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오로지 주주 이익만을 고려' 라고 오해 유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진지하게 고민 필요
한국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 기업가정신 존중

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활황을 누렸지만 한국 증시는 소외됐다.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해외로 향하는 자금 흐름으로 이어졌고 국내 시장은 투자 심리 위축과 자금 유출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밸류업 정책을 통해 한국 증시의 가치를 높이고자 했지만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 위주라는 한계가 지적된다.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지만 주주가치 극대화와 함께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반영하는 밸류업(Value-up) 정책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제는 단기 주가 부양책이 아닌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성경제신문이 [2025 한국 증시 리부트: 밸류업] 금융 포럼에 앞서 각계의 전문가를 만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는 수단이어야지 오히려 이를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우려했다. /이상헌 기자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는 수단이어야지 오히려 이를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우려했다. /이상헌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주 자본주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금융기업들은 단기 수익을 좇아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원했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남용하며 위험을 축소 평가했다. 그 결과 시스템 리스크가 폭발하며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했다.

주주 자본주의의 이론적 배경인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따르면 본인에 해당하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진(이사회 및 CEO 등)은 열심히 일해야 하는 대리인에 해당하며 대리인은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부담한다. 하지만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사적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여러 수단이 마련됐다.

최근 주주 자본주의, 회사법에서 가장 핫한 것은 아마도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둘러싼 논쟁일 것이다. 작년부터 학계 및 재계, 정치계를 뜨겁게 달구었는데, 논란 끝에 2025년 3월 13일 드디어 상법의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를 위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K-밸류업으로 진행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 보호가 회사법의 핵심 원칙 중 하나"라면서도 2025년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 등) 조항에 대해 "회사가 오로지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입장으로 흐르지 않도록 이사의 충실의무 개념을 오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경영자의 핵심 의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와 맞물려 ESG경영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고자 하는 시도 역시 신중히 보아야 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려다 보면 결국 누구의 이익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종전의 상법 382조의 3에서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사가 부담하는 충실의무의 상대방이 회사임을 분명히 하였고 해석론상 회사의 이익은 결국 총주주의 이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 상법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벌총수의 사익에 공여하기 위한 일련의 회사법적 행위들(합병, 물적분할 등)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재산상 손실을 입은 사례를 들면서 이 모든 것들이 이사가 주주에 대하여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자는 견해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 결과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제382조의 3의 제목은 '이사의 충실의무 등'으로 바뀌었고 본문의 내용도 다음과 같이 변형됐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상법개정안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 등) 

①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②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법률안의 개정 이유를 보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이사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여전히 '회사'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또 여기에서 언급된 '주주'란 회사의 모든 주주를 아우르는 총체적 개념으로 보아야 하며 특정 개인인 주주 각 1인에 대하여 이사들이 직접 법적으로 의무를 부담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예컨대 최근 한국에선 기업 경영과 관련한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데,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KCGI와 한진칼의 소송전, 한미약품의 모녀와 형제간 대립과 같이 다 같은 주주라고 하더라도 주주들 사이의 이해관계는 단일하지 않다. 숱한 주주간 분쟁을 보면서 알 수 있듯이 주주들 각자의 이해관계는 다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이들의 이해관계를 일일이 고려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법조문에 등장하는 '주주'라는 의미도 총합으로서의 주주로 이해해야 하며 이사가 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은 회사이고 고려해야 하는 것은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개별 주주들 하나하나에 대하여 이사(경영진)가 직접 법적으로 의무를 부담한다는 해석론은 법체계상 맞지 않다.

김태진 교수는 "법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는 수단이어야지 오히려 이를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태진 교수와의 일문 일답.

