고 지는 논리 싸움이자 자존심 대결로 보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은 진실, 더 현명한 판단에 도달하기 위해 서로의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며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의사결정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우리는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반대와 갈등에 직면한다. 야심 차게 준비한 기획안에 "이건 현실성이 없어요"라며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동료로 인해 마음 상할 수 있고, 계약서에 없던 기능을 추가해달라며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고객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고 협력을 얻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마음은 답답하고 초조해져서,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려다 보니 자꾸만 말이 많아진다. "그게 아니고요, 제 말은···", "이 부분을 다시 보시면···" 등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간절하게 설득해 보지만 상황은 좀처럼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반대의 순간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게 최선일까?”와 같은 말들은 회의 중에도,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도,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익숙하게 들려오는 표현들이다. 어떤 반대는 노골적이고 단호하며, 어떤 반대는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말보다 표정이나 침묵으로 반대를 느끼기도 한다.이처럼 반대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문제는 반대 그 자체가 아니라 반대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반대를
최근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갈등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갈등 수준은 4점 만점에 3.04점으로, 2018년 조사 이래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3.52점으로 가장 심각하게 인식되었다.스트레스 역시 한국 사회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다. 서울대학교 사회적 웰빙 연구팀과 한국리서치가 2023년 5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3%가 최근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답했으며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실수를 경험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그 방식에 따라 개인이나 조직의 신뢰와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 데일 카네기의 상대방을 설득하고 협력을 얻기 위한 12개 원칙 중 세 번째인 '잘못했다면 빠르고 분명하게 인정하라(If you are wrong, admit it quickly and emphatically)'는 개인의 처세술을 넘어 기업과 조직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잘못을 인정하는 용기2016년 8월,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
우리는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고 싶고 결정과 행동을 유도하고 싶어 한다. 직장에서 상사, 동료 또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회의할 때, 고객에게 제안서 또는 제품의 차별적 이익을 설명할 때, 언제부터인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한 자녀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등 일상의 많은 순간은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를 리더십 관점에서는 영향력이라고 한다.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에서 현대인의 일상 속 70%가 '비판매적 설득(n
직장이나 조직에는 남다르게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비협조적인 상대방조차 열렬한 협력자로 만드는 주도적이면서도 적응적인 의사소통 역량이다. 소위 일잘러라고 불리는 이들의 소통 역량을 분석하면 일의 성공을 가로막는 다섯 개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기술과 관련이 있다.일잘러의 소통 역량첫째 관문은 표현의 어려움이다. 일잘러는 자기 아이디어나 의견을 글이나 말로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팀에 공헌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요령 있게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회의
사마천이 저술한 역사서 에 춘추전국시대 오기 장군의 연저지인(吮疽之仁) ‘몸에 난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주는 인자함’에 관한 고사가 전해온다. 오기는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두터운 신망을 얻었는데, 하루는 상처의 종기가 심하여 괴로워하는 병사를 보고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하였다.마을 사람들은 장군이 댁의 아들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데 기뻐하지 않고 슬퍼하는 연유를 물었다. 어머니는 남편도 그렇게 죽었고, 자식도 장군의 은혜를 갚기 위해 앞장서 싸울 것이고 결
사람들은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할까?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장과 직업이 존재할 것인데 일의 본질을 꿰뚫는 공통분모가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광범위한 설문조사와 인터뷰, 심리학 실험을 시행했는데 그는 에서 ‘직업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하루의 40%를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한다’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면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업무의 상당한 시간을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보고서를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