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올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 오픈
김유정 모델 발탁·오프라인 마케팅 진행
동대문 기반 개인 쇼핑몰·플랫폼 등 위협
국내 SPA 브랜드에는 영향 미미할 전망

중국계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지난 4월 오픈한 한국 전용 홈페이지 화면 /쉬인 홈페이지 캡처
중국계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지난 4월 오픈한 한국 전용 홈페이지 화면 /쉬인 홈페이지 캡처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초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쉬인은 고물가 시대에 가격적 메리트를 앞세워 시장 입지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동대문 등 도매시장에서 의류를 사입하는 중소 의류 사업자와 이들이 입점해 있는 패션 버티컬(전문) 플랫폼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품질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 특성상 쉬인이 국내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리테일(소매) 기업 쉬인은 지난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쉬인은 중국계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150여 개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만 3억명에 달한다. 현재 쉬인과 데이지, 어뉴스타 등의 브랜드를 운영한다. 매출은 이미 세계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자라와 H&B를 넘어섰다. 쉬인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지난해 매출은 전년(227억 달러) 대비 두 배가량 성장한 450억 달러(62조원)를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20억 달러(2조7000억원)다.

쉬인은 5달러 스커트와 9달러 청바지 등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미국과 유럽에서 입지를 다졌으며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50%대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1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쉬인은 국내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SNS를 통한 마케팅을 펼쳐왔고, 올해 4월 국내 공식 진출을 알린 뒤 한국 진출의 일환으로 자체 브랜드인 ‘데이지’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배우 김유정을 발탁했다.  

오프라인 마케팅도 진행한다. 쉬인은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서울 성수동 인근에서 단기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니 리우 쉬인 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 고객들의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성비 높은 고품질 제품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를 앞세운 쉬인의 등장에 동대문에서 옷을 사입해 판매하는 개인 쇼핑몰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쇼핑몰 업체들을 한데 모아 놓은 국내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쇼핑몰 업체들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를 동대문에서 떼어다 판매하는 판매자의 비중이 높다. 이러한 경우 중간 유통 마진이 붙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인에서 판매되는 의류들의 가격이 더 싸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 역시 중국 공장에서 바로 출고돼 유통 마진이 없는 초저가 의류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의류가 국내 개인 쇼핑몰에서 몇 배로 비싸게 판매하는 것을 보고 같은 제품이면 차라리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러한 개인 쇼핑몰 이용자 수가 줄어들게 될 경우 패션 플랫폼의 매출과 이용자 수 감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패션 플랫폼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는 무신사 524만명, 에이블리 489만명, 지그재그 294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쉬인은 66만명을 기록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포스티가 63만명, 브랜디가 48만명을 기록한 것을 비교하면 쉬인이 이미 일부 국내 업체를 제쳤다. 

그러나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쉬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국내 토종 SPA 브랜드까지 위협할 만큼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은 품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최근 중국 이커머스의 저품질 및 유해성 논란에 대한 인식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러한 영향으로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이용자 수 증가세가 지난 3월 정점에 도달한 뒤 4∼5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국내 SPA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은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며 “국내 SPA 브랜드는 품질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다. 새로운 원단, 핏 등 R&D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SPA를 이용하는 고객과 낮은 가격을 우선으로 하는 쉬인의 고객 타깃 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은 가격 때문에 구매하는 고객은 주로 10대 고객이나 장년층 두 부류로 나뉜다”며 “이러한 고객들은 동대문에서 만들어진 보세 상품을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쉬인의 한국 진출은 SPA 브랜드보다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의류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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