―주주 보호 의무를 경영진에게 부과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목소리가 크다. 야권은 상법 개정이 밸류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인사를 비롯한 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이런 와중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막겠다며 나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정치권과 재계의 주장에 대해선 답변할 사항이 아닌 것 같아 학계를 중심으로 말씀드린다. 주주 보호 의무를 도입하자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다만 상법의 해석론상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것을 왜 굳이 도입하고자 하는지 다수의 상법 교수들은 우려하고 있다. 대리인 이론은 미국의 이론 중 하나일 뿐 그렇다고 하여 이사가 법적으로 개별 주주에 대하여 각각 대리인 혹은 수임인의 지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사는 개별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에 치우치기보다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사의 주주보호의무를 주장하는 입장 중에는 이사가 주주에 대하여 충실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기만 하면, 주주가 언제든지 이사에게 직접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이 점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함께 언급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주주가 이사에게 직접적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오해를 유발하고 있어 우려된다. 이사가 개별 주주에 대하여도 직접적 책임을 진다는 식의 일반론으로 비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정확하게 알려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나 2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개최된 '한국금융법학회 2025 특별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지나 2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개최된 '한국금융법학회 2025 특별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한국금융법학회에서 진행한 특별세미나에서 이철송 건국대 석좌교수는 최근의 여러 상법 개정안 중 특히 상장회사지배구조법(안) 관련해서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 주주 보호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소수자 보호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호감이 가는 명제이나 자세히 보면 이는 전철에서의 노약자 보호,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 같은 성격의 후생적 배려차원의 것이므로 자본시장에서는 어떠한 기준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배려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면 원래 의도와는 달리 소수자에게는 거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1대 주주의 경영권에 도전하는 엘리엇이나 쉰들러 등과 같은 2대, 3대 주주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학계에서 꾸준히 지적된 문제지만 상법 개정론자들은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의 밸류업도 기업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자본효율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던가?

"앞서 본 것처럼 이 조항의 도입이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주주 이익 극대화는 과거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시카고 학파의 주요 논점이었으나 이러한 접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비판받게 되었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은 주주이익 극대화(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 원칙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프리드먼이 1970년에 발표해서 유명해진 명제로서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 극대화'라는 것이 있다. 이는 기업이 직원 복지, 환경 보호, 사회 공헌 등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오늘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고 하여 이 점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게 되면 마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착각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프리드먼이 강조한 것은 기업이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한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이었다. 더구나 브레이크 없는 인간의 탐욕이 금융 시스템의 감시, 감독상의 허점과 결합하게 되면 앞서 본 것처럼 제2, 제3의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

기업 경영은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며 미국 1985년 유노칼(Unocal) 판결에서도 이사회가 적대적 인수 방어 조치를 취할 때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음을 명시한 바 있다."

※용어 해설 : 유노칼 판결

1985년 석유회사 메사(Mesa)가 유노칼 주식에 대해 '2단계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1단계는 주당 54달러에 매수하는 것이고 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주에게는 2단계에서 주당 54달러 가치의 '정크본드'나 다름없는 증권과 교환해준다는 내용이었다. 1단계에서 주주들이 주식을 메사에 던질 것을 노린 것이다. 유노칼 이사회는 '메사를 제외한' 전 주주를 상대로 주당 72달러에 상당하는 선순위 채권을 발행해 제공하기로 하는 대항 공개매수를 의결했다. 이후 메사는 자신을 제외한 것이 부당하다며 유노칼의 대응 공개매수 금지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공격자의 위협에 대항한 유노칼 이사회의 평가가 합리적인가 방어적 조치가 비례성 기준에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유노칼의 방어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주주 보호는 현재 상법에 잠자고 있는 조문을 깨워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배주주의 자기거래 조문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며 델라웨어주처럼 충실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면제금지 규정도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델라웨어 대법원 입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주주 보호는 현재 상법에 잠자고 있는 조문을 깨워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배주주의 자기거래 조문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며 델라웨어주처럼 충실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면제금지 규정도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델라웨어 대법원 입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유노칼의 경영권 방어 전략은 일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사해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차입 인수(LBO: 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경영권을 획득한 홈플러스에서도 이사의 충실 의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채권자의 이익이 보호되지 않는 상황인데 개정론자들이 주주 이익 보호에만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주주 보호 의무 도입의 실질적 효과를 주장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와 같은 단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조항 도입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지만 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과 균형 잡힌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채권자와 기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를 간과하는 입법은 기업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 역시 단기 투자자, 장기 투자자, 대주주, 소액 주주, 기관투자가, 내부 주주, 외부 주주, 내국인 주주, 외국인 주주, 연기금, 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집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 않은가?

