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가족 "부양비도 많은데, 종부세까지"
10년 유예에 한정, 기간 지나면 과세 대상
모시고 사는 동안 종부세 부담해야할 판

치매 노인./연합뉴스
치매 노인./연합뉴스

치매 환자와 그 부양가족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취약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의 경우, 10년간 종부세 합산 유예가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기간이 지나면, 유예했던 종부세를 내야해 부양비에 더해 부양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13일 팩트경제신문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자가 주택을 보유한 치매 노모를 돌보는 가족이 종부세 법령상 정해진 유예기간 '10년'이 지나면, 다주택자로 분류돼 과세대상이 된다.

자가 보유 양측(치매 환자 본인, 치매 환자 가족)이 부양을 목적으로 함께 살면, 1가구 2주택으로 종부세 대상이 된다. 그런데 '치매 환자 부양'이라는 목적으로 동거할 경우 종부세 과세가 10년 간 합산 유예된다. 그러나 그 기간이 끝나면 부과됐던 합산 종부세를 지불해야 한다.

80세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는 제보자 A씨는 치매 돌봄 가족이 일명 '종부세 사각지대'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혼자 식사도 못하시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 어머니를 오랜 세월 봉양했다"며 "정부가 혜택은 주지 못 할 망정, 1세대 2주택 보유자 세금 폭탄을 선물했다"고 호소했다.

"요양원을 보내는 것을 불효라 생각해, 함께 모시고 살고 있다"는 그는 "치매 환자인 어머니가 소유한 부동산이 강남에 위치한 고가 주택이어서 증여를 받더라도 세금이 막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 방법이 주소지를 옮기는 것인데, 이는 합법적이지 않는 행위라 "법을 지키면서도 피해는 보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당초 현행법에 명시된 '봉양 합산 과세 유예 10년'은 자립능력이 없는 피부양자에 대한 부동산 정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해당 기간 동안 부동산 하나를 정리하라는 것이다. 또한 종부세는 과세 대상이 주택 및 토지를 보유할 때 부과된다. 문제는 치매 환자 및 부양가족도 예외가 없다는 점이다. 인당 부과가 원칙이며, 부동산 보유 정도에 따라 조세 부담 비율이 다르다. 특히 고가 주택은 세 부담이 커 처분도 어렵다. 

전문가는 종부세 대상자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라고 주장했다.

김경환 세무법인 엠지 이사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제보자와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상담을 하는 분이 많다"며 "종부세 기본 취지부터 규제 성격이 강해 집을 안 팔면 세금이 많이 나오게 설계를 해놨다. 그런데 치매 환자와 부양 가족과 같은 취약한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해결 방안이 없어, 정부 차원에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종부세 부담은 치매 돌봄 비용과 상응하는 수준이다. 과세표준 12억 주택(법적 공제액 6억 제외) 보유를 가정할 때, 1세대 2주택자 세율은 1.2%. 이때 종부세는 매년 1140만원이다. 여기에 돌봄 비용을 생각하면,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진다. 보건복지부(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치매환자 1인당 연간 돌봄 및 치료 등 사회적 비용은 매년 1387만원 수준으로, 이외에도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약 2000만원의 경제적 부담이 있다.

부동산을 팔때도 문제다.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데, 현행법 상 양도소득세는 부모가 질병으로 아픈 경우 공시가 12억원 주택까지 비과세된다. 그러나 고가 부동산이거나 1세대 2주택이면 공제혜택이 없다. 치매 돌봄가족이 부양과 함께 이중고를 겪는 이유다.

전국 약 2000여개 요양원을 운영하고있는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 회장은 팩트경제신문에 "치매 환자 노모를 부양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고통"이라면서도 "직접 모시고 살면서 드는 부양비도 막대한 상황에 종부세까지 내라하는데, 치매국가책임제를 운영하는 현 정권에서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를 관리하지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종부세 즉시 부담을 면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국회를 떠돌고 있다. 당시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 "국민이 과세부담 경감을 체감하기엔 이번 과세기준 개정으로 부족하다"면서 "세부담은 낮추고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팩트경제신문에 제보된 내용 전문.

저는 주소를 옮겨 어머니와 함께 아파트(어머니 소유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덧 치매을 앓는 어머니와 함께 산지도 10년이 훌쩍 넘어 11년을 바라봅니다. 현행 세법 상 65세 이상 어르신을 봉양하는 경우는 10년간 1가구 1주택으로 종부세 합산이 유예됩니다.

하지만 이제 곧 1가구 2주택으로 분류됩니다. 내년이 되면 10년이 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공제액수도 낮아져 곧 엄청난 세금을 내셔야 합니다. 또 현 정부들어 값이 오른 아파트여서 80세 이상 장기보유 혜택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재산이 무슨 소용인가요. 치매 환자인 엄마는 혼자 식사도 못하시고 대소변도 못가리십니다.

저도 처한 상황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실제로 봉양하면서 꼬박꼬박 내는 세금에, 돌봄비까지 들어가는 돈이 많습니다. 정부가 상은 못내릴 망정 세금이 웬 말인가요. 

이 종부세 폭탄을 피하려면 살지도 않는 곳으로 엄마 주소를 옮기는 불법을 자행해야 하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법대로 살려면 더합니다. 다른 벌이도 없이 집 침대에 누워 사시는 어머니가 엄청난 종부세를 내셔야 합니다.

저는 언제나 엄마 곁에 있을 겁니다. 자기 자식에겐 끔찍하면서 부모는 요양원에 보내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법으로 인해 열심히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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