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니 강경대응" vs "지나친 대응" 
28일 전장연 경복궁역-혜화역 출근길 시위
혐오 조장 우려에도 이준석 전장연 비판 논란
무릎 꿇은 국민의힘 김예지 "사과드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한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오수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한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오수진 기자

"전장연이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 방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건 걸지 말고 (시위를) 중단하라."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공개 비판하며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인권단체 활동가와 휠체어 장애인들이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역에서 승하차 시위를 벌이자 이 대표가 10여 차례가 넘는 비판글을 올린 것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은 정치권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평소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찬반 입장이 갈리는 모습이다. 

논쟁은 첨예하다. '시위로 인해 지하철 운영이 지연되면서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과 '20여년을 외쳐도 보장되지 않고 있는 장애인 차별과 권리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투쟁 방식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이준석 대표의 발언은 이같은 논쟁에 불씨를 당긴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전장연 시위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10여 차례가 넘는 글을 올리며 비판해왔다.

현재 이 대표의 의견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열린 전장연의 시위에 참석해 이 대표의 발언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8시~9시까지 열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시위 현장을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저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며 "헤아리지 못한 점,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이 무릎을 꿇자 주변에서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어 지하철 이용객들을 향해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시민분들께 죄송하다. 출근길 불편함, 상상만 해도 짜증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이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을 포함한 보편적 권리 확대를 위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이 이동권 보장을 비롯한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인성 교육부터 먼저 받길 강력히 권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도부 전원이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여영국 대표는 "이 대표 자신은 여성 혐오자도 장애인 혐오자도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실상은 약자에 대한 혐오를 동원해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혐오 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김예지 의원이 사과한 것에 대해 "개인 자격으로 간 것"이라며 "(나는) 사과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시민단체가 28일 서울 3호선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시민단체가 28일 서울 3호선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민에 피해 줘..."집시법 위반이다"

전장연은 20대 대선 유세 기간 동안에는 시위를 잠시 중단했다가 지난 25일부터 시위를 재개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 활동보조를 위한 예산 책정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를 국비 책임으로 규정하는 시행령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논란의 쟁점은 이들의 시위가 출근길에 이뤄지면서다. 일부 시민들은 시위로 인해 출근길에 방해를 받는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하철 시위 조처와 장애인 단체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가 서울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가 주요 도시 내 교통을 지나치게 방해할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는데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 등 4명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도 지난달 17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감염병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을 외면해온 사회를 비난할 일"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억누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한다는 30대 직장인 강성민 씨(38)는 여성경제신문에 "시위 때문에 출근 시간에 늦어서 곤란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분들의 요구는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을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사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이들이 이렇게라도 시위를 하니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제야 관심을 갖고 기사도 쓰고 발언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30대 직장인 김진영 씨(31)는 본지에 "포털 댓글에서 장애인들을 욕하는 댓글을 봤는데, 그동안 장애인들의 불편을 외면해 온 사회나 정치권을 비난할 일이지 이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비난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역사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의 역사는 20여 년이 됐다. 첫 이동권 투쟁은 1984년 고 김순석 열사가 '휠체어를 가로막는 도로의 턱을 없애 달라'며 서울시장에게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며 시작됐다. 이후 2001년 오이도역, 2002년 발산역 리프트 추락 사고 책임을 물으며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본격 시작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지난달 3호선 충무로역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민들께선) 당연히 화가 나시겠지만, 장애인들에게 욕 100번 하시면 한 번이라도 정부와 대통령 후보들에게도 해달라"며 "처벌하면 달게 받겠다. 지난 21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을 무시한 책임도 정부가 져야 적어도 형평성에는 맞지 않나"고 호소했다. 

한편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사회복지문화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은 오는 29일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내일 지하철역으로 찾아뵈려 한다"며 "진솔하게 말씀드리고 단체의 요구사항을 잘 정리해서 사회복지분과 내 정책에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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