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트럼프, 행정명령 교육부 해체 지시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 공백 우려
정부 재정 줄이겠다는 표면적 이유
바이든표 DEI 핵심 제거 욕구 노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연방 교육부를 해체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교육부가 단독 부처로 정식 출범한 것은 1980년이었다. 건강교육복지부 산하에 있던 교육 기능을 떼어내 교육부를 신설했다. 1979년 미 의회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교육 정책을 통합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육부조직법'을 통과시켰다.

교육부는 상하 양원을 통과한 정식 법률에 따라 탄생했다. 따라서 부서의 정식 해체도 의회의 법률 개정이나 새로운 법안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교육부 해체 행정명령은 이미 광범위하게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미 50%의 인력이 정리해고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인력 감축이라면 교육부 내 많은 부서의 업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연방 교육부를 해체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연방 교육부를 해체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부가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교육 수준을 향상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어느 나라보다 많은 돈을 교육에 투입하고 교육부의 예산 규모가 비상식적으로 커졌지만 정작 학생 수준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질 향상은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교육부의 정책 가운데 학생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부 기능은 다른 부처로 이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 펠그랜트(Pell Grants), 타이틀 I(Title I) 관련 정책의 이관을 언급했다. 그간 4000만 명이 넘는 학생이 1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를 탕감해 주려 했으나 공화당이 반대했다.

교육부는 연방학생보조(Federal Student Aid, FSA)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중산층과 저소득층 학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해 왔다. 최근에는 한 해 720만 명의 학생에게 393억 달러(약 5조7000억 원)의 펠그랜트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 장학금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최고 한도가 대략 7400 달러로 받은 후 되갚을 필요가 없다.

펠그랜트를 신청하려면 FSA 홈페이지에 학부모와 본인의 소득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FSA에 국세청 자료가 링크되어 연 소득을 파악할 수 있게 돼 있다. 작년에는 중요한 시기에 FSA 웹사이트가 원활히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많은 학생이 학자금 지원 규모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대학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펠그랜트 이외에 추가 학자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931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신규 대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현재까지 누적된 학자금 대출액이 1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정도의 대출 규모는 미국 4대 은행의 자산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미국 대형은행에는 수십만 명의 직원이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연방학생보조국(Office of FSA)에서 일하는 직원은 150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트럼프는 금융 기능에 가까운 학자금 대출 업무를 중소기업청(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이 담당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중소기업청도 일론 머스크의 도지(DOGE)가 주도하는 공무원 감원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다른 부처에서 이관되는 사업이 달가울 리가 없다.

트럼프의 교육부 해체 행정명령은 이미 광범위하게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미 50%의 인력이 정리해고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인력 감축이라면 교육부 내 많은 부서의 업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PA=연합뉴스
트럼프의 교육부 해체 행정명령은 이미 광범위하게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미 50%의 인력이 정리해고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인력 감축이라면 교육부 내 많은 부서의 업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PA=연합뉴스

타이틀I 정책은 1965년 민주당의 린든 B. 존슨 대통령에 의해 도입됐다. 그가 추진했던 종합적 사회복지 프로그램인 그레이트 소사이어티(Great Society)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교육 기회의 평등과 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저소득층이 많은 학교에 재정을 지원했다.

1980년 정부 개혁과 규제 완화를 추진했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자 중앙정부의 관여를 줄이고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했다. 1994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하자 타이틀 I 정책은 다시 강화됐다. 각 주가 학생에 대한 평가 기준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했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학교의 책임을 강조했다.

2001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교육 수준의 향상에 관심이 많았다. 지진 학생 방지법을 통과시켜 매년 학업성취도를 테스트하게 했고 재정지원과 연동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매년 학업 능력을 점검하게 했고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는 문을 닫게 했다.

타이틀I 프로그램은 교사 확충, 수학능력 향상, 방과 후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교육부가 184억 달러(약 26조7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교육부의 초중고 재정 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크다. 이 프로그램이 없어질 경우 시골 지역과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의 학교는 직접 타격을 받게 된다. 선거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 규모 감축을 강하게 추진했던 레이건이나 트럼프도 이 프로그램은 유지하겠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어떤 부서가 이 기능을 이관받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책의 파급력으로 인해 교육부가 간판을 내리더라도 타이틀I이라는 연방정부 고유의 교육 관여 기능을 트럼프가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교육부의 예산이 다른 부처에 비하여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 최근 연간 예산은 대략 2680억 달러(약 389조원)로 전체 연방정부 예산의 약 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굳이 교육부를 콕 집어서 없애려고 하는 이유는 교육부가 바이든 전 행정부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증진 정책인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추진의 핵심 부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2021년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인종적 형평성(racial equity) 제고와 소외된 계층(underserved communities)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펼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교육부도 이 명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교육부는 각종 재정적 지원 정책을 펼치면서 평가 항목으로 문화적 수용성, 역사와 사회 과목에서 다양한 관점의 포함, 교육 평가에서의 인종적 격차 축소, 교육자 채용에서의 다양성 증진을 포함했다.

더불어 민권 증진(Office for Civil Rights) 부서를 설치해 학교에서의 인종, 국적,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 여부를 조사하게 했다. 보수 진영은 이런 정책을 '흑인 표'를 얻기 위해 교육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봤다. DEI라는 그럴듯한 구호로 포장했지만 결국은 소수인종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 목적이 핵심이라고 파악했다.

트럼프가 굳이 교육부를 콕 집어서 없애려고 하는 이유는 교육부가 바이든 전 행정부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증진 정책인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추진의 핵심 부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트럼프가 굳이 교육부를 콕 집어서 없애려고 하는 이유는 교육부가 바이든 전 행정부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증진 정책인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추진의 핵심 부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이들은 또한 인종적 형평성을 제고한다면서 진보 진영이 펼치는 역사 바로 세우기가 백인의 악마화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에 격분했다. 트럼프는 교육부가 그 선전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고 보고 화형 시키듯 없애 버리려고 한다.

교육부 해체의 표면적 이유로 재정 효율화를 위한 정부 규모 축소도 있지만 그 내면에는 살벌한 이데올로기적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도 굳이 이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교육부 해체는 미국 사회 양극화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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