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살고 싶어도 법이 막았다”
실버타운 입주 자격, ‘60세 이상’만 가능
가족 동반 거주 가능한 제도 개선 목소리

"아들딸 내외랑 같이 살고 싶은데 돌봄 의무까지 부담 주긴 싫었거든요. 매일 출퇴근하랴 돌아오면 집안일하랴 바쁠 텐데 부모까지 모시긴 싫어하겠죠. 실버타운에 입주해서 애들 일 나가면 맘 편히 서비스받고, 돌아오면 저녁같이 먹고 얼굴도 보고 살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고요."
만 60세 이상만 입주 가능하다는 법 조항이 문제였다. 실버타운은 노인복지법 제33조의 2에 따라 운영된다. 즉 실버타운 입주 자격은 '60세 이상의 노인'으로 한정됐다는 얘기다. 사실상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게 불가능하다.
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실버타운 수요자층에선 기존 노인복지법에 따른 실버타운 입주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에서도 자녀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은 있지만, 기준 나이가 24세 미만의 자녀 혹은 손자녀로 명시됐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실버타운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78.1세로 알려졌다. 이들이 자녀가 있다고 가정하면 40~50대 층이다. 실버타운에 부모를 모시고 살고 싶어도 법 테두리 안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지를 개발하고 여기에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일반 분양 오피스텔을 함께 개발해 가족 단위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모델도 있다. 싱가포르 북부에 있는 실버타운 '캄풍애드미럴티'는 10여 개의 공동주택 단지에 조성됐다. 노년층 시니어와 그들의 자녀 등이 같은 단지 내에 살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엠디엠플러스가 시행하는 '백운호수 푸르지오숲속의 아침'이 분양형 오피스텔과 복합 개발 조성한다.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실버타운 '스위트'와 입주 나이 제한이 없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동시에 개발했다.
다만 한 공간에 가족 단위로 거주하고 싶은 욕구는 현행법이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 입장도 갈렸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 사무국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실버타운은 초고령사회와 핵가족화, 자녀 돌봄 기피 등으로 인해 가족이 감당하지 못하는 돌봄 기능을 민간이 대신하게 되면서 생겨난 구조"라면서 "자녀와 함께 입주하려면 굳이 실버타운이 아니라 집에서 같이 살면 되는 일"이라고 봤다.
이어 "현재 실버타운 평균 입주 연령은 75세 이상이고 일본은 80대가 주를 이룬다. 사별로 혼자 생활하는 게 우려되거나 가사, 식사 등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입소하는 것이 업계 현실이다. 55세 같은 젊은 연령층이 실질적으로 입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또한 "노인 인구가 늘어 실버타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입주 연령을 낮추자고 한다면 사회적 배경과도 모순된다"면서 "75세 이상 고령자가 늘어나고 평균 연령은 더 높아진다. 그 노인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할 때다. 실버타운의 본질은 가족이 하지 못하는 노인 돌봄을 민간이 수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주 연령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혁중 더시그넘하우스 전무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서비스 주택을 원하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식사, 청소, 건강관리 등 일상 지원은 물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고자 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니즈도 있다. 친구들끼리 실버주택에서 공동생활을 한다는 개념을 가진 분도 많다"고 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실버타운이 왜 나이 기준으로 제한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반드시 60세 이상이어야만 그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연령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기 고령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이라는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권 전무는 "장기요양 서비스는 국가가 주는 시간이 제한돼 있고 후기 고령자일수록 본인 비용으로 간병인을 추가 고용하며 생활한다. 정부도 가족이 요양보호를 맡으면 급여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실버주택에선 왜 가족 동반 거주를 막느냐고 질문할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한을 없앤다고 해서 실제로 입주하는 자녀층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입주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연령 제한 완화를 동의하는 것이다. 향후 악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겠지만 전체 제도를 막을 이유는 아니다. 실버주택이 기본적으로 서비스와 공동체 기능을 제공하는 주택이라면 다양한 가족 형태와 여건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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