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 완화 행정명령 문서
미국산 쌀 수입 75% 확대 포함돼
WTO 제도를 외교 레버리지 활용

일본이 쌀 시장 개방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며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반면 한국은 쌀과 소고기를 지키려다 끝내 관세 합의에서 주도권을 잃고 ‘FTA 프리미엄’을 상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한일의 전략적 차이를 선명히 드러내며 한미 통상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전환점으로 인식된다.
5일 미국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는 일본산 자동차 관세 완화 및 15% 상호관세의 개념적 정의만이 아니라 미국산 쌀 수입을 75% 늘리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미니멈 액세스(MA)’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일본은 미니멈 액세스 틀 안에서 미국·태국·호주·중국 등 여러 공급처를 두고 매년 77만t을 수입해 왔는데 이 가운데 미국산 비중이 이미 절반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미국산 쌀이 일본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강화하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애초에 FTA 협상에서 쌀을 ‘성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이 성역은 지난 7월 31일 상호 관세율이 15%로 결정되면서 무너졌다. 표면적으로는 25%에서 15%로 완화하고 쌀과 소고기 개방 압력을 막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누려왔던 ‘FTA 프리미엄’을 스스로 포기한 순간이었다.
지난 13년간 한국 기업은 한미 FTA 덕분에 일본·독일 경쟁사 대비 확실한 가격 우위를 유지했다. 자동차, 전자, 철강, 화학 전반에 걸친 우위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의 핵심 축이었다. 그러나 기정사실화된 15% 관세는 비교 우위를 완전히 소멸시킨 경계선이 됐다.
반면 일본은 WTO 미니멈 액세스 제도를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정치적 거래 카드로 활용했다. 미국산 쌀을 일정 비율 의무 수입하면서도 이를 교환 조건으로 농업 보호와 자동차 수출 확대를 연결시키는 식으로 국제 규범을 외교 레버리지로 전환했다.
지금까지 한국이 쌀과 소고기를 한데 묶어 FTA 성과라 포장해 온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외교관을 지낸 인사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 정치권의 행태는 구글 등 빅테크에 망사용료를 부과하려는 온플법 논란과 맞물리며 “이익은 챙기고 개방은 피한다”는 위장 전술로 인식됐다"며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익 수호’ 전략이 오히려 미국의 불신을 키우고 동맹 관계를 흔드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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