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블록 획득 보상, 21만 개마다 반감
수량 2100만 개 中 140만 개 남아
트럼프 밀어주고 Fed 파월도 가세
푸틴 "달러 대체 수단" 언급하기도

지난 4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8년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뒤 발생한 초유의 사건이다. 올해 초만 해도 4만 달러 초반에서 등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새 2.5배나 급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왜 이렇게 지칠 줄 모르고 질주하는 것일까?

지난 4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픽사베이
지난 4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픽사베이

2024년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4월 19일 비트코인에는 반감기가 왔다.

반감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유래를 알아야 한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저자는 bitcoin.org라는 웹사이트에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현금결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라는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의 발명을 알렸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되고 있던 시기였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를 고려하고 있었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통화량을 급격히 늘려 실질 구매력을 줄일 것이 뻔했다. 사토시는 날이 갈수록 달러화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발행 수량이 제한돼 있으며 지불결제용으로 이체가 가능한 디지털 화폐를 분산원장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법정화폐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채굴(mining)이라고 불리는 암호로 된 복잡한 컴퓨터 문제 풀기를 통해 블록을 성공적으로 만들면 비트코인이 상품으로 주어진다. 이는 통화의 주조 과정과 비견된다. 중앙은행의 요청으로 정부가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법정통화와 달리 비트코인 블록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비트코인의 과잉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토시가 최대 발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했다는 사실이다

달러와 같은 법정통화는 인쇄기를 돌리면 얼마든지 발행되지만 비트코인은 최대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마치 매장량이 정해져 있어서 무제한으로 캐낼 수 없는 금과 같다. 현재까지 1960만 개가량의 비트코인이 채굴되었다. 향후 채굴 가능한 수량은 140만 개 정도에 불과하다.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채굴 과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채굴을 통해 만들어진 블록에 주어지는 비트코인의 개수가 주기적으로 감소하도록 설계돼 있다. 비트코인 21만 개가 만들어질 때마다 블록 보상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2009년에는 블록 하나에 대한 보상이 비트코인 50개였다. 채굴 난도도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다. 2010년 5월 22일에 플로리다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가 딸에게 피자 두 판을 사주면서 비트코인 1만 개를 지불하기도 했다.

이렇게 블록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반감(halving)이 발생했다고 한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대략 4년에 한 번씩 찾아왔다. 첫 번째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에는 블록 보상이 비트코인 25개로 줄었다. 당시 비트코인 한 개의 시세는 12달러로 블록 채굴의 보상이 300달러 정도였다.

2016년 7월에도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했다. 이제는 블록 채굴 한 개에 주어지는 보상이 비트코인 12.5개로 줄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668달러로 급등했다. 블록 채굴 보상은 이제 8350달러로 증가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3년 반 동안 55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반감기는 2020년 5월이었다. 채굴 보상은 블록당 비트코인 6.25개로 줄어들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8740달러에 이르렀다. 블록 채굴 보상 금액이 5만4625 달러로 껑충 뛰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4년여간 13배 상승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도 비트코인 반감기가 찾아왔다. 블록당 채굴 보상은 비트코인 3.125개로 감소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6만2013달러였다. 채굴 보상액은 이제 블록당 19만 3790달러로 증가했다. 물론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4년여간 7배 상승한 영향이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상회한다. /픽사베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상회한다. /픽사베이

하루에 채굴되던 비트코인 수량도 2009년에는 7200개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450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펀드가 투자할 수 있도록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ETF가 숱하게 만들어져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 반감기 때문에 엄격하게 공급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반감기를 맞을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안에 몇 배씩 상승했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도 2조 달러를 상회한다. 상장회사와 비교하면 시가총액이 구글 알파벳 다음인 세계 6위에 해당한다. 잘 나가는 매그니피센트 7 회사인 메타나 테슬라보다 시총이 높다.

둘째,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더 빠르게 높아졌다. 대선 당시 7만 달러 안팎에서 형성됐던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 뒤 40% 넘게 올랐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지정해 아예 국고에 보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 최대 보유 주체이기도 하다. 범죄자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어서다. 7월 말 현재 미국 정부는 21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19만 개, 영국 정부도 6만 개가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시가로 21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총액의 45%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달러화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58%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몇몇 공화당 인사들은 앞으로 시장에서 몇백만 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여 보유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이 주요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0만 달러선을 돌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었다. 지난 4일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서밋(DealBook Summit)에서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비트코인이 결제나 가치 저장의 수단은 아니지만 ‘금과 같은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하면 연준 의장이 비트코인이 이제 투자자산인 ‘디지털 골드’의 반열에 올랐다고 인정했다. 과거 대부분의 정부 관료나 연준 인사들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파월 의장이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일종의 대안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이 각종 펀드와 파생상품으로의 편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 가지 이유 외에도 차기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증권시장을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다음 위원장으로 암호화폐 지지자로 알려진 폴 앳킨스(Paul Atkins)를 지명했다는 점도 있다. 그간 각종 규제에 묶여 활발하게 거래되지 못했던 비트코인 관련 상품이 봇물 터지듯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면서 전략 자산으로 지정해 아예 국고에 보유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체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면서 전략 자산으로 지정해 아예 국고에 보유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체다. /AFP=연합뉴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트코인 언급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콜링(Russia Calling) 포럼에서 푸틴은 미국이 달러의 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다른 나라를 착취하고 있다면서 "달러 사용을 지양하고 다른 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수단 중 하나로 언급됐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경제 대통령인 연준 의장의 비호를 받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기세등등하게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화폐나 투자자산으로서 큰 약점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가격 등락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 투자 시에는 큰 가격 변동성을 감안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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