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삶 지속하면 치매 위험 26%↑
정신활동 담당하는 뇌 회백질 부피 줄어
전문가 "고립될수록 대사성 질환도 발생"

혼자 사는 노인일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고립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대인관계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제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는 6월 8일 자 온라인판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약 26% 치매 위험도가 높았다. 우리 뇌에서 생각을 담당하는 영역인 뇌 회백질 부피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변화를 연구진은 포착했다.
뇌 회백질은 정신활동과 신체활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모여있는 피질이다. 실제 뇌의 단면을 보면 이 부분이 회색으로 되어있어 '회백질'이라고 부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신경정신의학과 연구팀의 발바라(Barbara J, Sahakian) 교수팀은 노인 499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평균 연령은 64.6세였고 약 11년 동안 행동을 관찰했다. 사회적 활동이 적은 집단을 '사회적 고립 집단', 대인관계가 활발한 집단은 '커뮤니티 집단'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 집단에 속한 노인의 MRI 뇌 영상 검사에서 회백질 부피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집단은 상대적으로 치매 위험도가 26% 높게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발바라 교수는 "사회적 고립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노인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줄이는 시도가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사회적 고립이 치매 위험도뿐만 아니라, 고혈압·당뇨 등 대사성 질환 발병률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기웅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노인이 고립된 생활을 하면 정서적 교류와 인지적 활동 횟수가 적어진다"면서 "일반 집단보다 브레인 리저브라고 하는 뇌 예비 용량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도 높아질 수 있고, 뇌 독성 분비율이 상승하면서 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 관리도 어렵게 된다. 이런 분들일수록 치매 위험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자주 만나 대화하거나 대인관계 활동도 활발히 하는 편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독거노인 집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60~90대 연령층 1인 가구는 오는 2025년 약 45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부터 2045년까지 60대 1인 가구는 121만 3000명에서 137만 9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70대는 87만 9000명에서 180만, 80대는 52만 7000명에서 123만 8000명, 90대는 8만 2000명에서 25만 4000명까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전국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621만 4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중 30.4%를 차지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2045년까지 전체 1인 가구는 832만 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7.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 "현재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치매 환자 커뮤니티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치매 판정을 받지 않은 1인 가구 고령층에 대해선 아직 예방 차원의 서비스는 직접 진행하지 않지만, 점차 범위를 확대해 서비스를 개편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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