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설 요양병원, 돌봄시설 요양원 차이
요양병원 "소극적 진료로 나타날 수 있어"
요양원 측 "의료법을 방패 삼고 있다" 주장

국내 한 보호시설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국내 한 보호시설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어르신 돌봄 시설인 요양원을 대상으로 병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2024년 시행된다. 그런데 같은 요양 시설인 요양병원은 '의료시설'이란 이유로 규제에서 벗어나 논란이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오는 2024년 1월부터 적용될 '노인장기요양시설' 병실 내 CCTV 의무 설치 관련법 개정안은 요양원에만 적용된다. 의료시설인 요양병원은 따로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2024년 1월부터 요양원은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CCTV 임의조작 및 기타 목적 사용 시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적용 법규에서 차이가 있다. 요양병원은 의료법,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을 적용한다. 설립 목적도 요양병원은 치료와 재활, 요양원은 돌봄으로 서로 다르다. 인력도 요양병원의 경우 의료인력이 중심이 된다. 환자 40명당 1명의 의사가 배정되고 환자 6명당 1명의 간호사가 상주한다. 요양원에는 상근 의사가 없고 간호사도 없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차이 /여성경제신문
요양병원과 요양원 차이 /여성경제신문

요양병원·의협 "CCTV 의무화, 환자·의료진 소극적 진료 우려"

먼저 병실 내 CCTV 의무 설치에서 제외되는 요양병원 측은 해당 법안에 대해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복도와 로비 등에는 CCTV 설치가 가능하다"면서도 "병실 내 CCTV 의무 설치는 환자·의료진의 사생활 및 자기 결정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의료시설인 요양병원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의사와 간호 인력이 상주하는 병원 특성상, CCTV를 설치할 경우 소극적 진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병원 병실 내 CCTV를 설치할 경우 의사의 정상적인 의료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을 우려해 소극적인 진료를 유발할 수 있고, CCTV를 설치하는 순간, 외부의 압력에 의해 내부 규제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땐 내부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CCTV에 불특정 다수가 찍힌 경우 초상권과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영상을 확인하거나 이용할 때 이들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정적 부담이 증가하고,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초상권과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인과 행정직원의 경우 본인들의 근로 행태를 CCTV로 감시, 감독 당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요양병원 근로자에 대한 노동권 및 인권 등의 침해 문제가 전면 대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국내 약 2000개 요양원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의료법을 방패로 삼아 이익을 누리고 있는 요양병원 업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요양원을 돌봄 서비스 집단이 아닌, 폭력적인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치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이 어르신을 폭행하고 막 다루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악법"이라며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시설 입소자와 가족에게 투명한 신뢰성을 제공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지만 요양병원도 입소자가 있는 명백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CCTV 설치 의무화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차별이다"라고 덧붙였다. 

법안을 발의한 박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요양병원도 병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추후 추진할 것"이라면서 "CCTV 병실 내 설치 의무화는 환자와 가족을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최근 늘어나는 노인 학대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6973건에 달했다. 지난 2016년 1만 2009건에서 매년 증가추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 시설엔 인지능력이 취약한 환자가 많아 이들을 위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의료기관일 경우 정보 민감성과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 CCTV 설치는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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