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 등에서 치매 예방된다며 '치매예방주사' 홍보
병원 의사 "영양제 개념으로 생각해야...실제 예방 효과"
2014~2018년, 환자에게 처방한 건수만 약 150만 건
보건복지부 "아직까지 국내에 나온 치매예방주사 없어"

"어머니가 치매 초기 증상이 있습니다. 얼마 전 동네 병원에 갔는데 '치매, 콜린 주사로 예방하세요'라는 문구가 있어서 의사에게 문의했습니다. 의사는 치매예방주사에 기억력을 향상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콜린' 성분이 있다며 접종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 주사를 맞았는데, 문득 '정말 효과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치매 환자 가족 A씨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치매 예방 주사가 논란이다. 치매 예방에 콜린 주사가 효과가 있다는 허위·과장 광고가 의료계 안팎에서 난무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여성경제신문의 팩트체크 시리즈 '깐깐한 팩트 탐구' 조사 결과 콜린 주사는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 포함됐을 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콜린'이란 뇌 발달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콜린 성분의 약물에 페닐에타노이드라는 혼합물을 섞어 주사로 주입하는 방식을 두고 '치매예방주사'라고 불린다.
최근 일부 개원가와 병원 등에서 이 콜린 성분의 주사를 치매예방주사로 처방하거나 광고하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협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의료계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예방주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처방한 사례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총 150만여 건에 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전달받은 자료를 보면 치매예방주사뿐만 아니라, 노화 방지 영양제, 치매 예방 영양제 등 콜린 성분이 함유된 유사 의약품 처방 건수도 2020년 한 해에만 약 8억건을 넘어섰다.
치매예방주사를 처방하고 있는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A병원 의사는 여성경제신문 취재에서 "영양제 차원으로 생각하면 된다"라며 "콜린은 비타민 B군의 일종인데 이는 뇌세포 구성 성분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미국 보스턴 의대 로다 아우 박사팀 연구를 보면 1000명가량의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콜린 섭취량이 많은 집단은 언어기억·언어학습 등 신경심리학적 요인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에서 내과를 운영 중인 의사 B씨도 "콜린 섭취량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진다"면서 "인슐린 혈증이 높은 '고인슐린혈증'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다. 따라서 콜린 주사를 맞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예방 효과를 얻게 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병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치매예방주사 1회 접종 당 가격은 약 15만원이다. 대부분 1회 접종 혹은 총 10회 접종 단위로 묶어 상품으로 판매하는데, 10회 접종 시 120만원가량에 치매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약품 도매업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치매예방주사) 원가는 평균 4000원~5000원 선"이라며 "병원에서는 10배 이상 가격이 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설에 의한 약물 처방을 멈춰야 한다고 권고한다. 현재 콜린 성분이 치매를 100% 예방한다는 근거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김기웅 서울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치매예방주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며 "콜린 주사뿐만 아니라 최근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아세티콜린 신경전달물질과 정보 물질을 약으로 넣어주는 처방법은 모두 치료·예방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해당 물질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에서 일부 효능이 발견되고는 있지만, 이를 두고 '치매를 예방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또한 용량에 따라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측도 현재까지 국내에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치매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안타깝게도 아직 치매로 인한 인지 저하를 회복시키거나 진행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치매 발생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예방약이나 예방주사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한 치매치료제의 경우 임상실험 마지막 단계 중에 있다는 소식도 나오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사도 "무서운 질병일수록 치료법에 대해 각종 비방과 소문이 돌고 사람들은 현혹된다"며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오히려 치매에 도움 되는 과일·음식을 섭취하거나 치매 치료 센터에서 적극적인 진료를 보는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치매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은 치매 자체의 치료나 예방이 목적이 아니다.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를 직접적으로 치료·예방하는 약물은 아직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편 의료 전문 변호사는 치매예방주사 접종 시 부작용이 발생해도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일채 법무법인 해명 의료전문 변호사는 "개인 병원에서 영양제 등 주사를 맞은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라면서도 "다만 치매예방주사처럼 '치매 예방이 무조건 된다'가 아니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한 경우 접종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겨도 병원은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장사를 하기 위한 상술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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