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여야 의원실 통상 전략 세미나
李 정부 개방 선회 않으면 해결 요원
美, 고정밀 지도 반출 불허 등에 우려
"업계·정부 공동 대응 논리 마련해야"

미국이 한국의 플랫폼 규제법을 사실상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이러한 지적이 여당 의원이 재계와 공동 주최한 토론회 현장에서 직접 제기됐다는 점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뒤에 숨은 쌀·소고기·망 사용료 제한 문제를 이재명 정부가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국익이란 명분으로 발뺌하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17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 통상시대, 현안과 경제안보 전략’ 세미나는 여야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행사에는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형 서울시립대 교수, 서정민 무역안보관리원 원장, 김상배 서울대 교수, 한홍열 한양대 교수 등 주요 패널이 참석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의 디지털 제도가 글로벌 기업, 특히 미국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경고했다.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클라우드 보안 인증,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등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워싱턴이 한국을 향해 꾸준히 제기해온 ‘비관세 장벽’ 프레임과 정확히 겹쳤다. 즉, 한국의 국익을 방어한다는 규제 장치가 오히려 미국 측에서 관세 보복 명분으로 활용되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디지털 규제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동맹국 사이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이재명 정부의 ‘국익 방어’ 논리가 국제적으로 설득력을 잃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통상환경 변화와 진단' 발표에서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제도가 자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고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며 "국내 제도의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되 매년 발간되는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길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다른 국가들의 대처 방식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통상 도전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발표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EU(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제도도 자국에 불리한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EU 사례에서 보듯 잠재적 위협을 넘어 현실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은 미·EU 협상 경험에서 나타난 표준 상호인정과 사이버보안 인증 협상 사례 등을 참고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부터 협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통상 규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 협력 플랫폼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통상과 경제안보 현안을 우리 시각에서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발표자 2인을 포함해 서정민 무역안보관리원 원장,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유민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한국의 디지털 제도가 향후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구체적 논리와 이슈별 해법을 마련해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디지털 정책과 연계된 안보·투자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민관이 국익 차원에서 협력해 대응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디지털 통상이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경제안보와 국가 전략이 맞물린 '디지털 통상-안보 넥서스'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민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현안과 공공부문 데이터 문제를 구분해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영 교수는 디지털 통상의 다면적 특성이 오염돼 초혁신경제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집단지성의 상시 가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디지털 통상 전략을 재정비하고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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