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떠맡는 구조, 공급 막아
토지 공급·정책 자금 지원 필요
국토부 '실버스테이' 해법 제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내 고령자 주거 대안으로 실버타운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공급은 좀처럼 뒤따르지 않는다. /챗GPT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내 고령자 주거 대안으로 실버타운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공급은 좀처럼 뒤따르지 않는다. /챗GPT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내 고령자 주거 대안으로 실버타운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공급은 좀처럼 뒤따르지 않는다. 정부가 토지와 자금 기반을 마련하지 않고 민간에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실질적 공급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실버타운 운영 현장에선 “시설을 짓는 데 정부가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도심 내 토지 가격이 높고 자금 조달은 고금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민간 금융에 의존하는 구조다. 사업자 부담은 커지고 그 비용은 결국 입주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더시그넘하우스 설계‧운영을 총괄한 권혁중 전무는 지난 2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실버주택에는 ‘선택 수요층’과 ‘절대 수요층’이 있다. 절대 수요층은 독립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혼자 지내며 정신적 공허를 느끼는 분들로, 이들은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회복할 수 있다. 활기찬 노후를 원하는 70대 선택 수요층도 시간이 지나며 절대 수요층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실버타운 공급은 이 절대 수요층 중심으로 설계‧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공급을 막는 현실적 장벽은 땅값과 자금 조달이다. 권 전무는 “도심 내 실버타운을 지을 만한 입지는 너무 비싸고 저렴한 땅은 대부분 임야이거나 외곽 지역이라 어르신들이 살기 어렵다. 도심 내 국공유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도 “PF 방식은 고금리 대출 구조로 인해 금융비용이 크고 결국 어르신 보증금 상당 부분이 이자 등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는 입주자의 재산 안정성에도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츠(REITs)는 수익률 6~7%를 전제로 하므로 그만큼 임대료나 생활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주택기금처럼 정책 자금을 저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관련 기사: [실버타운 2.0] (30) 역이민·중산층·경증 요양자까지···더시그넘하우스 청라의 포용 전략

약 60세대 규모의 유료양로시설을 운영하는 A 원장도 여성경제신문에 “국가나 지자체가 위치 좋은 시유지나 국유지를 내놓고 건물은 운영 주체가 짓되, 정책자금으로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훨씬 많은 실버타운이 양성화될 수 있다. 지금은 민간, 종교재단, 개인 등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건강하지만 일상 돌봄이 필요한 틈새 계층 어르신을 위한 주거 대안이 절실하다. 국가는 공간을 제공하고 민간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며 “수익사업은 금지하면서도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니 결국 모든 부담이 운영자와 입주자에게 쏠리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실버타운 공급이 더딘 배경엔 민간 부담이 과도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최소한 토지와 금융 기반만이라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공유지는 면적이 작거나 원하는 위치에 있지 않아 노인복지주택을 공급하기엔 제한적이다. 실제 현장에서 실버타운 공급은 대부분 LH가 보유한 토지나 택지 개발로 만들어진 공공택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부산 선시티, 동탄, 청라 등에 공급된 노인복지주택도 공공택지 기반이다.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공공택지를 활용하는 방식은 현실적이며 땅값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리 자금 조달에 대해선 “리츠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며 “한국주택금융공사(HF)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기관의 자금을 시니어 시설 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면 좋지만 실버타운은 소외계층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국토부가 추진 중인 장기 민간임대주택 ‘실버스테이’가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확대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복지부 노인복지주택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맡아보니 민간이 요구하는 건 네 가지다. 저렴한 택지 공급, 정책자금 지원, 인허가 절차 간소화, 수도권 분양형 허용이다”라며 “이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해 국토부가 만든 제도가 실버스테이다. 공공이 보유한 택지를 기반으로 민간 사업자가 LH를 통해 공급하고 HF에서 기금도 지원한다. 현재 구리갈매가 첫 사업지로 인허가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현장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오는 3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다. 문성택 유튜브 ‘공빠TV’ 대표를 포함해 박광재 한국주거학회 회장, 김덕원 스마트 시니어하우징협의회 회장, 최민아 LH토지주택연구원 센터장, 김영국 SH서울주택도시공사 책임연구원이 함께한다. 여성경제신문이 주관하고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하는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실버타운이 미래다' 포럼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석을 접수하고 있다.

※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사전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사전 신청하신 분부터 입장 가능합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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