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존적 노인 위한 주거 필요
'어시스트 리빙' 모델 수요 증가
30일 케어형 실버타운 사례 발표

요양원과 실버타운 기능을 모두 갖춘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건강하지만 요양원은 이른 노인, 자립 생활이 가능하지만 반의존적인 '틈새 계층'을 위한 주거시설이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액티브 시니어와 시설 요양이 필요한 고령자 사이 집단을 위한 실버타운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돌봄 인프라에 집중해 식사 제공, 물리치료, 개인위생 등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케어형 실버타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유료양로시설 원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양로시설을 고집해 온 이유는 국내에 이런 형태의 공간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시설의 중간 지점에 있는 어르신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이분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모두 손이 많이 가는 분들이지만 사회적 존재로서 혼자 아파트에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가복지센터나 주간보호센터를 병설해 돌봄 수요에 대응하려는 시도가 일부 시설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만 방문요양 같은 외부 자원을 연계한 방식이 시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젊은 고령자의 입주를 막는 요소가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틈새 계층’ 수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케어형 모델을 갖추려면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운영 측면에서의 고충도 있다.
수도권 B 실버타운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시설 설계상 건강한 노인과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함께 지낼 경우 입주자 간 정서적 충돌이 생긴다”며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분위기라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공간을 분리하고 서비스를 이중화하고 인력을 나눠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설 구조는 그걸 전제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어시스트 리빙은 노인복지주택, 실버스테이 등의 형태로 임대로 공급하고 있는 인디펜던트 리빙(완전 자립형)과 너싱홈(요양원) 사이의 중간 단계로, 몸이 조금 불편해진 노인이 머물 수 있는 형태다”라며 “이 모델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이 시설이 장기요양보험 적용 대상도 아니고 건강한 사람들 입장에서 상시 거주하기에는 꺼려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건강한 노인과 반의존 노인이 함께 지내게 되면 오히려 건강한 사람의 컨디션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노인의 건강 상태는 고정돼 있지 않고 자립과 반의존 상태를 오간다. 처음에는 완전 자립(예: 10)에 가까웠던 사람이 점차 반의존 상태로 이동하면서 점차 비율이 바뀌고, 5:5를 지나 3:7 등으로 반의존 기간이 (자립 기간보다) 길어지면 결국 너싱홈(요양원)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온다”며 “이런 점에서 어시스트 리빙은 분명 필요한 시설이지만 그 절대량을 늘려서 운영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어시스트 리빙 모델을 늘리는 방향보다 자립형 실버타운 안에 어시스트 리빙 기능을 보조적으로 갖추고 공간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유 교수는 “병원처럼 일시적으로 머무르며 회복한 후 다시 자립 세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보통 이용 요금은 자립 세대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요양이나 주간보호센터는 어시스트 리빙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서비스는 요양 등급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유료로 이용할 수 있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활용 여부가 갈린다”며 “어시스트 리빙의 제도적 기준을 설계할 때는 유료양로시설을 참고할 수 있다. 양로시설은 건강한 노인이 머물면서도 일정 수준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구조로 어시스트 리빙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케어형 실버타운 운영 모델은 오는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 정책 토론회에서 구체 사례로 소개된다. 여성경제신문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실버타운-재가복지센터-요양원의 연계 구조, 액티브 시니어 중심 설계 사례, 케어형 실버타운 성공 사례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특히 중간 단계 고령자에게 적합한 운영 사례로 ‘케어닥 케어홈’의 데이케어센터 연계형 실버타운 모델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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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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