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파나마 운하 중국 자본이 관리하자 '불편'
그린란드 매입 의지로 덴마크 정당성 지적
군사력 동원 운운하는 건 협상 전략일 수도
우방국이라 방심하면 큰코···최악 고려해야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의 취득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한 언론인의 "미국이 이 두 지역에 대한 통제권 획득을 시도하더라도 군사적 또는 경제적 강압(coercion)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확인해 줄 수 있는가?"란 질문에 트럼프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대신에 트럼프는 경제 안보를 위한 그 지역의 필요성은 확신한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파나마 운하는 미군을 위해 건설되었고 매우 중대한 지역임에도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운하를 파나마에 줬지 중국에 준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린란드는 안보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은 선거에 출마하기 오래전부터 그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대략 4만5000명의 사람이 이곳에 거주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덴마크가 합법적으로 그린란드를 소유할 권리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면서 만약 권리가 있더라도 그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에 대한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일까?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건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태평양과 대서양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기 위한 운하 공사에 먼저 착수한 것은 프랑스였다. 열대지역 특유의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수천 명의 공사 인부가 쓰러지자 1889년 프랑스는 운하 건설을 포기했다.
그 후 이 지역에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이 운하 건설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은 운하 부지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기 위해 당시 남미 국가 콜롬비아의 소유였던 파나마의 독립을 부추겼다. 1903년 파나마가 독립하자 그 이듬해 미국은 운하 건설에 본격 착수했다. 10년 간의 험난한 공사와 몇조원의 돈을 투자한 끝에 1914년 미국은 운하 건설에 성공했다.
이후 미국은 줄곧 파나마 운하를 포함한 인접 운하지역(Canal Zone)을 통제했다. 상업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트럼프의 언급대로 군사적 필요성도 컸다. 하지만 파나마에서 운하 지역의 소유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저항이 커지자 미국과 파나마 간에 긴장이 높아졌다.
파나마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최근 100세로 세상을 하직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었다. 1977년 카터는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점진적으로 파나마에 이전하기로 했다. 운하의 소유권은 1999년 말 파나마로 완전히 귀속하게 되었다. 파나마는 추가로 운하를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 2016년 공사를 완료하기도 했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받은 뒤 태평양과 대서양 양안 입구에 자리 잡은 두 개의 중요한 항구 터미널의 운영권을 외주했다. 문제는 아웃소싱으로 운하 터미널 운영권을 맡긴 회사가 홍콩 부동산 거부인 리카싱(Li Ka-shing)이 소유한 허친슨 암포아(Hutchison Whampoa)였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중국이 홍콩에 대한 영유권을 취득한 뒤였다. 미국으로서는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우려할 만했다. 미-중 관계가 괜찮을 때는 파나마 운하의 경영권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집권한 후 대중 무역전쟁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2018년 파나마 운하가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 파나마 운하 경영권 이슈는 잠잠해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이 이슈는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그린란드는 10세기경 바이킹이 개척한 척박한 땅이었다. 초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주민을 유인하기 위해 '녹색 땅'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붙였다. 16세기에는 바이킹의 후예인 덴마크인들이 그린란드를 탐험했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에 알려졌다. 18세기에 이 땅은 덴마크 왕국의 일부가 되었고 덴마크는 이 지역을 식민지로 경영했다.
20세기에는 정식으로 덴마크의 일부가 되어 의회에 대표를 보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광범한 자치가 보장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덴마크의 권리가 합법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억측이다. 1953년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자국령으로 공식 편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은 2019년이었다. 북극권과 인접한 이 땅이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과 천연자원에 주목한 트럼프는 그린란드의 매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강경한 어조로 반대했다. 덴마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에 집착하는 것은 과거 미국이 땅을 매입해 상당한 이득을 거둔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1803년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령 루이지애나를 나폴레옹으로부터 1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인해 당시 미국은 영토를 두 배로 늘릴 수 있었다. 현재의 뉴올리언스에서 시카고까지 중서부 15개 주의 곡창지대 대부분이 루이지애나 영역이었다. 땅값은 에이커 당 4센트였는데 현재 평균 가격은 4000달러에 달한다. 이 업적으로 제퍼슨은 위대한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남북전쟁이 막 끝났던 1867년에는 미국이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750만 달러에 매입했다. 당시 지불한 땅값은 에이커 당 2센트였다. 루이지애나 영역과 달리 대부분이 얼음덩어리인 알래스카를 비싸게 매입했다는 비난이 거셌다. 하지만 알래스카에서 풍부한 원유와 자원이 발견되면서 이 매입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래스카 매입을 밀어붙였던 윌리엄 수어드(Seward) 미 국무장관의 현명한 결정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지역을 차지하려고 군사력을 동원할지는 미지수다. 벼랑 끝까지 상대방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특유의 '미친'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있다. 위협적 언사를 구사해 파나마 운하 이용과 그린란드 개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더 많은 양보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의도가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외교 전략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덴마크와 파나마의 입장을 무시하면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강대국의 횡포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트럼프의 기본 전략은 통상과 같은 대외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방이라고 하여 보편 관세 등에서 우호적으로 대접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 유연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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