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美,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하원서 3개 처리
은행 없이 빠르고 저렴하게 해외로 송금 가능
인플레 심한 나라 스테이블코인 의존도 커져
제도는 파생상품 연구용···달러 코인 대비책

워싱턴의 미국 하원은 지난주를 가상화폐 주간(Crypto Week)으로 선포하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세 가지 법률안을 논의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한 지니어스법(GENIUS Act),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 중앙은행 디지털통화 반대법(Anti-CBDC Act)이 그것이다.

워싱턴의 미국 하원은 지난주를 가상화폐 주간(Crypto Week)으로 선포하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세 가지 법률안을 논의했다. /BTCC아카데미
워싱턴의 미국 하원은 지난주를 가상화폐 주간(Crypto Week)으로 선포하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세 가지 법률안을 논의했다. /BTCC아카데미

지니어스법과 CBDC 반대법은 상원을 통과했고 클래리티 법은 상원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 세 법안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 발효할 경우 가상화폐 시장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과거 수십 년간 보지 못했던 구조적 변화의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테더(USDT)나 서클(USDC)과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정확히 달러와 일치하도록 설계돼 있다. 미 의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자격을 엄격히 하고 담보 자산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해 안정성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미 재무부, 각 주 금융당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의 역할과 권한을 규정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지불 수단으로 끌어들인다.

이 법안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은 더욱 강력한 규제 아래에 놓이게 되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사업 기회를 창출하려 했던 사업가는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금융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근본적 이유는 신용 창출에 필요한 신뢰(trust)를 담보하기 위해서다.

정부 감독의 대상이 되는 업체는 적법성과 안정성이라는 제도적 인정을 획득한다.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로부터 합법적이라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회사가 발행하고 판매하는 금융상품의 신뢰성은 높아지고 거래량은 증가한다.

정부의 감독 우산 아래에 있으면 감독 당국이 문제를 조기에 인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해결할 가능성도 커진다. 보통 사람에게 별세계와 같이 여겨지던 가상화폐가 합법적으로 규제되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현실의 제도권 금융과 활발하게 소통하게 된다는 얘기다.

우선 정부의 인가를 받은 서클 인터넷 그룹이 발행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가치의 추락이나 부도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활발하게 거래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출 결제 대금을 수수하거나 해외에 있는 친지에게 달러를 안심하고 송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이 미비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의류 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회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의 본사는 청바지를 만들어 미국으로 보낸다고 하자. 미국의 수입업자는 달러화를 한국으로 보낸다. 한국 회사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운영자금을 마련한다. 동시에 의류를 가공하는 아프리카에도 달러를 보낸다. 그 나라의 업체는 달러를 그 나라 통화로 환전해 임금을 지급하고 각종 비용에 충당한다.

이 과정에는 한국의 주거래 은행과 미국의 은행, 그리고 아프리카 은행이 모두 관여한다. 업체와 은행, 은행과 은행, 은행과 업체 간 환전과 송금이 이루어지면서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달러통화화가 대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달러통화화가 대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이 모든 결제∙지급 과정이 단순화해진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거래 상대방의 가상화폐 계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이체하면 그만이다. 시간은 빠르면 수초밖에 걸리지 않고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을 받은 거래 상대방은 이를 달러로 손쉽게 교환할 수 있다. 달러를 또 자국 화폐로 은행에서 환전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환전 과정에서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면 아프리카 국가의 업체는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보유하고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리라 결심할 수도 있게 된다.

수출입 업무뿐만 아니라 국내 결제에서도 그냥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와 같이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국 통화의 사용이 줄어들면 통화 주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나라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도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연준의 통화정책이 그 나라 경제에 더 중요하게 된다. 이 형상이 널리 확산하면 저개발국에서 달러통화화(dollarization)가 대세가 될 수도 있다. 달러의 지위가 더 확고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 이란과 러시아 등에 대한 금융 제재로 충격을 받은 중국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은 기축통화 달러를 대체할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을 늘리고 비트코인을 보유하기도 했다. 달러와 유로 중심의 국제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지속했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를 국제 결제통화로 만들려는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스위프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화의 유동성 증가로 달러 패권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발행 주체와 성격 등에 대하여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보수적 입장에 서 있는 한국은행 인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고 스테이블코인도 예금의 코인화에 국한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비은행 핀테크 기업에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반대하는 견해도 강하다. 미국의 경우 전자 이체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개인 수표(personal check)를 써서 거래대금 등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와이어 트랜스퍼(wire transfer)는 비용이 만만찮다.

이런 미국의 경우 페이팔을 통하거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송금 비용이 절감되고 편의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한국은 은행 간 전자 이체가 어렵지 않다. 매우 보편화돼 있고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굳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경유할 필요가 크지 않다. 거기에다 신용카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도 수요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JP 모건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인 JP 모건 달러(JPMD)와 같이 예금을 코인화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이유가 사라진다. 원화는 국제통화도 아니고 전자 이체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JPMD는 JP모건에서 발행하는 예금 토큰(Deposit Token)으로 기관 고객들이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간 자금 이체와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테이블 코인과 유사한 디지털 자산이다. /연합뉴스
JPMD는 JP모건에서 발행하는 예금 토큰(Deposit Token)으로 기관 고객들이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간 자금 이체와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테이블 코인과 유사한 디지털 자산이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해야 할 이유는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혁신을 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1996년 당시로서는 수요가 적은 선물거래소를 설립해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금융위기 당시 위험관리 수단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파생상품에 관한 연구와 대처를 위해서도 제도의 도입은 필요하다.

그만큼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대세가 되겠지만 그에 대한 대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다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감독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면 JPMD처럼 매우 제한된 사용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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