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협, 배달앱 3사 공정위 신고
매출액 20% 가량 플랫폼 관련 비용 지출
배민 “가맹점 수익 악화, 물가 상승 탓”
업계 반발에 상생 협의체 논의 진전 더뎌

배달앱 수수료 부담에 외식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은 여전히 중개수수료 인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상생안을 도출해 낼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6일 소속 가맹본사들이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3사의 수수료 대폭 인상 행위 등을 독과점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공정위에 정식 신고하기로 했다. 그간 협회는 기자회견과 입장문 등으로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공정위 신고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현재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의 중개수수료는 10%에 육박한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배민은 앞서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중개수수료를 각각 9.8%, 9.7%로 책정했다.
업체들은 중개수수료 이외에도 '배민페이', '쿠팡페이' 등 자사 시스템으로 결제되는 금액에 대해 3%가량의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 신용카드사들이 매출액에 따라 0.5∼1.5%의 결제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수료다. 여기에 부가세와 배달비, 각종 추가 광고비 등을 더하면 통상 점주들은 매출액의 20%가량을 플랫폼 관련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외식 자영업자 A씨는 여성경제신문에 “2만원짜리 메뉴를 팔 경우 재료비 등 직접적인 원가 1만원을 빼고 중개 수수료만 2000원에 결제수수료 660원, 배달료 약 3000원까지 들이면 거의 6000원 가량이 수수료로 나가 4000원이 남게 된다”면서 “여기에 인건비, 임대료까지 제하면 남는 게 없고, 프로모션용 특판 광고비나 상단 배너광고 등의 비용까지 들이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부 외식 자영업자들은 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과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이중가격'을 도입하기도 했다. 플랫폼 수수료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차원에서다. 그러나 배민은 손님들의 불만이 커지자 배달 주문 가격이 매장 가격과 같다는 걸 인증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배민의 가격 통제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다.
외식업계는 메뉴 가격 인상의 요인을 배달앱 수수료로 돌리는 가운데, 배민은 이에 맞서 식재료 상승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익성 악화를 촉발시킨 것이지 배달앱 탓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9일 "치킨 2만원에 배달앱이 6000원을 받는다고 할 때 배달비(약 2900원)와 결제수수료·부가세(약 1100원)는 대부분 라이더 인건비, 결제 대행사, 정부로 이전되는 비용이며 이는 배달앱을 통하지 않아도 발생한다"며 "배달앱이 식당 업주 이익의 1.5배를 가져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배달 중개 이용료의 비중에 대해서는 "식당 매출의 2.73%"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아한형제들은 외식 물가 상승 원인을 두고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비용 인상으로 메뉴 가격을 올린 식당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35%가 식재료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고, 배달 수수료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은 0.61%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음식점이 배달 플랫폼을 활용하면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때보다 월평균 142만원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배달앱 수수료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되는 동안 주요 배달앱 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배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6998억원이었다. 순이익도 5062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5% 증가했다. 쿠팡은 지난해 6174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냈다. 쿠팡이츠·쿠팡페이·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1조299억원(7억8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매출이 2857억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655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1.3% 줄었다.
정부는 현재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계약 체결 등을 두고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지난 7월 출범해 운영되고 있다며 협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아직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협회가 공정위 신고에 나선 까닭도 상생안 구축이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생협의체는 일단 지난 세 차례 회의를 통해 중개수수료·결제 수수료 문제를 논의 안건으로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 협의체는 오는 4차 회의에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과 상생 인센티브 마련에 대해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배민을 포함한 배달앱 업체들은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 ‘출혈 경쟁’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핵심 수익 모델인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들은 향후 열린 협의체 회의에서 수수료 인하를 지속 요청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의체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기구이기 때문에 업체들의 반대할 경우 수수료 인하를 강제할 순 없다.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대위는 매달 전체 회의와 수시 분과별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나명석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대위원장은 "배달앱 3사가 올해 무료 배달 경쟁으로 인한 비용을 모두 가맹점에 전가해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피자, 족발 등 관련 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며 "더 많은 브랜드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비대위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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