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과 김광일 모두 주주 행동주의
양측 대변한다면서 정치 이득 챙기기

국가기간산업인 비철금속 생산을 독점해 온 영풍과 고려아연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논란 속에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최대 이해관계자인 국민연금의 역린까지 건드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18일 영풍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서한을 통해 영풍정밀의 주주 제안을 "소수주주권 행사라는 탈을 쓴 악의적 방해 공작"으로 규정하며 △집중투표제 도입 △현물배당 △사외이사 김경율 후보 추천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 70%를 보유한 회사로 지난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보유 중이던 영풍 주식을 고려아연 계열사인 SMC에 처분해 영풍의 의결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편법 행위에 관여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법원은 지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이 보유한 25.4%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조치가 주주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모든 주총 결의를 무효화하고 최윤범 회장 측이 임시 주총에서 선임한 사외이사 7인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주주 서한을 통해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운 영풍은 김경율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정치적 활동으로 인해 이해충돌 논란이 있는 인물로 독립성과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 후보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 상법 382조 3(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경제민주주의21' 명의의 논평을 발표한 점을 비춰볼 때 최근 김광일 부회장 명의로 상법 개정에 찬성 입장을 밝힌 MBK파트너스 노선과는 대비된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주주행동주의에 휘둘리는 모양새가 연출된 가장 큰 이유는 "주식은 소유해도 기업은 소유할 수 없다"며 고려아연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도를 단행한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결정에서 비롯된다. 일견 최씨와 장씨 일가의 오래된 악연에서 비롯된 사태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학계는 사모펀드의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7일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은 적대적 인수합병 투자 건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해 올해 2월 계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기금이 투자하게 될 사모펀드의 정관 등 계약에도 반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개별 투자 건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한국재무관리학회가 개최한 토론회도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로 비롯된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따른 국가 경제 안보 위험성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핵심기술에 대한 지정 요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외국계 사모펀드 공격에 모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고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금융 관련 전문성에만 집중하는 MBK의 행태를 질타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MBK 투자 철회와 별도로 집중투표제 하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가늠할 의결권 행사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소관이다. 지난 1월 임시 주총 당시 수책위는 기금운용본부에 먼저 안건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자진해서 제시했고 국가 기간산업 보호라는 측면에서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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