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7월 PPI 0.9% 급등···관세 충격 본격 반영
채권·가상자산 급락, 주식은 이벤트로 해석
CPI 안정세지만 근원 물가 상승률 고착 우려
연준 정책·트럼프 압박 사이, 美 경제 시험대

최근 발표된 미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오름세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생산자물가는 국내에서 완제품을 제조한 생산자가 소매상이나 다른 생산자에게 판매할 때 받는 가격을 평균해 산출한다. 생산자물가는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매가격에 반영된다. 

생산자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중간재를 수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관세 부과는 이들이 수입하는 원재료와 중간재의 매입 비용을 상승시킨다. /연합뉴스
생산자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중간재를 수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관세 부과는 이들이 수입하는 원재료와 중간재의 매입 비용을 상승시킨다.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생산자물가는 인플레이션 측정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7월 한 달간 생산자물가가 0.2%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생산자물가가 3.3% 올랐다.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core PPI)도 전년 대비 3.3% 상승해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PPI 발표 후 물가에 민감한 채권 수익률은 급증했고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3%에 다가섰고 12만3000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11만8000달러 아래로 밀려났다. 최근 4700달러를 넘어서면서 시장에서 각광을 한 몸에 받던 이더리움 가격도 45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채권시장과 가상화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가시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난 2월부터 시행했던 10%의 기본관세 부과가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생산자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중간재를 수입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관세 부과는 이들이 수입하는 원재료와 중간재의 매입 비용을 상승시킨다. 기업은 그간 관세 부과를 예상해 원재료와 중간재를 미리 수입하는 프런트 로딩(front loading)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미리 수입한 재고가 소진되면 관세 부과 이후 수입한 원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생산자가 비싸게 수입한 재고 비용을 완제품 가격에 전가하면 생산자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생산자물가의 예상 밖 급등은 기본관세의 후폭풍이 상당 부분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PPI 상승 의미를 축소하는 견해도 다소 존재한다.

실제 PPI 발표에 대한 채권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의 민감한 반응과는 달리 주식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최근 급등했던 소형주가 다소 큰 폭의 조정을 보여주었지만 시장 전반의 가격을 반영하는 주가지수는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띠었다.

주식시장이 PPI 급등의 영향을 축소 해석한 것은 이를 다분히 일회성 이벤트로 해석한 측면이 크다. 시장은 관세로 인한 생산자물가의 상승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생산자물가에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에 그쳐 예상과 부합했다는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생산자물가가 상승한다고 해도 일회성에 그치고 소매상이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을 흡수한다면 CPI는 크게 오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소비자물가의 안정성에 너무 크게 안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7월 소비자물가가 안정된 데는 단기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3%를 상회하는 수치다.

더욱 큰 문제는 다음 달에 발표될 8월 물가지표다. 90일간 유예했던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가 8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10%의 기본관세 부과로 PPI가 0.9% 상승했다면 그보다 높은 상호관세 부과의 효과도 서서히 PPI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높아진 PPI는 시차를 두고 CPI 상승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높은 상태를 지속한다면 고용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한번 인하한다고 해도 그 이후 동결하거나 인상한다면 미국 경기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랜 기간 부동산개발업을 하여 금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금리를 인하하라고 연준을 압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백악관은 내년 5월 임기가 만료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을 지금부터 논의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측근인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공석인 연준 이사에 선임하면서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연준을 비둘기파로 만들어 금리 인하에 나서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다.

스티븐 미런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븐 미런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아무리 비둘기파 연준이라 해도 3%가 넘는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연준의 물가 상승 목표치가 2%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한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금리 인상은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물가 급등은 소비자의 불만을 폭발시켜 그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금리를 인하하라고 연준을 압박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물가 압박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전이다. 휴전이 이루어지면 그간 전쟁으로 인해 교란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기업과 소매상에도 가급적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을 전가하지 않도록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는 제조업의 경우 관세의 물가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20세기 제조업 주도의 경제였다면 미국은 공황급 침체를 겪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1세기 미국은 AI와 첨단 정보산업, 금융업이 이끄는 유연한 경제 시스템이다.

경제에 주도적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분야는 관세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AI의 도움을 받는 재고 및 생산관리 시스템도 관세의 악영향을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관세 부과가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 이유다.

7월 PPI 지표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물가에 전가되기 시작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하지만 경제 구조의 유연화와 생산성 향상은 물가 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흡수한다. 관세가 미칠 영향에 대한 미국 경제의 탄력성 테스트가 본격화한 셈이다.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관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해 살아남을지 앞으로 몇 개월이 중대한 분수령인 이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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