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정상회담 후 트럼프 메시지 재점화
주병기 위원장의 EU 따라하기 속셈 직격
보수아이콘 찰리 커크 등 유력 인사 참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 기술 기업을 규제하는 국가에는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직접 경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온플법)이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
4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망 사용료 논란의 단초는 국내 통신사 대표들의 공개 발언에서 비롯됐다.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투자한 사람이 사용자로부터 비용을 받는 건 당연하다”며 구글에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도 앞서 “망을 이용했으면 돈을 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요금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런 기류는 구글뿐 아니라 향후 국내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아마존프라임, HBO MAX, 파라마운트+ 등 OTT 업체들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결국 한국 정치권이 법안 논의를 이어가기 전부터 통신업계 최고경영자들의 목소리가 미국 측에 직접 전달됐고 한미 간 갈등의 불씨가 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공정한 망 사용료 계약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21대 국회에서는 8건,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3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제도화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 법안을 한국이 미국 빅테크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간주하며 꾸준히 문제 삼아왔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법안 처리를 의도적으로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이를 ‘의도적 보류’로 곧바로 간파했고 한미 정상회담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를 통해 망 사용 규제 기조를 유지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태도를 직격했다.
당시 브리핑에 나선 김용범 정책실장이 “온플법이 상호관세 협상 단계에서 많이 얘기됐지만 최종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한 건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으니 봉합은 이뤄졌다는 논리였지만 국내 여론용 해명에 가까웠고 잠시 봉인된 폭탄에 불과했다.
미국은 이런 허점을 놓치지 않고 여론전에 나섰다. 현지 유력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EU식 규제 접근을 따르지 말라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 역시 “한국이 디지털 규제를 실제로 추진할지 여부를 시금석처럼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 의회와 마가(MAGA) 인사들도 일제히 가세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한국의 규제 법안은 중국 기업에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고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의 찰리 커크 대표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은 때리면서 중국 기업엔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커크 대표는 한국 사정당국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압수수색 사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직보할 정도로 긴밀한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적과 무관하게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미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국회에 관련 법이 계류돼 있는 한 외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은 이미 한국 측에 ‘디지털 무역 제한 포기’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전 USTR 대표는 “미국이 무역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을 열어왔는데, 그 보답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면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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