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심에 선 글로벌 엘리트 그룹
피터 틸의 스탠퍼드 로스쿨 인맥들
경제·안보 움직이는 '미국의 숨은 왕'
'삼극위원회'보다 더 비밀주의 성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가까운 인사들을 내각 주요 보직에 대거 배치하면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내부에서도 권력 지형 변화가 일고 있다. 오른쪽이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가까운 인사들을 내각 주요 보직에 대거 배치하면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내부에서도 권력 지형 변화가 일고 있다. 오른쪽이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가까운 인사들을 내각 주요 보직에 대거 배치하면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내부에서도 권력 지형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페이팔 마피아'로 알려진 인물들이 새 행정부 요직에 등용되면서 이들의 정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여성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 정책 책임자와 주요 반독점 집행관으로 발탁한 인사들은 공통으로 '머스크의 스탠퍼드 친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피터 틸(Peter Thiel)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스 회장이 자리하며 트럼프 뒤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 투자자이자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창업하며 기술과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로 시작해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글로벌 벤처 캐피털 '클라리움 캐피털'을 설립했다. 초기 페이스북 투자자로도 유명하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과 긴밀히 연결된 '미국의 숨은 왕'으로 평가받는다.

'페이팔 마피아'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이끈 인물들의 모임을 지칭하는데 피터 틸 자신 역시 <제로 투 원(Zero to One)>이란 저서에서 '마피아를 만들어라'면서 네트워크의 힘을 과시한 바 있다. 링크드인과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를 포함해 약 20명이 소속돼 있다.

이런 가운데 피터 틸이 '미국의 숨은 왕'으로 불리는 이유는 트럼프와의 인연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틸은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을 공개적으로 후원하며 정치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경제정책 자문역으로 참여하며 기술 산업과 정책을 연결하는 가교 구실을 수행했다.

또 이뿐 아니라 J.D. 밴스 상원의원의 멘토이자 그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1일 트럼프 취임식에서 부통령으로 공식 데뷔한 밴스는 틸이 운영하는 미스릴 캐피탈(Mithril Capital)에서 근무했으며 틸의 지원을 받아 벤처 펀드 나리아 캐피탈(Narya Capital)을 설립했다.

밴스 부통령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가까운 여러 인물을 행정부 주요 자리에 발탁했다. 벤처 투자자 데이비드 삭스는 백악관 인공지능(AI) 및 암호화폐 차르(AI & crypto czar)로 임명됐다. 삭스는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소프트웨어 기업 야머(Yammer)의 공동 창립자이며 스페이스X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크래프트 벤처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페이팔 본사에서 당시 피터 틸 페이팔 최고경영자(CEO)와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페이팔 본사에서 당시 피터 틸 페이팔 최고경영자(CEO)와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켄 하워리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로 머스크와 25년 우정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스탠퍼드 재학 중 피터 틸과 교류를 시작해 이후 페이팔 창업에 합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워리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스웨덴 대사를 역임하며 외교 경험을 쌓았으며 덴마크 대사직은 그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스웨덴 미국 대사를 역임한 그는 주변인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 때문에 덴마크에 특별히 끌렸다"고 했다고 한다. 다만 외교 협상 경력이 부족해 그가 그린란드 매입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NYT는 보도했다. 

블레이크 마스터스 역시 미국의 기업가이자 정치인으로 피터 틸과 긴밀한 사이다. 스탠퍼드 로스쿨 재학 시절 마스터스는 틸이 진행한 '스타트업' 강의를 수강하며 상세한 강의 노트를 블로그에 연재했고 이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저서 <제로 투 원>을 출간했다.

마스터스는 졸업 이후 틸 캐피털과 틸 재단에서 요직을 맡았으며 2022년 미국 애리조나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민주당의 마크 켈리 상원의원에게 패배했다. 이후 지난해 애리조나 제8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공화당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트럼프의 뒤늦은 지지에도 에이브러햄 하마데에게 패하며 출마가 무산됐다. 

블레이크 마스터스(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가 이사회 멤버로 참가한 1789 캐피털은 오미드 말릭이 설립한 보수 성향의 벤처캐피털로 폭스뉴스 앵커였던 터커 칼슨에게 투자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1789 캐피털
블레이크 마스터스(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가 이사회 멤버로 참가한 1789 캐피털은 오미드 말릭이 설립한 보수 성향의 벤처캐피털로 폭스뉴스 앵커였던 터커 칼슨에게 투자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1789 캐피털

애리조나에서 아내와 세 아들과 함께 사는 그는 주류담배 총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합류한 '1789 캐피털' 투자회사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피터 틸에 대해선 전성기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를 넘어설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틸은 현대의 기술과 데이터 중심 세계에서 키신저가 장악했던 전통적 외교와 지정학의 영역을 넘어서 21세기적인 권력 구조를 재정립하고 있다.

머스크가 대중적 영향력과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했다면 피터 틸은 은밀하게 글로벌 엘리트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스타일이다. 그가 2003년 창립한 팰런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벤처캐피털 부서인 인큐텔(In-Q-Tel)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안보와 정보 관리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북미-유럽-아시아 엘리트 단체인 삼극위원회(The Trilateral Commission)보다 비밀주의 단체로 알려진 빌더버그 그룹(Bilderberg Group)의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핵심 멤버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린 모임에 초대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한편 국내 정치권과 재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의지가 엿보이는 인선을 주목하고 있다. 김원용 김앤장 미래사회연구소장 장남인 캐빈 김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 보좌관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로 임명되면서다.

빌 해거티 의원은 지난해 8월 미국 상원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외교적 협력을 높게 평가하며 "한미일 3국 간 경제 관계 심화는 공동의 경제 및 국가 안보 이익을 강화하고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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