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요양병원 이용자 부담 경감 공약
시설 좋은 요양병원 혜택 주면 요양원 타격
"간병비 부담 급증해 건강보험 재정도 파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한다. 그런데 요양 업계 의견은 서로 갈리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는 '요양원'과 일반 '건강보험법'을 근거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의 차이점으로 발생한 문제다. 노인 질환 등급을 5개 단계로 분류해 1~2등급에 해당하면 요양원 시설 서비스를 받는데, 요양병원 간병인 급여화가 되면 요양원 대비 시설 등 서비스 질이 좋은 요양병원으로 환자 이동이 예상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에서 한 노약자와 보호자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한다. 그런데 요양 업계 의견은 서로 갈리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는 '요양원'과 일반 '건강보험법'을 근거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의 차이점으로 발생한 문제다. 노인 질환 등급을 5개 단계로 분류해 1~2등급에 해당하면 요양원 시설 서비스를 받는데, 요양병원 간병인 급여화가 되면 요양원 대비 시설 등 서비스 질이 좋은 요양병원으로 환자 이동이 예상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에서 한 노약자와 보호자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넣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0월 28일 발표한 복지 공약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거의 대부분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가족 면회도 제한되고 있어 간병인 고용이 불가피한데 이를 전액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이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켜 주면 간병비 부담이 확 줄게 된다.

그러자 요양원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 인력이나 장비에서 앞선 요양병원에 간병비 지원까지 해주면 요양원에 입소할 환자가 대거 요양병원으로 옮겨가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9일 국내 요양원 협회가 모여있는 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노중)는 여성경제신문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요양원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요양병원에는 건강보험이 각각 적용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환자 본인 부담율이 낮은 데다 질환 관련 등급에 따라 시설 입소 서비스를 받을 경우 간병인을 따로 둘 필요도 없다. 이와 달리 요양병원은 일반인과 똑같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별도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여기다 간병비까지 전액 본인이 내야 해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한 요양병원 이용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요양병원 간병인 급여화가 실현되면 환자 입장에선 요양원을 이용할 유인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요양원 업계에서 나온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간병비 급여화를 통해 간병 없이는 생활이 불편한 환자가 경제적 능력과 관계 없이 모두 간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공약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양원 시설 협회인 한노중 측은 간병인 급여화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재정 악화를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차이점. /여성경제신문
요양병원과 요양원 차이점. /여성경제신문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가장 큰 차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여부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 3월 시행됐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치매·노인성 질환 등을 포함한 질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사람에게 적용된다. 고령층이 아니더라도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모든 연령층이 포함된다. 

건강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자격은 총 5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1~2등급은 요양원에 입소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본인 부담 비용은 20%다. 3~5등급은 집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으면 15%, 시설에 입소하면 20%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더욱이 요양원은 말 그대로 요양시설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나 요양사가 상시 근무를 한다. 따라서 간병인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 

그런데 윤 당선인이 공약한 간병인 급여화가 실시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가 아닌 모든 사람이 이용 가능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요양원 업계는 우려한다. 요양병원은 요양원과 달리 진료·치료 등 보다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요양'이 붙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병원이기 때문이다. 시설 환경도 자본금이 요양원 대비 많으니 환자 입장에서 더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간병인 비용까지 급여화가 되면 요양원을 20% 본인 부담금으로 이용할 이유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는 것이다. 

현재 간병인 급여화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도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이 요양원 대비 상당히 높다. 병상 수도 더 많다.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 수는 35.6개, 요양원은 24.8개다. 4년 전 2015년에도 요양병원이 34.1개의 병상 수를 보유했고, 요양원은 24.1개였다. 

요양병원 병상과 요양원 시설 침상 수(단위 : 개, 65세 이상 인구 1000명).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요양병원 병상과 요양원 시설 침상 수(단위 : 개, 65세 이상 인구 1000명).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요양병원 수도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대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대비 2020년 요양병원 증감률은 73.26%에 달했다. 종합병원 증감률 15.70%, 일반병원 31.02% 대비 약 두 배 높다. 

간병인 급여화가 현실이 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요양원 업계 주장이다. 권태엽 한노중 회장은 "작년 국정감사 기간에 의료 서비스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의 요양병원 장기입원 등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라며 "특히 장기요양등급 판정자 중 요양급여를 미이용하는 14만 5000명의 32.6%에 해당하는 4만7000명이 요양원이 아닌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윤 당선인 공약인 요양병원 간병비가 건강보험 급여화가 된다면 건강보험재정 악화는 물론 공공 차원에서 마련된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무의미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주장했다. 

요양병원과 병상 수가 증가함에 따라 1인당 진료비 및 본인 부담 의료비도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개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진료비 중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의 진료비. /통계청
전체 진료비 중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의 진료비. /통계청

통계청 '고령자 통계'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96만8000원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2019년 진료비는 479만6000원으로 올랐다. 요양병원의 평균 입원일수는 100일 이상에 달한다.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도 있다. 예를 들어 4인 병실에 1명의 간병인이 모든 환자를 돌볼 수 있다면 재정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앞서 정부는 간호사 수를 늘려 간병인력을 대체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시범 사업을 했지만, 이 역시 보건복지부(복지부) 측의 재정 문제 제기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국민건강보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간병비와 각종 소모품들은 건강보험 비급여항목이 맞다"라며 "대안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통해 병원에서 해당 간병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급여항목을 급여항목으로 포함시키는 부분은 공단이 가진 권한은 아니다"라며 "복지부에서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 그것을 공단이 받아들이게 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팀이 되어 환자를 돌봐주는 보호자 없는 병원 서비스를 말한다. 간호사가 입원 병상의 전문 간호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 함께 보조 역할을 수행해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지 않고도 입원 생활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3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시행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은 하루 평균 7~8만원의 간병비가 소요됐다. 2015년 1월부터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하루 간병료는 약 5000원으로 급감했다. 포괄간호서비스의 명칭은 2016년 4월 1일부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변경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요양병원과 요양원 기준이 '의료법', '노인복지법'으로 별도 적용받는 것을 통합하거나 급여비용 재원도 한 곳에서 이뤄지도록 법 개정을 해야할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동일 재단에 의해서 운영된다면 의료서비스가 대규모 재단에 의해서만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분이던 지난해 10월 28일,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 의료공약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를 발표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간병비 부담 등 초고령사회 문제에 대응한 요양‧간병 지원 체계 구축 및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라고 진단했다.

또 "요양병원 간병비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간병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급성기 환자의 경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로 간병인을 쓰지 않더라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해당 정책들이 시행되면 간병비 개인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또한 장기요양보험 대상 요양시설 서비스 수준 선진화를 위해 품질인증제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요양원 업계에선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공약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태엽 한노중 회장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는 국민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의 급격한 재정악화와 함께 노인복지의 한 축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며 "공약 철회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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