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에 포함된 내용인지도 불확실
선물 보따리로 깎아내린 與 지도부 탓
트럼프 추가 공격에 대응 무기 사라져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해 2월 16일 복당 선언 기자회견 후 국회 대표실을 찾은 이언주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해 2월 16일 복당 선언 기자회견 후 국회 대표실을 찾은 이언주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탄핵’ 리스크를 언급하며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회피 논리로 소화하는 사이 현대자동차는 2600억 달러 투자계획을 전면에 내세우며 트럼프 관세에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길을 찾았지만 정부는 무역 협상 지렛대를 스스로 잃어버린 모습이 됐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600억 달러(약 36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관세 25% 충격 속에서 독자적으로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 정의선 회장 등을 경제사절단으로 동원하고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

미국 현지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투자설명회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북미는 현대의 가장 큰 시장”이라며 “2600억 달러 투자는 단순히 관세 완화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 현지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2030년까지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미국계 GM(67%)이나 포드(71%)보다 높은 수치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40%에서 80%로 확대하면, 사실상 트럼프식 고율 관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 25% 관세 충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기업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투자를 ‘정치적 위협’으로만 소화하며 관세 인하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25% 관세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 0.45%포인트, 내년 0.6%포인트 둔화시킬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는 미국 수요를 현지에서 소화하고 국내 생산 차량은 유럽과 중국 등 제3시장에 집중하는 ‘분업 전략’을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기업 차원의 자구책에 불과해 관세 충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미국 내 고용 확대는 정부 협상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이재명 패싱’ 흐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여당 지도부의 반(反)기업 기조 또한 현대차가 애당초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포함되지 않은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개별 기업의 섣부른 선물 보따리가 자칫 국가 전략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의선 회장의 31조 원 투자 계획을 겨냥한 바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예외 사안’으로 읽혀지면서 협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9일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차
지난 19일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차는 이번 투자계획을 통해 미국 내 전동화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2단계 프로젝트를 가동해 연간 생산능력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하고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EBV)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지 전략 차종의 포트폴리오를 SUV, 픽업트럭, 럭셔리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확대해 GM·포드와 직접 경쟁하는 시장 구도를 형성한다. 특히 북미 시장 특화 모델을 투입해 고율 관세의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미국에서 팔리는 차는 미국에서 만든다”는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 30조 원, 설비투자 38조 원, 전략투자 8조 원 등 총 77조 원 규모의 투자를 병행한다.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수소·전동화 기술 투자 등으로 공급망을 현지화해 단순한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대차가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은 미국향 완성차 수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라며 “트럼프의 보복 관세도 예상되는 시점 정부가 관세 협상에 쓸 수 있는 가장 큰 카드가 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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