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 영패션 매출 두 자릿수 신장률
신세계·롯데 신진 디자이너 팝업 유치 경쟁
현대백화점, K패션 해외 판로 개척에 도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뉴스테이지에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르메띠에 팝업을 진행한 모습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뉴스테이지에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르메띠에 팝업을 진행한 모습 /신세계백화점

백화점업계가 신진 패션 브랜드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외 소비자들의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백화점들은 고객 수요를 적극 반영해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브랜드들을 팝업스토어, 영캐주얼관 등에 입점해 잇따라 선보이며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백화점 내 신진 디자이너 전용 공간을 만들고, 해외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등 K-패션 발굴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모양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품이 백화점 매출을 이끌었던 가운데 최근에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일컫는 ‘K-패션’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가성비와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MZ세대 소비 취향에 맞춘 K-패션 브랜드들의 인기에 지난해부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영패션 브랜드 매출은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5% 안팎에 불과하던 영패션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10%로 두 자릿수대로 올라섰고, 패션 카테고리에서 영패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19년 5.9% 감소세를 보인 영패션 매출이 지난해 기준 10.4%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현대백화점의 영패션 매출 신장률은 2019년 -1.3%에서 지난해 25.1%까지 상승했다. 

관광객들의 소비 행태도 변화하면서 명품이나 전통적인 백화점 입점 브랜드보다 한국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5월 외국인 매출은 영패션이 3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지난 3월 기준 외국인 최상위 매출 브랜드에 한국 패션 브랜드인 이미스, 마뗑킴, 디스이즈네버댓 등이 포함됐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백화점 매출에서 아직 명품 브랜드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신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SNS 등을 기반으로 성장한 신생 브랜드의 팝업 매장 등을 선보이면서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 브랜드 매장을 찾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백화점업계는 K-패션 육성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백화점 내 신진 브랜드 전용 공간을 내주고, K-콘텐츠 수출 플랫폼을 통해 지원하는 등 K-패션 브랜드의 판로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K-패션을 키우기 위한 전용 팝업 공간인 '뉴 스테이지'에서 매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행사를 릴레이로 진행하고 있다. ‘뉴 스테이지’는 지난 2022년 8월 강남점 5층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새 단장 오픈할 당시 새롭게 선보인 공간이다. 약 15평 규모의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으로, 이미 인지도를 갖춘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게만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강남점에서는 ‘그로브’를 비롯해 레스트 앤 레크레이션, 에스실, 노미나떼 등 인기 브랜드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센텀시티 4층에 두 번째 ‘뉴 스테이지’를 오픈했다. 강남점은 3년간 60개, 센텀시티는 20회의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뉴 스테이지’를 전국 주요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 '마뗑킴’, ‘시에’ 등 2030세대가 열광하는 온라인 기반 패션 브랜드의 ‘백화점 1호 매장’을 잇따라 유치시켜 실적 상승세를 보이자, 해외에서의 K-패션 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경쟁력 있는 한국 토종 브랜드를 소싱해 해외 유명 리테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신개념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론칭했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이 해외 시장에서 선보일 국내 브랜드 및 콘텐츠 발굴, 통관을 포함해 내륙 운송과 창고 운영, 재고 관리 등 상품 수출입 및 판매에 관한 제반 사항 총괄, 매장 위치, 운영 방식 등을 해외 유명 리테일과 직접 협상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현대백화점은 일본 대형 유통 그룹 파르코와 더현대 글로벌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과 파르코는 일본 도쿄 최고의 ‘MZ 쇼핑몰’로 꼽히는 파르코 시부야점을 시작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팝업스토어 브랜드는 현대백화점이 직접 발굴해 K-패션 아이콘으로 성장한 브랜드로 엄선한다. 지난 5월 시부야점에서 1호 팝업스토어로 노이스 매장을 오픈하며, 이후 이미스, 마뗑킴, 미스치프 등 11개 브랜드에 대한 단독 팝업스토어를 총 660㎡(약 200평) 규모로 순차적으로 운영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말 한국패션산업협회와 지속 성장 가능한 K-패션 육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고객 반응이 좋은 브랜드는 현대백화점의 K패션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통한 글로벌 판로 개척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달 11일부터 30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에서 마뗑킴의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했던 팝업스토어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도 잠실점을 중심으로 K-패션 브랜드 대거 유치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초부터 아더에러, 마르디 메크르디, 마뗑킴, 앤더슨벨, 렉토 등 유명 K-패션 브랜드만 약 90여 개를 잇달아 입점 시키며 판로 확대를 도왔다. 이 중 지난해 6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잠실 롯데월드몰에 매장을 차린 마르디 메크르디는 개점 이후 몰 내 외국인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1일부터 30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에서 마뗑킴의 역대 최대 규모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K-브랜드를 적극 발굴 및 유치해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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