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완연한 하락장' 나스닥 한 달간 15% 빠져
트럼프 관세정책·연준 압박 불확실성 증가
'의도된 재분배' 해석에 '좋아요' 눌렀지만
파월, 물가 안정에 집중···금리 인하엔 신중
자산價 내리면 지금까지와 다른 상황 펼쳐져

미국 증시가 폭포수처럼 하락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최근 5일간 10% 하락했고 지난 한 달간 15% 내렸다. 작년 연말경 고점인 2만180포인트와 비교하면 23%나 떨어진 수치다. 완연한 하락장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급등할 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완벽한 분위기의 전환이다.

지난 한 달간 나스닥지수는 15% 하락했다. 하락장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베스팅스닷컴 캡처
지난 한 달간 나스닥지수는 15% 하락했다. 하락장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베스팅스닷컴 캡처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면서 연일 자신감 넘치는 수사를 쏟아놓고 있지만 시장은 냉소적 반응을 넘어 공포에 질려 있다. 미국의 3월 고용시장 동향 데이터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됐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환호하던 시장은 왜 이렇게 그를 불신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주식시장이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시장 효율성 가설에 의하면 현재의 양호한 경제 데이터는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무엇으로 주가의 향방을 예측해야 할까? 기업의 미래 실적이다. 더 구체적으로 주가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순현금흐름에 의해 결정된다.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기업이 핵심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다. 그런데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할수록 영업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진다. 장래 영업이익이 늘어날 확률과 줄어들 확률이 반반이라면 기업은 굳이 돈을 빌려 신규 사업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경제는 성장을 멈춘다. 고용도 줄고 소비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식시장은 장래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한다. 문제는 현재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시킨다는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X(구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은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 후 주가가 연이어 폭락하자 "트럼프가 주가를 폭락시키고 있고 그것은 트럼프가 의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지지자에 의해 틱톡에 포스팅돼 수백만 뷰를 기록한 이 비디오의 제작자는 주가 폭락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봤다. 연준의 금리인하로 국채금리가 낮아지면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주택 모기지 금리도 낮아져 가계도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또한 제작자는 전체 주식의 94%를 오직 8%의 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오히려 부를 가진 자에게서 중산층으로 '재분배'하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천재이고 영악한 체스 게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비디오에 '좋아요'를 누르고 링크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회사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 사이트에 공유하기까지 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지금이야말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를 내릴 완벽한 시점'이라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자신이 집권한 후 두 달간 에너지 가격, 금리, 물가가 내리는데 고용 지표는 개선됐으니 좌고우면하지 말고 금리 인하에 나서라는 얘기다.

트럼프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대한 파월 의장의 답변은 냉정했다. 그의 발언 톤은 예전과 달랐다. 과거 파월은 자주 연준의 이중 책무(dual mandate)를 강조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쫓아야 할 법률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파월에게는 견강부회하기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파월은 양대 정당 가운데 어느 한쪽이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느냐"라고 다그치면 "우리는 물가를 잡아야 할 책무가 있다"라고 피해 갔다. 다른 쪽이 "왜 금리를 내리느냐"라고 따지면 반대로 "경기를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핑계를 댔다.

그랬던 파월 의장이 트럼프의 직접적 금리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목적 가운데 더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할 것"이라 못을 박았다. 여기에 더해 파월은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인정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후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물가안정과 양호한 성장을 수반하는 '골디락스'의 정반대 양상을 뜻한다. 파월은 예상보다 높은 관세의 충격으로 물가는 높아지고 경제성장은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예전에는 관세를 비롯한 물가에 대한 공급자 측 충격은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 반복적으로 시사해 '일시적 파월'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였다. 이번에는 관세가 일시적으로 물가를 올릴 것이고 그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은 괜찮은 편이라 말했다.

그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연준은 경기가 나빠질 경우 금리를 내려 경기 목표에 집중하고 물가가 불안해질 경우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목표에 집중해야 하는데 현재는 전자라기보다 후자인 상황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라서 파월은 연준은 경기가 가시적으로 침체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의 이날 발언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가뜩이나 거품이 꼈던 주식시장에 연준만이 유일한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연준의 통화정책에 끊임없이 시비를 걸면서 연준의 행보를 오히려 제약해 버렸다.

연준은 독립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에 오히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대통령과 주변의 정책 담당자들도 주가 하락이 오히려 잘된 일인 양 노심초사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경기와 물가에 대한 소비자의 전망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급격하게 선회하고 있다.

미래 영업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이는 고용과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 /AFP=연합뉴스
미래 영업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이는 고용과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 /AFP=연합뉴스

한 연준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주식의 대략 93%를 상위 10%의 부자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하여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나머지 90%가 주가 하락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전체 미국인의 61%가 401K 등의 개인연금 계좌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미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부의 효과 때문이다. 보유 자산에서 수익이 나면 그로 인해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 경제는 주가와 부동산 상승의 영향으로 예외적이라 불릴 만큼의 호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 하락을 통해 뭔가를 해보려 한다면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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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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