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차등, 日에 가격경쟁력 흔들
연간 순부담 6.4~8.3조원 추정
매출 기회손실 20조원 이를 전망
재계 "지연 전략, 시장 잠식" 경고
대통령실 "시간-국익 별개" 주장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에는 15% 관세를 유지하면서 한국산에는 25% 관세를 매기자 현대자동차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일 차종이라도 가격 격차가 수천 달러 벌어지면서 미국 내 판매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연간 170만 대 수준이며 이 중 한국 직수출 비중에 해당하는 연간 순부담 규모만 6.4~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대차 글로벌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는 충격이다.

관세가 가격에 전가되지 못하면 마진이 사라지고 전가하면 소비자가격 경쟁에서 밀려 판매량이 감소한다. 결국 매출 기회손실만 연 20~25조원, 영업이익 감소분은 최소 3조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관세 차액을 직접 보전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상황은 한국의 통상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방증한다. 한·미 FTA는 사실상 무력화됐고 세계무역기구(WTO) 규범도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에 협상의 데드라인이 없다며 시간을 끌기보다 국내 산업을 방어할 수 있는 직접 보전·세제 지원 등 정책 수단을 조속히 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공장은 이미 생산능력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추가 증설은 최소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출 물량에 관세 리스크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정의선 회장이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미 관세 전쟁 국면에서 국가와 기업이 약속한 투자가 무산될 경우, 현대차의 시장 전략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차의 31조원 투자를 겨냥해 "치열한 관세 전쟁 중에 국가 경제 생존을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 국민이 하나가 된 전략적 대응이 긴요하다”며 "개별 기업의 섣부른 선물 보따리가 자칫 국가 차원의 패키지 대응 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투자가 무산되더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관세 부담을 직접 보전하거나, 수출보험·세액공제 등 간접 지원책을 신속히 가동하지 않으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압박을 받는다"며 "협상 우선 명분 뒤에 숨은 지연 전략이 오히려 국익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관세 충격이 이미 매출·영업이익으로 직격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늦은 대응은 곧 점유율 상실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반면 이날 대통령실은 정반대의 기류를 보였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장기화로 국익이 훼손된다는 부분은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협상 고려 사항 1순위는 국익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긴급 대응 요구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재계가 경고하는 '시간이 곧 손실'이라는 현실론과 용산이 내세운 '시간과 국익은 별개'라는 추상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라며 "정부가 최소한 31조 투자 방안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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