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가 인지장애 발생
이를 두고 "논문이 조작되었다" 반박 주장 나와
치매 전문가 "수많은 단백질 종류 중 하나일 뿐

치매 발병 원인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라는 최초 연구 자료가 '조작'됐다는 논란이 최근 발생했다. 이를 두고 대한치매학회, 제약바이오협회 소속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4일 치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기존 가설을 향해 "명백한 조작"이라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냈다. 앞서 2006년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살아있는 쥐에 베타 아밀로이드를 주입했더니 인지장애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논문에선 치매 발병 원인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 그런데 이를 두고 반박 논문을 낸 매튜 쉐락(Matthew Schrag) 미국 밴더빌트대 신경과 교수는 "논문에 사용된 이미지가 여러 다른 실험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 목적에 맞게 인위적으로 변경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같은 논문 조작 논란이 제기되자 여론의 눈길은 치매 신약 시장을 향했다. 조작 논란이 제기된 논문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가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메디프론, 일동제약, 젬백스 등 국내 제약사의 치매 치료제 개발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치매 발병 원인 논문 조작 논란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웅 서울대 정신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조작 의혹을 받는 논문 연구에 사용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수많은 단백질 종류 중 하나일 뿐"이라며 "스타56이라는 단백질을 사용해 연구한 건데, 아직 어느 단백질이 치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추가 연구를 통해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하나의 논문 결과 및 이를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을 듣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해당 논문에 대해 조작됐다는 주장은 단순히 한 연구팀의 입장일 뿐, 이를 두고 최초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발표한 논문의 조작이 확실하다는 증거 또한 될 순 없다. 단백질 모든 종류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한 보다 명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해당 논란이 영향을 줄 순 없다고 본다"며 "치매 치료제는 논란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사멸 억제 등 전혀 다른 기전도 함께 추가해서 개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조작 논란에 휩싸인 논문에 사용된 단백질은 '스타56'이라는 종류인데 제약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스타42종류다. 이 기전은 아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모든 논문은 의사 개인이 진행한 연구의 가설일 뿐 여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협회도 단순 조작 주장을 한 논문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약 업계도 이번 논란을 두고 크게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제약협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아밀로이드 종류가 다양하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아밀로이드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원들은 모두 42라는 종류를 치료제 개발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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