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 원·하청 구조 겨냥 성명
조지아 정치 맞물려 현대차 희생양 될 듯
OSHA·NLRB 동원 규제기관 압박 병행
무역법 301조 발동, 보조금 폐지될 수도

한국의 민주노총에 이어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정조준하며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단속 사태와 맞물려 미국 조야에서 의구심을 제기해 온 한국식 ‘노란봉투법’ 선동 전술이 국제 노동 연대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수출된 사례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11일 미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UAW는 이번 사태를 불법 고용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산업 안전’, ‘이민자 인권’, ‘노조 결성권 억압’까지 프레임을 확장해 압박 전술을 펼쳤다. 기업 책임을 무제한으로 끌어올려 현대차를 방어 불가능한 위치로 몰아넣는 방식이다.
이런 전술은 한국에서 논란이 된 노란봉투법과 닮았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으로 불리는 이 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넓힌 법이다.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도 원청이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성명문에 현대차 책임을 강조하는 문구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하청업체 고용 구조와 안전 관리에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현대차 미국 법인의 주장을 근거로, 노동자 사망·이민자 착취·노조 결성 방해의 책임을 원청인 현대차에 돌린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핵심 투자처를 향해 노동권과 인권 문제를 동시에 걸어 압박하는 방식은 한국식 좌파 노동운동 전술이 수출된 특이한 사례다. 조지아주라는 정치적 격전지에서 노조의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민주당 전략과 맞물리며 현대차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구도가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UAW는 현대차 브랜드를 직접 겨냥하는 상징 파괴 전술을 택했다. 산별노조 입장에서 “LG엔솔 협력사 직원이 잡혔다”라고 하면 미국 내 파급력이 크지 않지만, 소비자와 직결되는 현대차를 전면에 내세우면 여론과 정치권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성명만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OSHA(산업안전보건청), NLRB(전미노동관계위원회) 같은 연방 규제기관을 호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OSHA를 호출하면 현장 안전 부실·노동자 사망 위험 등을 공식 조사 사안으로 확대해 현대차를 규제망에 넣을 수 있고, NLRB를 소환하면 ‘노조 결성권 보장’ 프레임이 작동해 현대차가 노조를 방해한 듯한 이미지를 덧씌우며 부당노동행위 조사까지 끌어낼 수 있다.
미국에도 물론 기업을 위한 견제 장치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사전 예방적 성격에 그친다. 전미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전국제조업자협회(NAM) 같은 경제단체가 활발한 로비와 여론전을 통해 OSHA·NLRB의 과도한 개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불법 고용 문제가 발단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사태에 개입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UAW는 현대차와 LG엔솔이 미국인을 직접 고용했더라도 공급망 전반에서 협력사의 원청으로서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전개되는 ‘노조 결성권 확대’ 투쟁과 맞물려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원청 기업의 의무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사실상 ‘미국판 노란봉투법’ 전선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현대차가 이민자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프레임은 민주당 내 진보세력과 공화당 모두에게 반향을 일으킬 만한 정치적 소재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제조업을 마비시킨 노란봉투법이 미국에 이식되는 상황을 트럼프가 알아챈다면 그는 “미국을 기만한 외국 기업”으로 규정하며 격노할 가능성이 크다. 불공정·차별적 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발동을 비롯해 보조금 폐지 등 초강경 보복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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