"공평한 대우 의무는 주주 간의 형평성을 보장하고자 제안된 개념이다. 그러나 '공평'이라는 개념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각 이해당사자가 서로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특히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하여 문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법인 상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의 개정을 통해 보다 적절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평한 대우의 객관적 기준으로서 주주의 지분 가치에 비례한 대우가 제시된다. 이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공평보다는 더 정확히는 공정한 대우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주주를 각자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하여야 한다는 의무는 기업의 인수합병(M&A) 국면에서 특히 치열하게 문제된다.

그리고 공정한 대우의 핵심은 공정한 보상에 있다고 본다. 예컨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례와 같은 주요 사건에서 주주의 금전적 이익 보호가 강조됐다. 미국 레블론(Revlon) 판결에서도 기업이 M&A 과정에 직면했을 때 주주의 금전적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사례는 공정한 대우와 관련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동경증권거래소는 2023년 기업 인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업 가치 향상과 주주 이익 확보를 중요한 가치로 설정했다. 하지만 일본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주주 이익만을 고려한다"는 입장이 아닌 기업 가치는 주주 가치와 부채 가치의 총합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주주 이익과 기업의 전체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용어 해설 : 레블론 판결

1985년 레블론(Revlon)은 적대적 인수자로부터의 방어를 위해 화이트 나이트 전략(우호적인 제3자에게 매각을 추진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하지만 델라웨어 대법원은 회사가 사실상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 이사회의 역할은 '기업 지속'이 아니라 '주주의 금전적 이익 극대화'로 바뀐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준이 형성됐다.

―밸류업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세제로 상속세나 배당소득 종합과세가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대부분이 주식투자자 관점인데 이해관계자론에 입각해 더 고려해야 할 것은 없을까?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투자, 임금 증가 등에 사용하지 않은 기업소득에 추가 과세함으로써 기업 소득이 가계 소득으로 환류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제도다. 2015년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최초 도입됐으며 2018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제도 명칭과 내용이 변경됐다.

2023년부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법인에만 적용되는데 기업이 투자금으로 환류하지 않고 사내에 소득을 유보하게 되면 일정 비율을 법인세로 내라는 것인데 사실 주주 이익을 외치는 분들 관점에서 보면 나라가 왜 세금으로 주주 몫을 뜯어가느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사회로 환류된다.

예들 들어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매년 실적 개선분의 20%는 협력사와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2020년부터, SK그룹은 2023년부터 협력 이익 공유제를 운영하고 있다(주주 이익 극대화론에 입각하면 협력업체와 이익을 나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또 누구도 그걸 배임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청년 세대의 미래가 주식 투자에 있다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식 투자자는 주가에 따라 주식을 사거나 팔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대한민국에는 창업 현장을 누비며 기업가 정신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오히려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 혹은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체제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세금을 많이 내고 우리 사회를 활발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업가를 더 많이 배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 균형잡힌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궁극적으로 주주 보호와 기업 혁신 간의 균형을 도모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직된 법률 제정보다는 일본과 같은 가이드라인 제도를 참고해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자율과 규제를 조화롭게 해결해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 아래 안내표를 클릭하면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개정 논란'을 주제로 오는 3월 20일(목) 오전 8시 30분부터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리는 제9회 여성경제신문 금융포럼 사전 신청 등록페이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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