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개 수수료 9.8% 책정
점주 "한달 소득 약 70만원 줄어"
모기업의 수익성 제고 압박 추측도

음식배달 플랫폼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중개수수료 인상에 나서자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선 배민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부과된 4억유로(약 6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때문에 수익성을 높여야한다는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수수료 부담을 느낀 입점업체들은 결국 메뉴 가격을 인상하고 외식 물가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다음 달 9일부터 ‘배민1 플러스’ 서비스에 가입한 입점업체에 주문 한 건당 배달 중개 수수료를 9.8%(부가세 별도)로 책정해 기존 대비 3%포인트 인상한다. 기존 중개수수료는 6.8%로 44.1%의 인상률이다.
이에 따라 배민 배달 수수료는 쿠팡이츠와 동일해진다. 앞서 배민은 배민1 상품 프로모션을 2022년 3월 종료한 이후부터 음식 값의 6.8%를 수수료로 부과해왔다.
이번 인상과 함께 다음 달부터 외식업주는 배달요금을 부담하는 것과 별도로 배민에 주문 중개 이용료로 음식값의 9.8%를 내야 한다. 부가세를 합치면 10.8%에 이른다.
예를 들어 2만원짜리 치킨 주문이 들어오면 외식업주가 중개 수수료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 2160원이다. 배달비와 카드 수수료도 따로 빠져나간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이중·삼중고에 처한 배달앱 입점업체는 배달앱에 중개수수료 인하를 절박하게 요청해 왔다"면서 "배민이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무려 44% 인상하는 것은 자영업자의 절박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한 비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가맹점주 영업이익률은 6.6%에 불과하다"며 "이제 배민 중개수수료는 가맹점주 영업이익률의 1.5배에 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객단가 2만5000원 기준으로 일 30건씩 배달했을 때 한달에 약 70만원, 1년에 약 840만원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며 “객단가가 더 비싼 매장은 추가 감소가 발생할 것”, “포장배달업 못해먹겠다. 배민1만 주문이 들어오니 남는 건 하나도 없고 무료봉사하는 꼴인데 수수료까지 더 인상된다니 이제 폐업 하련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배민이 다 가져간다"라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외식업주들은 배민의 수수료 인상으로 부담이 크다고 호소해와 이를 메우기 위해 메뉴 값 인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배민은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65%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압도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외식 자영업자들이 배민을 불매할 수 없어 결국은 음식 값을 올리고 이는 물가 상승 부담을 더 높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불만을 예상했던 것인지 배민은 이번 인상과 함께 당근책도 제시했다. 배민이 공개한 요금제 개편안에 따르면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율을 인상하는 대신에 고정 배달비를 인하하고, 포장 중개수수료(6.8%)를 내년 3월까지 50% 할인해준다.
그동안 업주가 부담하는 고정 배달비는 2500~330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를 1900~2900원 수준까지 인하한다. 배달 주문 수가 가장 많은 서울 지역에서는 업주 부담 배달비를 기존 32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 내린다. 경남·경북 일부 지역은 2800원에서 1900원으로 900원 떨어지는 등 지역별 배달비를 고려해 추가 할인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은 고작 300원 인하로 생색낸다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대다수다.
한 외식 자영업자는 “30건당 300원 인하해봤자 9000원 할인 받는 것”이라며 “수수료는 올라서 배민에서 70만원 더 가져가는 게 어떻게 업주를 위한 것이냐.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말장난 수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배민의 수익성 확보가 독일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수익성 제고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일 이국환 대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내놓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배민클럽’ 유료화를 발표하고,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배달 중개이용료까지 인상한 것이다.
DH는 지난 7일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 받을 수 있다고 밝혀 장중 주가가 17% 하락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4155억원으로 전년(2조9471억원) 대비 15.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4241억원) 대비 65%나 늘었다. DH는 배민 인수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000억원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배달 전문점 등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매장들의 경우 수수료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져서 폐업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상생하며 일정 부분 플랫폼과 점주가 나눠서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하는데 지금은 점주가 모든 부담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나서서 인상률 부분에 개입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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