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단체 "복지에 현장 전문가 없다"
인수위 "시급한 현안 문제부터 해결해야"
정호영 "수요자 맞춤형 복지 정책 약속"

대전시 한 요양원에서 여성 어르신 입소자가 남편과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둔 채 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 한 요양원에서 여성 어르신 입소자가 남편과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둔 채 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정호영 전 경북대학교병원장이 지명됐다. 37년간 외과 전문의를 지낸 전문 의료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분과에서부터 복지부 장관 후보자까지 인선이 대부분 보건 전문가로 구성되자 사회·복지계를 '패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회에선 현안을 고려한 적절한 인선이라는 입장이다.

10일 윤 당선인 인수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 전 병원장을 차기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정 후보자를 복지부 장관으로 추천하면서 "외과 전문의로 37년간 암 진료 및 수술 경험은 물론 다년간의 의료행정 경험도 보유한 전문 의료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전문가를 장관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론에 따라 현장 진료와 의료행정의 전문가를 장관으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외과 전문의로 위암 분야 권위자로 알려졌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경북대 의대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이후 대구적십자병원 등을 거쳐 경북대병원장을 지냈고 대한상급종합병원협의회 감사,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 서울대학병원 비상임이사,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 대한위암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북대 의대 외과학교실·의료정보학교실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 후보자는 2020년 2월 대구에서 대규모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경북대병원에 전국 최초로 생활치료센터를,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했다는 점 등에서 장관 후보자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 후보자가 차기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면서 일명 '윤석열 표 보건·복지 체제' 밑그림이 완성됐다. 

앞서 지난달 17일 인수위는 총 4명의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분과 인선을 발표했다. 한국노총 여성위원장 등을 지낸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노동 전문가로 알려진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간사로 지명됐다.

성균관대 의과대 교수이자 코로나19 백신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백경란 성균관대 교수가 위원, 전 김대중 취임식 실행위원을 지내고 현재 동국대 문화 콘텐츠 교수로 재직 중인 김도식 부시장이 문화 부문을 맡았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분과 내 유일한 사회·복지 전문가로는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위원으로 내정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 분과 간사 및 위원. /윤 당선인 인수위, 여성경제신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 분과 간사 및 위원. /윤 당선인 인수위, 여성경제신문

이를 두고 사회복지단체에선 '사회복지계를 패싱한 인선'이라고 꼬집는다. 신정찬 한국사회복지단체협의회(한단협) 상임회장은 여성경제신문을 통해 "인수위에도 사회복지 전문가는 단 한 명"이라며 "사회복지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자는 0명이다. 보건에 힘을 쏟는 인선 발표에 사회·복지계는 뒷전"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한단협 측은 "윤 당선인이 지난해 열린 '사회복지비전 선포 대회'에서 언급한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단협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비전 선포대회 당시, 윤 당선인에게 사회·복지계 10대 아젠다를 전달했고 이후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는 현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로 직접 답변서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답변서에는 '대통령 직속 복지국가위원회 설치', '사회복지 시설 운영 예산 및 인력 증진', '종사자 처우 개선' , '사회복지시설 운영 가이드라인 협의기구 설치' 등 공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라며 "그런데 정작 인수위 구성 이후 답변서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고 원희룡 당시 선대위 본부장이 최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면서 연락이 끊겼다. 인수위에서도 사회·복지단체와 소통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여성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사회복지비전선포대회'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연설하고 있는 모습. /여성경제신문
지난해 12월 10일, 여성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사회복지비전선포대회'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연설하고 있는 모습. /여성경제신문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사회복지 비전 선포대회'에 참석해 사회복지단체에 "정책 입안 시 현장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듣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모든 사회복지 분야 정책을 만들거나 실행할 때는 최고의 전문가인 여러분과 긴밀하게 소통해 복지 시스템의 전면적 전환을 이루겠다"라고 했다. 

사회복지단체에선 윤 당선인 측이 공약 이행을 성실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복지 패싱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장 시급한 현안 문제 해결이 우선인지라, 사회복지계에 약속한 공약은 정부 구성이 완료되면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당장 사회복지계 패싱을 논하기엔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사회·복지계 비례대표인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인수위는 정부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당장 코로나19 상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계에 약속한 공약은 인수위뿐만 아니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매 회의 때마다 논의하고 있고, 정부가 구성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협업하며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10일 장관 지명 브리핑 중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기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백신 접종 관련 규제, 마스크 의무착용 등 방역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감염병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상황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상 회복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코로나19 재유행이나 새로운 감염병 출현 상황도 선제적·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역 및 보건의료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백신·치료제 개발과 첨단의료 분야 발전을 위해서도 적극적·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아동·청소년·부모·어르신 등 수요자 맞춤형 복지를 실시하고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에 다녔던 친구를 통해 1960년생 동갑인 윤 당선인을 알게 돼 4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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