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이중가격제 도입
배달앱 수수료 부담에 점주 수익성 악화
쿠팡이츠 “배민 때문” vs 배민 “법적대응”
"소비자의 플랫폼 이용 줄어들게 될 것"

외식업계에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에 대한 책임 원인이 배달앱 수수료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배달앱 업계 2위인 쿠팡이츠도 사실상 이중가격제 확산 원인이 점유율 60% 가량을 차지하는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 때문이라고 지적해 경쟁사 간에도 정면충돌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중가격제가 항공사 좌석 등급에 따라 가격 차등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엔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며 이는 플랫폼 이용을 꺼리게 만들어 결국 배달앱 업계의 침체로 이어지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와 주요 저기 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에서 이중가격을 도입했다.
맥도날드는 최근 배달의민족 내 매장별 페이지에서 "배달 시 가격은 매장과 상이하다"는 안내문을 넣었다. 맥도날드의 경우 빅맥세트 배달 메뉴 가격은 개당 8500원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1300원 비싸다. 빅맥세트 매장 가격과 배달용 가격 차이는 3년 전 1000원이었으나 300원 더 벌어졌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도 지난 24일부터 배달 메뉴 가격과 매장 메뉴 가격을 이원화했다. 롯데리아 제품을 배달앱 등으로 주문하면 단품 메뉴는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각각 비싸진다. 대표 메뉴인 리아 불고기와 리아 새우는 세트 주문 시 매장에선 7100원이지만, 배달 주문하면 8400원이 된다. KFC는 지난 3월, 파파이스는 지난 4월 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메뉴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도 지난달 배달앱 판매 가격을 올렸다.
외식업계에서는 이중가격제 도입이 배달 비용 부담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외식 업계 전반에 걸쳐 이중가격제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 부과하는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 등으로 가맹점주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가격 차등을 둘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상대적으로 배달보다 매장 매출액 비중이 큰 햄버거나 커피 등의 프랜차이즈는 치킨, 피자 등 배달 비중이 큰 브랜드에 비해 이중가격제 도입이 수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사실상 이중가격제 확산의 원인이 배달앱으로 꼽히며 비난이 커지자 배달앱 업계에선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쿠팡이 전날 배민을 겨냥한 입장자료를 내자 배민도 26일 쿠팡의 주장을 전면 반박한 것이다. 배민은 쿠팡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응수했다.
쿠팡이츠는 전날 뉴스룸을 통해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면서 "쿠팡 와우회원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기존 수수료를 동결하고, 방문 포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반면, 타사는 요금제 변경, 포장 수수료 유료화, 중개 수수료 인상 및 고객 배달비 업주부담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쿠팡이 요금제 변경을 통해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 배민을 지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민은 이날 쿠팡이츠의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냈다. 배민은 "배민배달(배민 라이더가 배달)과 가게배달(업주와 계약한 배달 대행사가 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와 외식업주를 오인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이어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데 유감"이라면서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민은 "무료배달 혜택 관련, 타사와 동일한 자체배달 상품인 배민배달은 현재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팁을 당사에서 부담한다. 업주가 부담하는 중개이용료는 9.8%이고, 업주 부담 배달비는 2900원(서울 기준)으로 모두 경쟁사와 동일하다"며 "경쟁사에는 없는 가게배달은 고객 배달팁을 업주가 직접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중가격제 도입 자체가 위법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배달음식의 이중가격제가 소비자들이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이는 항공사 좌석 가격 차등과 같이 여러 업종에서 나타나는 패턴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소비자 부담으로 배달앱 이용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배달앱 업계가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에는 판매 가격 표시 제도라는 게 있다. 제도상으로 이중 가격이더라도 소비자가 최종 가격을 알게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이 가격 차이를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중가격제를 알게 된다면 결국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플랫폼 결제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결국 이중가격제는 플랫폼사들이 소비자한테 배달비를 무료로 하면서 줄어드는 수익을 점주한테 떠넘겨 생겨난 문제인데 점주가 다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소비자들은 배달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더 이용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사들이 더 손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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