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오판’ 발언 MAGA 진영서 확산
트럼프 정면 겨냥, 외교·통상에 악영향
신뢰 없는 규범 위반 잠재국 인식 자극
보증 꼼수 겹쳐 韓에 매우 불리한 지형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와 김민수(앞줄 오른쪽), 양향자 최고위원(앞줄 왼쪽)을 비롯한 최고위원과 당 관계자들이 3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와 김민수(앞줄 오른쪽), 양향자 최고위원(앞줄 왼쪽)을 비롯한 최고위원과 당 관계자들이 3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출범 첫 주부터 대미(對美) 메시지 관리에 실패하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전한길 강사 퇴출을 주장한 이준석·한동훈계 인사가 트럼프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해 “중대한 오판”이라고 비난한 발언이 마가(MAGA) 진영으로 확산하면서 외교·통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도발에 이어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압박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VEU(Validated End User) 지위를 박탈하려는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 일본의 소재 규제가 좌초했듯 이번 미국 조치 역시 실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가 대미 발언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당 지도부가 섣불리 “실패” “오판” 같은 표현을 사용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맹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부각시키며 불필요한 반미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의 발언은 같은 당 김민수 최고위원이 트럼프의 시카고 소요사태 진압 조치에 빗대 윤석열 정부의 12·3 계엄 발동이 “내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논리와도 충돌한다. 실제 미국 측 관세 공세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비상 계엄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 역시 “FTA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동맹간 신뢰가 규범”이라는 기조를 기정사실화했다.

대표적 수단이 무역확장법 232조다. 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에 고율 관세와 수입 쿼터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전통적 군수품뿐 아니라 자동차·배터리·반도체·핵심 소재까지 ‘안보 기반 산업’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게다가 232조는 사실상 자기판단(self-judging) 성격이 강해 WTO에서 제동을 걸기 어렵다. 한국이 제소해도 판정까지 수년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

무역법 301조도 강력한 채널이다. ‘불공정·차별적’ 산업정책을 이유로 보복할 수 있는데, 한국이 보증·정책금융 등을 통해 특정 산업을 실질 지원한다는 근거가 잡히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곧바로 보복관세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 의회 비준 없이 청문과 조사 절차만 거치면 단계적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 ‘안보-통상 융합’ 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맹국에게도 공급망 협력과 실물 투자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단순한 통상 갈등으로 치부해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미 담론은 결과적으로 동맹 관계를 해치고 협상 지형을 한국에 불리하게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신뢰를 잣대로 동맹을 평가한다”며 “야당 지도부마저 ‘오판’이라는 표현을 쓰는 순간, 워싱턴에선 한국을 ‘규범 위반 잠재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반중 친미를 강조하는 외교적 메시지가 단번에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관세 설계는 이미 상호주의 수준을 넘어 전략적 타깃팅에 가깝다. 특정 품목을 정밀 타격하는 CVD·AD(反덤핑·상계관세), 광범위한 301조 보복 리스트, 안보를 명분으로 한 232조 쿼터·추가관세가 동시에 동원될 수 있다. 여기에 IRA 세액공제 조건 강화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겹치면 사실상 전방위 압박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방위비 협상, 핵심 기술 협력, 경제안보 전반에서 불리한 조건이 덮어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내 산업의 취약 고리는 자동차, 배터리, 철강·조선, 반도체 모두에 걸쳐 있으며 원가 구조 파괴·프로젝트 경쟁력 급락·투자 타이밍 붕괴라는 동맹 파탄 리스크로 직결된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 지도부도 침묵하고 있는 ‘보증 꼼수’ 같은 회피 전략은 곧바로 무역법 301조나 232조 착수로 연결돼 관계 경색을 고착시킬 수 있는 위협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대기업 총수들이 현지에서 약속한 것처럼, 한국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투입=보유=일자리=고용’이라는 트럼프의 조건을 맞추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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